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세 번의 산행길에 만났던 거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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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만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던 거위들의 나에 대한 태도가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 23일, 그 날도 집에서 향로봉까지 15km를 걷고 오는 길이었는데 도로 위에 거위 두 마리가 눈에 띈다.
특이한 장면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폰을 촬영모드로 셑팅하고 가까이 다가 갔는데도 거위들이 피하지를 않는다.
오히려 반기듯, 인사하듯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나에게 다가선다.
'아저씨! 놀다 가세요' '사진 예쁘게 찍어줘요' 이런 말을 하는듯이 꺼억꺼억 대며...
잠시 연못 안을 들여다 보았으나 아무런 이상한 점은 없다.
'니들 무슨 일이니?' 잠시라도 앉아 거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뭔가 짚히는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배가 고프니 자꾸만 소리치는 거위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한다.
26일, 성남시 상대원동에서는 인근 생태체험장에서 사육 중이던 타조 한 마리가 울타리 틈으로 빠져 나와
복잡한 도로를 뛰어 다니다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50여분만에 포획되었다는 기사가 뜬다.
사육장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자유를 찾아 도망 나왔을까?
마치 내가 답답한 도시를 빠져 나와 이렇게 산골에서 자유함을 찾듯이...
사람도 짐승도 DNA가 생존에 최적화 되도록 진화해 왔으니
그들의 본능은 생존의 최적지인 야생을 쫓아 움직이는 것일까?
고라니와 노루는 때론 동화 속의 장면처럼 평화롭게, 때론 안타까운 모습으로,
그리고 불행한 조우까지도 했었던 14년 동안의 산골생활의 친구들이다.
그동안 만났던 그들의 모습을 블로그에서 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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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배고픈 노루 두 마리가 대낮에 집을 방문했다.
두 마리 중 어미노루는 겨우내 먹질 못했는지 야위고 털도 많이 상한 모습이다.
반면에 새끼노루는 어미젖을 먹고 자란 탓인지 살도 올라있고 털도 예쁘게 자랐다.
사람의 모성애처럼 동물도 암컷의 모성애는 지극한가 보다.
8대째 우리 집에 자리잡고 있는 길냥이도 새끼를 낳으면 꼭 한 마리를 남겨두고 떠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마치 입양을 부탁하고 떠나는 어떤 슬픈 어머니처럼...
그리고 가끔씩 들리지만 자기의 새끼가 먹는 사료에는 입을 대지 않고 가만히 앉아 바라만 본다.
노루도, 고라니도, 그리고 고양이도 사람처럼 그 모성애는 DNA에 각인되어 진화되어온 후손 번식의 본능일까?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3000만 종이 넘는 생물체는 40억년 전에 존재했던 루카(LUCA)라는 단세포 생물의
직계후손이라는 가설이 참일지도 모르겠다.
단세포 생물이 분열법으로 번식할 때는 먼저 DNA의 복제가 이루어지고,
생존을 위해 단세포 생물들이 합쳐져 성의 분화를 이루고,
그리고 짝짓기라는 유전자의 섞임이 반복되는 과정으로 후손을 번식시켜 가는...
그리고 그 모든 생명체의 DNA 분자에는 단백질의 생성에 필요한 정보가 똑같은 방식으로 암호화 되어 있어
세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법이 동일하고,
생명체가 에너지를 추출하고 배분하는 방법인 산화환원반응도 동일하다는 것 때문에
모든 생명체는 한 생명체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다만 30억개의 DNA 염기배열을 지닌 인간은 그 생존의 과정에서 우월한 형질의 획득과 진화로
오늘날의 만물의 영장이 되었을뿐...
걷잡을 수 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위험을 무릅쓰고 대낮에 나의 집을 방문한 야윈 어미노루에게 대접(?)할 마땅한 것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땅에 이제 막 돋아나는 풀이라도 마음놓고 먹게끔 조심스럽게 촬영을 끝낸다.
그리고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양자얽힘을 생각하며 나를 플러팅하는 거위와 내 차에 부딪혔던 고라니,
몇 년 전 옆 밭의 그물망에 걸렸던 노루, 그리고 8대째 나를 스쳐 지나간 길고양이를 회상하며
리처드 도킨스의 말로 엉클어진 생각을 정리해 본다.
'유전자의 조합으로 형성될 수 있는 사람들 중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직 한번도 태어나지 않았다.
......... 빅뱅에서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양자적 법칙에 따라 진행되었는데
이 모든 조건들이 도중에 한번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든 생명은 기적에 가까운 확률 속에서 가능했고 이것이 바로 모든 생명이 소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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