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하여 중단되었던 산행을 8개월 만에 재개하였다
아직은 조심스럽게 시작한 산행이지만 26명 회원들의 얼굴에 기쁨이 넘쳐 흘렀다
임걸령까지 가기로 한 산행 계획을 변경하여 노고단에서 마무리하고 미련없이 되돌아 내려왔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된 지지지지(知止止止)란 말이 있는데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란 뜻이다
마음은 반야봉을 넘어 천왕봉까지 달려갔지만 적당한 곳에서 그침을 실행한 멋진 산행이었다
시암제휴게소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26명의 회원들이 기쁨을 안고 지리산으로 출발하였다
구례에서 성삼재를 오를 때마다 천은사 입장료 때문에 싸웠는데 그게 없어져서 마음이 개운하였다
구비구비 오르는 여기저기에 산사태가 나서 아찔했는데 버스는 조심조심 올라갔다
시암재 휴게소에서 잠시 멈춰서 안개에 싸인 구례땅을 내려다 보았다
성삼재(姓三재) 1,102m
성삼재는 지리산 주능선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고개로 지리산 종주의 기점으로 이용된다
마한 때 성씨가 다른 세 장군이 지켰다고 하여 성삼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미 주차장이 꽉 찼으나 버스 주차를 위한 자리를 비워놓고 안내하는 직원이 참 고마웠다
안개가 자욱한 길을 따라 산수국과 미나리아재비가 활짝 피어 고운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무넹기
무넹기는 ‘물을 넘긴다’는 뜻이다
1929년 전남 구례군 마산면에 큰 저수지를 준공했는데 물 유입량이 적어 가뭄이 들었다.
이듬해인 1930년 해발 1300m지점에 올라 남원 달궁 쪽으로 내려가는 물줄기 일부를 화엄사계곡으로 돌렸다
무넹기 아래로 난 길은 코재인데, 화엄사에서 오르자면 경사가 하도 급하여 ‘코가 땅에 닿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고단고개로 가는 길
노고단 고개를 오르는 길은 한산하여 여유롭게 걸어갔다
아직은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아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나오신 황이택 사목회장님의 발걸음이 매우 경쾌하였다
지는 꽃
지는 산동백꽃은 이렇게 지저분하고 남루하다
그러나 영원히 지지않는 꽃은 꽃이 아니다
우리 인생도 이러하거늘 부질없는 욕심이나 헛된 꿈은 무의미하다
하늘나리
나리꽃 이름에 붙는 규칙을 알면 이름을 알기가 용이하다
먼저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접두사가 붙는다
하늘을 향해 피면 '하늘나리', 옆을 향해 피면 '중나리', 땅을 향해 피면 '땅나리'다
여기에 '말'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줄기 아랫쪽에 여러 장의 돌려나기잎이 있다는 뜻이다
노고단대피소 앞의 숲속에 피어있는 하늘나리꽃은 숲속의 요염한 공주 같았다
노고단대피소
출발 50여분만에 노고단 대피소에 닿았다.
건물 앞에 지리산의 상징인 마고할미 형상이 세워져 있다
이곳도 수해를 입어 여기저기 망가져 있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마지막 계단
노고단대피소에서 잠시 휴식하며 원기를 보충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밀려드는 안개와 비오듯이 흐르는 땀 때문에 발걸음이 자꾸 느려졌다
드디어 앞에 확 틔이고 하늘빛이 시야에 들어오자 금방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지리터리풀
노고단고개로 올라가는 길의 양쪽에는 색깔이 선명한 지리터리꽃이 만발해 있었다
지리터리풀은 터리풀의 한 종류로 지리산에 산다고 해서 ‘지리’라는 지역명이 앞에 붙었다.
색깔이 어찌나 곱던지 연신 셔터를 눌러댔는데 고유의 선명한 색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노고단고개
노고단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아고산대 초원 지대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아 키 큰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다
지형적 특성상 바위보다는 흙이 많아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계절마다 피어나는 곳이다.
