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운전면허증은 8월 14일까지 갱신해야 합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까운 경찰서, 파출소 또는 인근의 우체국 중 귀하가 편리한 곳에서 갱신하시기 바랍니다. 싱가포르 교통경찰국>
싱가포르에 주재하고 있던 1993년 7월 어느 날.
교통경찰에서 이런 엽서가 날아 왔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 부근 우체국에서 운전면허증을 갱신했다.
우체국에 가니 舊면허증을 회수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컴퓨터로 신규면허증을 인쇄 해 주었다.
우리 나라 면허증에는 사진이 붙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면허증에 사진이 붙지 않기 때문에 정말 쉽게 면허증을 갱신해 주었다.(사실 여러 나라에서 운전면허증에 사진이 붙지 않는다.)
교통당국과 우체국이 전산망으로 연결되어 동일한 D/B를 이용함으로서 운전면허증 갱신이 이렇게도 편리하게 되어 있었다.
싱가포르는 벌써 1993년에 이 정도였으니 아마도 지금은 훨씬 더 잘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어떤가?
그 절차를 보면 이렇다.
1.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으로부터 개인별로 "자동차 운전면허 갱신 예고 통지서" 를 받으면,
(이 통지서는 분담금 3,420원을 납부해야 하는 은행지로통지서 및 영수증이 함께 인쇄되어 있음.)
2. 분담금을 은행에 납부 하고(어떤 분담금인지는 전혀 설명이 없다. 어떤 분담금일까?)
3. 운전면허 시험장 또는 경찰서에 가서,
4. "자동차 운전면허증 갱신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5.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는 1-2시간, 경찰서에서는 15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얼마나 복잡한가?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갱신 신청 내용을 구체적으로 한 번 보자.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온 "자동차 운전면허 갱신 예고 통지서" 뒷 면에는 친절하게도(?)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그러나 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 가서 현장에서 작성하는 "자동차 운전면허증 갱신 신청서"에는 구비서류가 이렇게 되어 있다.
구비서류 : 구 면허증, 반명함판 칼러 사진 2매, 수수료 3,500원
즉, 위에서는 사진 1매, 밑에서는 사진 2매를 요구하며,
위에서는 주민증과 분담금 은행지로 영수증을 요구하지만, 밑에서는 말이 없다.
이 얼마나 헷갈리는 것인가?
특히 3개월 전에 집으로 온 "자동차 운전면허 갱신 예고 통지서"에서는 사진 1매를 요구했으나,
막상 현장에서 작성하는 갱신신청서에는 2매를 요구하고 있다.
(면허시험장 부근에 있는 사진관과 짜지는 않았을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이 것 뿐 아니다.
현장에서 갱신신청서를 적다 보면 부아가 치민다.
면허증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을 신청서에 적어 내야 하는 것이다.
즉, 먼허증에 있는 신청인 성명(한글, 한자), 주민증 번호, 주소, 전화번호, 면허종류, 면허번호, 면허교부일자, 유효기간, 면허조건 등을 하나도 빼지 않고 신청서에 기록해야 하는 것이다.
좀 심한 표현이긴 하지만, 언젠가 면허증 갱신을 하려 면허시험장에 갔더니 갱신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던 바로 옆의 어떤 중년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거 뭐, 똥개 훈련시키는 거 아니야?"
운전면허증 갱신 절차와 방법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
1. 분담금과 수수료 통합 및 납부창구 단일화
분담금과 수수료를 합쳐서 하나의 지로용지로 사전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으로도 납부할 수 있게 한다.
지금 처럼 분담금은 사전에 은행에 납부하고, 수수료는 면허증 발급창구에 따로 따로 납부하는 이유는 뭘까?
분담금은 A기관에 가고, 수수료는 B기관으로 가기 때문에 그렇다?
이 건 말도 안 된다. 왜냐하면 사전에 수납은행에 요청하면 1원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분류하여 기관별로 나누어 줄 수 있다.
그런데 왜 분담금은 지로로 은행에 납부하고, 수수료는 일선창구의 공무원들에게 현금을 만지도록 해 놓았을까?
설령 은행에서 두 곳으로 나누는 업무를 못하겠다고 하드라도(그럴리는 절대 없지만) 고객인 면허증 소지자들의 편의와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당연히 통합징수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 하다.
만일, 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책임자는 당장 모가지?
2. 갱신 신청서 폐지
구면허증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단순히 옮겨 적는 갱신 신청서는 당연히 폐지한다.
