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대한민국을 받치고 있는 안보의 3대축(軸)은 국군의 전투력, 한미동맹과 유사시 우방국의 지원이다.
작년 북한의 탄도탄 대량발사 무력시위에 이은 핵실험은 우리에게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위기라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핵무기·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탄), 117만의 정규군과 770만의 예비전력을 모두 갖춘 군사강국이 되었다. 반면 우리는 대량살상무기가 없고 67.4만의 병력과 304만 예비군으로 우리의 적인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열세한 전력보완에 대비하기는커녕 스스로 안보의 3대축을 동시에 무너뜨리고 있다.
첫째, 국군의 전투력이 약화되고 있다. ‘국방개혁 2020’에 따라 2020년까지 병력을 50만으로 줄이는 계획이다. 특이한 것은 국방개혁이 국회를 통과(2006.12)하기도 전에 군사력이 이미 감축되고 있었던 것 같다. 국방백서에 의하면 2004년 말에 68.1만 명이 2006년 말에 67.4만 명이 된 것이다. 북핵 위협에 관계없이 병력감축을 계속했다는 것 아닌가.
반면에 북한은 1990년대 중반 핵무기를 보유한 이후에도 병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있다. 이미 외부의 침략에 대한 억제력을 보유했고 경제난 등으로 병력규모를 당연히 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강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당시 80여만 명에서 지금은 117만 명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병사들의 복무기간 단축까지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2개월을 단축한데 이어 금년 2월에 발표한 국방부의 ‘군복무기간 단축계획’에 따라 앞으로 연차적으로 6개월이 추가 단축된다. 10년씩 복무하는 북한군 병사들에 비해 우리 장병들의 전투수행 능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리고 '무형전력'인 정신전력에서도 2004년에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삭제했다. 이후 장병들은 대적관에서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자의 80%가 우리의 주적이 ‘미국과 일본’이라는 면접시험 결과를 보더라도 젊은이에 대한 안보교육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반면 북한은 '선군정치' 하에 전인민이 전쟁의지를 다지고 있다.
둘째,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연합사령부(이하 연합사)가 해체된다. 양국 국방장관이 2006년 10월 제38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최초로 논의하여 합의한 사안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새벽(미국 현지시각 2007년 2월 23일) 양국 국방장관이 2012년 4월 17일에 해체하기로 날짜를 못박아 전격 합의한 것이다.
국민들은 정말 어리둥절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이란 용어도 작년 6월 정부의 발표로 처음 알았다. 연합사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사전에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로 그 역할을 1978년부터 수행해오고 있다. 연합사는 한국안보를 탄탄히 보장하는 대들보이다. 그리고 주변국과의 무력충돌이 예상되는 독도문제, 이어도 문제도 연합사가 있을 경우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의 국력으로는 북한은 물론 주변국과의 분쟁을 혼자서 감당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한국전쟁의 영웅, 국방장관과 각군 참모총장, 연합사부사령관 등을 역임한 군원로들과 국민 다수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 전문가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3군사관학교 총동창회 등 예비역 단체와 227개 시민사회단체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1일, 250만 명 서명자명부를 공개하면서 천만명 목표달성에 매진하기로 재 다짐했다. 또 같은 날 국회국방위는 '북한 핵 해결 전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반대 결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런 국민의 여론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나서서 한미연합사해체를 서두르고 있다니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미연합사령부가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방위체제라는 것은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오랫동안 연합사와 합참 그리고 작전부대에 근무하면서 연합작전을 기획하고 실제 훈련에도 참가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의 생각도 이들의 평가와 다를 바 없다. 일본은 현존위협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일미군을 증강하고 있으며, 2008년까지 우리와 같은 연합사체제를 갖추기 위해 미국과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우리 국방부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셋째,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의 해체이다. 북한 핵문제와 연계하여 한미정상은 2006년 11월 북한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유엔사의 해체여부는 북한의 수중으로 넘어간 상태다.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는 조기에 ‘북한 핵의 완전한 제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에 전력을 쏟고 있어 한국의 안보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더우기 일부 미국·일본의 조야에서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데 우리가 지원한 자금과 대북정책이 도움을 주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과 북한은 이 문제를 서두르고 있는 것 같고, 우리정부도 이에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칠 파장이 간단치 않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에 ‘유엔사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전면철수’를 보장받게 된다. 평화협정 체결로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미간의 군사훈련도 불가하다. 앞으로의 어떤 위협에도 우리 혼자 감당해야 한다. 유엔사가 해체되면 북한이 남침 시 유엔 등 우방국의 즉각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이제 북한은 남은 대량살상무기(핵무기 제외)와 막강한 전력으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의 처지가 월남 패망 직전과 같은 상황이 아닌가'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월남이 월맹과 1972년 파리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1975년에 바로 공산화되었다. 미군과 연합군이 철수하면서 넘겨준 장비로 무장한 월남은 월맹보다 군사력이 5배 이상 강력했으나 결국 공산화를 막지 못하고 패망했다.
우리 국민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안보의 3대축이 더 이상 붕괴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모두 위급함을 인식하고 행동을 할 때다. 지금 행해지고 있는 국방, 안보정책은 하나같이 우리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들이다. 그동안 북한정권이 ‘한반도 공산화’를 위해 50여 년간 줄기차게 요구해오던 것들이다. 우리가 남북한 간에 실질적인 ‘평화공존시기’에 진입한 후에나 취할 수 있는 정책들이다. 북한의 핵문제만 해결하는데도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다. 핵문제가 해결되어도 다른 대량살상무기 해체 문제가 또 남아있다. 그런데 첨예한 남북의 현 대치상태에서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연합사·유엔사 해체와 군복무단축은 절대 안 된다. 병력 감축을 중단하고, 미2사단의 후방배치에 따라 휴전선 병력을 오히려 지금부터 증강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부활하여 국군과 국민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 국가가 위난을 당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가의 안보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군에서 고위직을 수행했던 원로와 간부출신 예비역들이 앞장서서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고, 특히 후배들이 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야 할 것이다.(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