노고단은 최근까지 남아 있던 군 시설이 철수하고 훼손지가 복원되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노고단으로 간다
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길의 입구에서 탐방 예약을 확인한다
우리는 이미 40명 탐방 예약을 마쳤으므로 QR코드를 제시하고 당당하게 입장하였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훼손지를 복원하고, 탐방예약제를 시행해 노고단의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개불알란의 흔적
5월 말에 왔을 때 만개한 개불알란을 보았는데 이젠 흔적도 없다
이름에 걸맞게 적나라한 꽃송이는 찾아볼 수 없고, 남루한 잎사귀만 잡초에 묻혀 있었다
한 무더기밖에 남아있지 않은 개불알란이 사람의 손이 타지 않고 잘 보존되길 바래는 맘이다
노고단 老姑壇
노고단은 전남 구례군 산동면과 토지면 경계에 있는 지리산 영봉(靈峰)이다
부족을 수호하려던 장수들의 피맺힌 전장이었으며, 백성들의 애끓는 소망이 모인 기원처이자 피난처이다.
때로는 뼈아픈 동족의 비극이 발생한 곳이기도 한 그야말로 우리민족 희로애락이 함께 했다.
노고단 1,507m
이곳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봉의 하나다.
단(壇)이라고 한 것은 과거 산신제를 올렸기 때문인데, 우리말로 ‘할미단’이라는 뜻을 지녔다.
할미는 국모신 선도성모(仙桃聖母)를 일컫는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 어머니로 지리산 산신으로 받들고 나라의 수호신으로서 모셔 매년 제사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날개하늘나리
노고단 정상 부근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Ⅱ급으로 보호받고 있는 날개하늘나리를 보는 행운을 누렸다.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붉은색 꽃잎이 날개를 단 것처럼 보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한국에 자생하는 나리 중에서는 가장 크고, 꽃잎은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지리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는 날개하늘나리 3개체가 노고단 인근에서 자생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강원도,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만 분포가 확인되었으나, 이번 발견으로 지리산이 최고 남쪽에 위치하는 자생지가 되었다
점심 식사를 하다
코로나-19의 위험 때문에 노고단고개에서는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고개를 약간 벗어난 도로로 한참을 걸어 내려와 식탁을 차렸다
안젤라 자매님이 손수 재배해서 가져오신 풋고추와 오이 향기가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백두산을 향한 꿈
우리는 노고단에서 발걸음을 과감히 돌려서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정령치에 잠시 멈춰서 백두대간이 지나는 능선에 올갔다
이곳에서 백두산까지 1,363km라는 이정표 앞에서 백두산을 향한 간절한 꿈을 꾸었다.
춘향과 이도령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남원 광한루에 입장하였다
65세 이상은 무료 입장인데, 표를 9장 밖에 구입하지 않은 걸로 보아 신산회의 연륜을 짐작할 수 있다
소설 속에나 남아있을 춘향과 이도령의 애틋한 미소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ㅋㅋ
광한루
춘향전의 배경이 되었던 광한루에는 이제 노인들만 서성거리고 있었다
연못의 터줏대감인 팔뚝만한 잉어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보고 몰려들었다
잉어와 오리가 서로 다투지 않고 먹이를 나눠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첫댓글 노고단에서 멸종위기식물 2급인 날개하늘나리를 본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꽃은 3군데에 피어 있었는데 꽃잎이 워낙 커서 금방 눈에 띄더군요
지리산에서는 올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새들이 씨앗을 옮겼으리라 추측됩니다
귀한 식물이 훼손되지 않고 오래오래 꽃을 피우길 기원합니다
산행기로라도 지리산을 맛보니 참 좋습니다.
지난주 예방접종 추진으로 넘 바빠 이제사 즐감합니다.
간만에 뭉쳐서 가니 '아``이런게 사는 맛이지~~ㅎ'
벌써 그 맛이 그리워지네요..
노고단의 시원한 바람과 야생화의 황홀함도 그립구요~
8월에도 그 다디단 맛을 만끽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