현재의 절차에서도 갱신 만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운전면허 갱신 예고 통지서"를 각 개인 앞으로 발송하고 있다. 그래서 차라리 신규면허증을 교부하면서 이 예고 통지서를 회수하거나,
아니면 신규먼허증을 교부하면서 본인 사인을 받음으로서 본인임을 확인하면 어떨까?
3. 사진 제출 폐지
위조면허증에 대하여 외국처럼 법이 강하고 또한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법이 적용된다면 면허증에 사진을 붙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법이 느슨해서 사람 죽이는 불량식품 하나 제대로 근절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사진은 붙이되,
2-3년전 신규 주민증 발급 시 찍어 놓은 디지털사진을 그대로 사용하면 어떨까?
현재 정부조직 상 운전 면허증 관련업무와 주민증 관련 업무는 둘 다 행자부 관장으로 되어 있다.
싱가포르 처럼 경찰과 우체국이 같은 D/B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하드라도,
최소한 같은 행자부 소속인 경찰과 각 지자체가 사진 만큼은 같이 사용하면 어떨까?
지난 번 신규 주민증을 만들면서 전국 각 동사무소에서 개인별로 디지털사진을 찍었다.
전국적으로 여러 수 만대의 비싼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해서 사진을 찍은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사진은 그 원판을 컴퓨터에 보관 할 수도 있으며, 수정도 가능하며,
또한 다른 컴퓨터로 전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디지털사진을 컴퓨터로 불러내 면허증에 바로 인쇄하면 된다.
그런데 왜 면허증 갱신에 또 다시 사진이 필요하단 말인가?
이처럼 행자부 안에서 가지고 있는 사진도 D/B가 되어 있지 않거나, 활용할 수 없다면 뭔가 잘 못 되어도 많이 잘 못 된 것이다.
4. 파출소와 동사무소에서 운전면허증 갱신
그렇잖아도 교통이 복잡한데 왜 면허시험장까지 갈 것인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도 전국 어느 파출소나 동사무소에서도 면허증 갱신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고 경찰서에 가면 면허증 갱신에 15일이나 소요되는 것으로 안내문에 나와 있다.
왜 그럴까?
같은 행자부, 같은 경찰 소속이면서도 면허시험장과 각 파출소가 컴퓨터로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 D/B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 천억원을 들인 행정전산망은 어디에 쓰는 걸까?
5. 첨단 IT기술의 적용
지금까지 이야기한 바와 같이 분담금과 수수료를 통합하여 납부창구를 단일화하여 인터넷으로도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갱신 신청서와 사진 제출을 폐지하며, 또한 파출소나 동사무소에서도 갱신 할 수 있게 하면 국민들은 너무 너무 편할 것이다.
그리고 운전면허증 갱신에 관해서만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서 그렇지,
이 것 말고도 운전면허증에 관련해서 개선하거나 첨단IT기술을 도입하여 전체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가능 하려면 기존의 행정전산망에 인터넷을 도입하여 대폭 Upgrade하거나, 아니면 운전면허증 관련 새로운 인터넷 시스템을 별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사진 송수신이 가능한 통신망도 확보되어야 할 것이며,
1,000억원 정도의 예산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예산 문제는 쉽게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된다.
지금 처럼 경쟁력이 떨어져 망해 가는 기업이나 은행에 국민세금으로 조성 될 몇 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할게 아니라,
그 중에서 1,000억원 정도라도 떼서 이런 최첨단 시스템을 구입하는데 투입하면 될 것이다.
국민들은 편해져서 좋고, 인터넷을 포함한 IT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대단하여 더욱 좋지 않을까?
그리고 정말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이런 면허증 관련 업무를 최첨단 인터넷화 한다면 이에 관련된 기술개발벤처들이 엄청나게 생길 것이며,
또한 우리 인터넷업계나 IT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대단 할 것이다.
마치 1930년대 미국의 후버댐과 같이 파급효과가 큰 프로젝트를 정부가 추진함으로서 세기적인 불경기도 극복하고, 실업자도 구제하며, 자원도 개발하며, 또한 새로운 기술도 개발한 것과 같은 차원에서 이런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마디 더 추가 한다면,
벤처산업을 육성한다고 정부가 벤처업계에 직접적으로 돈을 지원하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 직접 돈을 주면 헝거리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할 벤처사업가들이 돈놀이에 혈안이 될 뿐 아니라, 결국에는 사람도 버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어쨌든 면허시험장에 엄청난 사람들이 밀려 들어 하루 종일 교통체증까지 불러 일으키는
지금의 면허증 관련업무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런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이 업무를 민영화하면 어떨까?
아마 지금 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