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요나스 카우프만(Jonas Kaufmann) 내한 공연(연주곡 사전 감상 8-투란도트)*마지막회
역시나 드라마틱 테너인 요나스 카우프만이 자신의 성악적 역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을 마지막 노래로 정했군요. 강렬한 고음으로 노래를 마치면 함성과 박수가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앵콜을 외치게 되겠네요.
마지막 곡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Turandot의 테너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마시오(Nessun Dorma)입니다.
마지막 아리아를 감상하기 전에 푸치니 오페라 3부작(Il tritico)의 두번째 작품인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의 간주곡이 연주 되는군요.
단막 오페라 수녀 안젤리카는 3부작 중에서 푸치니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강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17세기 이탈리아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가문의 명예를 위해 강제로 수녀원에 보내진 안젤리카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혼모가 되었던 안젤리카는 강제로 수녀원에 보내져 수녀로 지내죠. 7년이 지나 재산상속 문제로 안젤리카를 찾아온 그녀의 이모는 안젤리카의 아들이 2년전에 병으로 죽었다고 말하죠.
이 말에 좌절한 안젤리카는 세상을 하직하고자 약초를 모아 약을 다립니다. 그녀가 약을 만드는 동안에 신비롭고 감성적인 오케스트라 음악이 간주곡으로 흐릅니다.
https://youtu.be/60C_AcIe3vQ
죽어가던 안젤리카는 성모님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구원해 줄 것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수녀원을 가득 채우고 성모가 안젤리카의 아이를 안고 나타납니다. 약기운이 퍼진 안젤리카는 아이에게 기어가다 그만 숨을 거둔다는 내용입니다.
공연의 마지막 곡은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말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번역을 했네요. 표현은 아름답지만 원래 의미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네순 도르마 Nessun Dorma는 직역하면 "아무도 잠들지 마시오"입니다. 투란도트 공주가 북경 시민들에게 "저 남자의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아무도 잠들지 마시오"라고 명령을 내렸죠.
공주가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릴 때는 당연히 경어체를 사용하죠. 그래야 권위가 있으니까요.
암튼 "아무도 잠들지 말라"라고 번역하는 것도 시적일 수 있지만 문법적으로는 오류입니다.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는 중국 전설 속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투란도트 공주는 어린 시절에 자신의 선조 할머니(오링 공주)가 전쟁 중에 남자들에게 능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성년이 된 투란도트 공주는 선조 할머니의 복수를 위해 남자의 청혼을 받으면 수수께끼 3개를 맞추도록 합니다. 못 맞추면 목을 베는 거죠. 벌써 12명의 왕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때 나타난 남자가 칼라프 왕자입니다. 중국 서쪽에 있는 타타르라는 작은 나라에서 전쟁에 쫓겨 북경에 온 것입니다. 그는 용감하게 청혼을 하고 수수께끼를 모두 맞추죠.
그러나 투란도트 공주는 약속을 어기고 칼라프 왕자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용감한 칼라프 왕자는 그녀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내일 아침까지 맞추면 자신의 목을 내놓고, 맞추지 못하면 그때 자신과 결혼하자고 제안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알아 맞추라는 것이었죠.
공주는 칼라프 왕자의 몽타쥬를 그리게 하고 군대를 풀어 가가호호 방문해서 탐문하지만 외국인인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밤이 깊어가자 초조해진 공주는 북경시민들에게 저 남자의 이름을 알아맞출 때까지 아무도 잠들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칼라프 왕자가 멀리서 투란도트 공주의 불켜진 방을 바라보면서 당당하게 노래합니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노래입니다.
이 곡 배우실 분들을 위해 이탈리아 가사와 함께 소개합니다.
노래가사는 제가 최대한 직역했습니다.
Nessun dorma! 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마시오, 아무도 잠들지 말아요
Tu pure, o Principessa nella tua fredda stanza
오, 공주, 당신도 당신의 차가운 방 안에서
Guardi le stelle che tremano d’amore e di speranza
저 하늘의 별들이 사랑과 희망으로 빛나고 있는 걸 보고 있겠지
Ma il mio mistero e chiuso in me
하지만, 내 비밀은 내 안에 잘 숨겨지 있지
Il nome mio nessun saprà! No, no
아무도 내 이름을 알지는 못할 거야! 아무도 모를 거야.
Sulla tua bocca lo diro, quando la luce splenderà!
날이 밝아 오면, 그대의 입술에 입맞춤하며 내 이름을 말해주리다
Ed il mio bacio scioglierà il silenzio che ti fa mia!
내 입맞춤으로 침묵은 끝나고, 당신은 내 사람이 될 것이오!
Dilegua, o notte!
오, 밤이여, 어서 지나가거라
Tramontate, stelle, tramontate stelle,
별들아, 어서 사라지거라, 어서 사라져!
All’alba vincerò, vincero, vincero!
동이 트면, 내가 이길 것이다. 내가 이길 거야. 내가 이길 거라구!
이 곡을 테너 영웅 아리아라고 합니다. 그만큼 영웅답게, 카리스마 넘치게 불러야 합니다. 카우프만처럼 드라마틱 테너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아리아입니다.
https://youtu.be/-SpKFkjlO8Y
결국, 칼라프 왕자의 용기있고 진정성있는 행동은 얼음공주 투란도트의 완고한 마음을 녹게 만듭니다. 그녀는 복수심을 버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사랑의 가치를 찾게 되죠. 두 사람의 사랑은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3월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요나스 카우프만 내한 공연의 연주곡을 미래 감상할 수 있도록 8회에 걸처 공연 순서대로 음악의 내용과 영상을 스토리와 함께 소개했습니다.
직접 공연장에 가시는 분은 최고의 테너가 보여주는 극적이고 화려한 노래들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직접 공연장에 가지 않더라도 이 밴드에서 공연 장면을 상상하면서 음악을 들으면 더 큰 감동이 밀려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