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원에서 하룻밤을 유숙하다.
아침 6시 반 대구행 버스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 서대구에 도착 택시를 타고
공무원 연수원에 도착 커피를 마시고
오전 세시간, 오후 두 시간 강연을 마치고 나니 오후 다섯시,
다시 택시를 타고 서대구 터미널에서 동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이화령을 넘고 충주를 지나
동서울에 도착한 시간 밤 여덟시 53분,
신철원행 버스를 9시 10분에 탔다.
도착시간 10시 55분, 늦은 밤이다.
'박스 도로시' 이름도 이상한 모텔
일행들은 먼저 잠들었는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고
307호 들어서자 생각보다 방이 깨끗하다.
쓰러지듯 잠들었다 깨어난 시간 새벽 3시 5분,
낮선 땅, 내가 33개월 15일을 근무했던 동송읍 구철원이 아니고 신철원 지포리
하지만 이곳도 분명히 쇠둘레의 땅이다.
문혜리 진지와 용화동 포 사격장이 멀지 않은 곳
이곳을 얼마나 여러번 지나갔던가?
어느 해 가을 사회주특기가 무당이었던 동기와 밤 마실을 가서
점을 쳐주는데, 신철원 고등학교에 다니던 안 여학생이 점을 봐주던 동기에게
"군인 아저씨 저는 시집을 몇 번 갈 것 같아요?" 해서
당황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신철원의 밤은 깊고도 깊다.
그 여학생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으며
정복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그 점쟁이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렇게 세상을 주유할 시간 그리 많지 않으리라.
그런데 가끔씩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길을 묻고, 날짜를 세고, 인생길의
거리를 재어 보며, 다가올 액운에 번민한다." 고 말한 호라티우스의 말처럼
이런 저런 생각으로 세상을 소모하며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많다.
지나고 나면 하찮고 쓸데 없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또한 세상을 사는 누구나 견뎌야할 것이라는 것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보맨다.
철원과 파주 일대를 돌아다닐 오늘
나의 눈길이 가장 강하게 멈출 곳
그곳이 과연 있을까?
경인년 삼월 스무나흘
출처: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