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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해석 및 시 맛있게 읽기 스크랩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김광석
은하수 추천 0 조회 12 14.01.07 12:0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그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부신 곳 그 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 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 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으로 나온 송강호의 대사가 생각난다. “광석이는 왜 그렇게 빨리 죽었다냐?” 1996년 1월6일 서른셋의 나이로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김광석의 죽음은 18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의문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가장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던 시기였기에 더욱 미스터리다. 당시 그의 아내는 "남편이 가수생활 10년 만에 라이브콘서트 1,000회 기록을 세운 뒤 '더 이상 음악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자괴감과 허탈감에 시달려왔다"고 말한 것에서 자살의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시는 그가 작사한 노랫말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가사인데 그를 추모하며 단상을 이끌어내고자 불러들였다. 그의 노래는 대중적이고 일상적이지만 다른 대중가수와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평론가를 포함한 문인들에게 문학과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김광석을 꼽았다. 우선 그의 짧은 생애가 천재적인 삶을 살다간 요절문인과 닮았고, 맑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시적이며, 아픔과 허무가 배어든 노래 가사와 가락이 다 문학적이란 것이다. ‘서른 즈음에’는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1990년대 이후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 1위에 선정된 곡이기도 했다.

 

 그래서 '서른 즈음에'는 30~40대 청춘들의 삶을 융숭 깊게 했으며,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황지우의 시 ‘늙어가는 아내에게’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생을 성찰케 하면서 그들을 위로했다. 오래 전 한 주점에서 군에 입대하는 친구를 위한 젊은이들의 송별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침 주점의 스피커에선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왔고 잠시 가게 안이 조용했으며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란 대목에 이르자 무리 가운데 여자 둘이 훌쩍훌쩍하더니 엉엉 울어재끼는 처연한 광경을 목격했다. 김광석의 노래는 그렇듯 사랑을 더 열렬하게 하고 이별을 더욱 애틋하게 하며 삶을 진지하게 한다.

 

 그의 노래는 정갈한 고독과 우수를 느끼게 하고 시적인 울림으로 공명한다. 음유시인 김광석을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하고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유다. 그가 살았다면 올해 만 나이로 쉰이 된다. 오늘 그를 추모하며 곳곳에서 김광석을 다시 부를 것이다. 오늘 오후 6시 그의 고향인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 안에 조성된 김광석길 쌈지공원에서도 1시간동안 김광석 추모콘서트를 갖는다. 최근 그의 노래가 다시 주목받으며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그를 몰랐던 젊은이들도 그의 노래에 빠져들고 있다. 역시 장르 불문 좋은 예술은 긴 세월 세대를 넘어 대중들이 알아 모시는 법이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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