멍게한테 저번 용화산 산행시 내가 본 그 징그러운 식물이 노루궁뎅이버섯이라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산삼보다 귀한 노루궁뎅이버섯" 이라는 첫 문장이 눈에 확 띤다.
속물근성이 발휘되어 가격을 검색해 보니 이쪽은 중국산이 판을 치고 국내산은 유통망이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아 판로가 없고 가격대도 오리무중이다.
어쩔까 망설이고 있는데 멍게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자기는 토,일요일 지방약속이 있어 못 가니까 내가 반드시 가서 따 와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였다.
솔직히 가기 싫었다. 이유는 너무 멀어서이다. 용화산은 생각보다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춘천에서도 약 30-40분 정도 안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 가야 한다. 어물쩡거리면 가는데만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요즘 3시간이면 설악산도 갈 수 있는 시간이다.
알자지라에게 전화를 했다.
어떻케하는 것이 좋겠냐고...그랬더니...이 넘은 한술 더 떠 갈 때 버섯을 담을 "아이스박스"를 반드시 가지고 가라는 것이었다.
젠장...괜히 전화했다.
목격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야만 하는 부담감이 계속해서 생겼다.
에라 모르겠다..."아쉬운 놈이 우물을 판다고 나는 안가"...하고 맘을 먹었는데...
저녘때 뜬구름에게서 전화가 왔다. 행님 궁뎅이 따러 가시죠 !
아...졌다!!!
토요일 저녘때 처가집 대모임 (동해에서 갓잡은 광어를 갖고 올테니 회를 먹자는) 이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었는데 집사람에게 궁뎅이버섯이 산삼만큼 좋은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장모님 드릴려고 간다고 하니까 아무 말이 없었다. (이놈의 여편네...그동안 산행시 전화 한번 없더니 요번 산행시는 1시쯤에 내 안부가 궁굼해서가 아니라 궁데이버섯 딴냐고 전화 하더만...)
아침 6시 알대장이 온다는 전화를 받고 천군만군 용기를 얻었는데 잠시 후 못 온다는 소리를 듣고 기운이 쏙 빠졌다. 길눈 어둡기로 유명한 내가 과연 그 장소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
이왕 이렇케 된 거..
용화산 보다는 더 가까우면서도 운치가 있는 "팔당 예봉산" "강화도 마니산"으로 방향을 틀고자 하는 맘이 계속해서 생겼다. 그러나 조금전 통화한 울 산악회 알대장의 지시를 거역할 수가 없었다.
힘차게 진군하라... 용화산으로....젠장 !...
이렇케 해서 길눈 어두운 나와 길을 잘 모르는 뜬구름과의 2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아침7시에 출발해서 중간에 곰탕 먹고 네비가 찍어준대로 약간 헤멘뒤 오전 10시 언저리에서 용화산 입구에 도착했다.
용화산은 유자(U)형태로 생겼다.저번 정기산행시는 (참석자: 회장님,알대장,멍게,파리투,왕눈이,제로) 유자형태의 첫부분부터 시작해서 종주비슷하게 갔는데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서 정상을 찾지 못하고 산꼭대기에서 암벽을 제법 많이 탔다.
암벽이 험하고 로프도 아닌 끊어질듯한 끈나부랭이가 매달려 있는 곳이 많은데 전진을 계속하다가 너무 험한 곳이 나와 전진을 멈추고 후퇴를 했었다.
(이제야 이야기 한다. 정상을 못 봤다.그러나 잘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산에서 위험한 행군을 계속하는 것처럼 무모한 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번 산행은 목적이 있는 산행이라 곧바로 치고 올라가면 된다.
뜬구름의 배낭을 보니 라면박스가 매달려 있다. 버섯담을 용기란다.
난 비닐봉다리 갖고 왔는데...
그러나...
곧....머가 뭔지 모르겠다...내가 왔던 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약 1시간 40분 정도의 산행후 산 능선에 올랐다.
그러나 능선에서 약 30분 정도를 헤멘후 곧바로 난 내가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낮은 예봉산 하산길도 잃어 버린 내가 아닌가 ?
에라 모르겠다...전망좋은 바위위에 자리잡고 배 한개를 깍아 먹었다.
그리고 배 껍질이고 배 뼈따귀를 마구 아래로 집어 던졌다.
도데체 진실은 뭐야..왜 배 껍질이 안 썩어...
배를 먹고 최후의 미련이 생겨 능선을 조금 더 타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내가 원하던 장소는 안 나오고 전혀 예상치 못한 예봉산 정상이 나오는 것이었다.
어라 정상을 갈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정상 나오면 안되는데....ㅠ.ㅠ
뜬구름과 같이 기념 사진찍고....
행여나 차 댄 곳이 안 나올까 봐 올라왔던 길 그대로 하산했다. (엉뚱한 곳으로 내려오면 차 찾느냐고 골치 아프다) 하산할 때도 두번이나 온 내가 초짜인 뜬구름에게 물어봤다. 이길로 우리가 올라왔냐고...
하산완료후 시간을 보니 2시언저리. 약 4시간의 산행이었다.
갈때 약 40-50대의 중년 등산객 2명을 춘천시내까지 뜬구름의 차로 태워줬다.
제법 산을 많이 다닌 사람처럼 보여 산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말빨이 전혀 안 꿀렸다.
예봉산 수종사가 대한민국 최고의 위치에 자리한 사찰이라는 것에 맞장구를 치고 오히려 내가 산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리드했고 객관적으로 내가 더 고수처럼 보였다.
3시 30분쯤 춘천와서 막국수 안먹고 가면 서운할 것 같아 막국수 먹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차가 엄청 막혔다.
저녘 6시가 되어서 정확히 서울 시립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 목적지...)
갈 때 3시간 올 때 4시간 군말없이 운전해 준 뜬구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궁뎅이 버섯 딴냐고 전화 온 뜬구름 와이프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덕분에 바람 잘 쐬었다.
첫댓글 파리투야! 오랜만이다. 니가 용화산 출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가 컷었는데(나도 노루궁뎅이 방귀 냄새라도 맡아보지 않을까하는 맴보로..)실패했다니 안타깝다.멍게가 오늘 보내주기만하면 필히 따와서 내게 쬐끔 주겠다는 흥정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은근히 보내보는 게 남는 장사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네그려.근데 파리투야.춘천에 있는 용화산에서 헤맸다면서 우찌남양주에 있는 예봉산 정상에 도착할 수있냐? 글구 수종사는 예봉산에 있는 게 아니라 예봉산 옆에 있는 운길산 7부능선쯤에 있는 사찰이란다.네 글을 읽다보면 나도 헷갈려 몬살겠다.
오랜만에 해보는 오자 찾기의 즐거움. 흐흐 .... 3시간 거리가 멀다는 거 보이 이제 형도 늙었나부요....난 그 전날 대전 갔다 왔는데....55분 걸려서....ㅎㅎ
아직 안따갔을 수도 있겠네요, 노루궁뎅이. 늦기 전에 재도전은 어때요? 비싼 거라면서!아무튼 파리투형 글은 재밌어, 자꾸 웃게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