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에 "심장판막증"이라는 숨 차는 병이 있었고 병원에도 다니고 약도 먹으며 몸이 너무 약해서 어머니께서 약사나 의사에게 시집을 가야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어머니께서 당신 마음에 꼭 드는 전도사에게 딸을 시집보내셨고 결혼한 후에 개척교회 목회를 하고 주님의 은혜로 바쁘게 뛰어 다니고 직장에 다니며 세 아이를 낳으면서 너무나 건강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와서 이제 30년이 되어 가는데 그동안 건강 보험이 없이 세 어린아이를 기도로 기르면서 어려운 일이 없이 잘 살아 왔다. 아니 막내딸이 큰 화상으로, 아들이 학교에서 팔이 빠져서 왔는데 병원에 안 가고 회개하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냥 견디고 다 나았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이제 다 커서 결혼하고 집을 떠나 자식들을 낳고 이제는 남편과 나와 두 사람이 살고 있다. 큰 딸이 효녀라 마취과 의사인 남편을 대동하고 세 아이들을 데리고 또 한국에서 돈을 잘 버는 막내 여동생까지 불러서 자기 집에 데리고 살면서 아빠의 목회를 돕느라고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와서 교회 일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여러 가지를 보살펴주고 있다.
남편은 천국에 보험을 든다고 하며 비싼 의료보험을 안 들어서 이제껏 의료 보험 없이 잘 살아왔는데 최근 수년 동안 어쩐 일인지 내가 계속 넘어지고 다쳐서 내 몸은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 제일 먼저 주일에 교회 층계에서 넘어져서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우리 교회에서 그 층계에서 넘어진 사람은 나밖에 없다. 넘어지면서 순간적으로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고 진심이었다. 만약 머리가 다쳤더라면 큰 병신이 되지 않았을까. 연약한 손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보호하느라고 자기 몸을 다친 것이었는데 심하게 아프지가 않았고 주일 대예배를 다 드리고 집에 가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그냥 손을 못 쓰고 지내다가 장로님이 운영하시는 한국 병원에 가니 일단은 엑스레이를 찍어오라고 하시고 소개를 해주어 찍으러 가니 보험이 없으면 일시불로 내면 30% 깎아준다고 해서 60불 쯤인가를 내고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가지고 다시 병원으로 가니 필림을 보시고 장로님이 손에 대는 보호대를 대고 튀어나온 곳을 누르고 붕대를 감아 주셨다.
밤에 너무 아파서 꽁꽁 묶어 놓은 곳을 느슨하게 풀고서야 아픈 것을 견딜 수가 있었고 그렇게 붕대를 감고 뼈가 붙기를 수 주일을 기다리면서 오른손을 못 쓰고 왼손으로 불편하게 쓰면서 살았는데 손이 어떻게 될 것인가 두려워하고 기도하면서 지냈다. 새끼손가락이 좀 구부러져 있지만 불편 없이 지금 잘 지내고 있다.
그 다음에는 산에 등산가서 내려올 때 신나게 뛰며 내려오다가 나무뿌리에 걸려서 넘어지면서 왼쪽 어깨 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그때도 엑스레이만 찍었고 몇 달을 고생하고 손을 쓰지 못하고 지내다가 낫게 되었다.
그 다음에 빙판길에서 넘어져서 엑스레이를 찍으니 왼쪽 무릎 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마침 뉴욕에 사는 의사 며느리가 와 있었는데 집에서 마취과 의사 사위가 마취를 하고 며느리는 주사바늘로 검은 피를 두 번이나 뽑아냈고, 막내딸은 비디오로 찍었다. 그리고 의료기 가게에 가서 긴 보조대를 끼고 몇 달을 살고 나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손님으로 온 여자 분이 산에 가자고 해서 두 여인을 데리고 우리 동네의 자랑인 산으로 등산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꺾으며 다쳤는데 어쩔수 없이 30분을 걸어 내려오는데 운전을 하고 교회에 와서 다리를 보니 퉁퉁 붓고 이제는 한 발자국도 디딜 수가 없게 되었다. 엑스레이를 찍으니 발목뼈 양쪽 두 군데나 나가서 대 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하다.
이제껏은 엑스레이만 찍고 집에서 기도하면서 몇 달씩 고생하고 나았는데 이제는 내가 그렇게나 두려워하던 수술을 하게 되었고 의료보험도 없으니 보통문제가 아니다. 타교회 장로님이신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서 스페셜 의사에게 가서 엑스레이를 보여주고 보험이 없으니 돈을 어떻게 낼 것인가를 의논하라고 하고 만약 받아주지 않으면, 자기가 이머전시로 큰 병원으로 보내서 일단 수술을 하고 나중에 돈을 갚는 방법으로 하겠다고 하시는데 그것은 갑절로 비싸고 평생 빚에 허덕여야 하는 방법이다. 이제는 교회에서 집에서 자녀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소동이 났다. 남편은 교회에서 기도하면 낫는다고 성도들에게 일만불짜리 기도를 부탁했다.
사위가 일하는 큰 병원에 알아보니 4만 불인데 40% 디스카운트해서 24,000불로 해주겠다고 해서 금요일에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갑자기 목요일 9시에 수술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했다. 사위와 딸이 새벽 6시30분에 와서 나를 데리고 그 병원으로 가서 침대에 누워 옷을 갈아입고 마취를 하는데 내가 벌벌 떠니 딸이 "엄마 그렇게 무서워요?"한다.
1시간 30분 정도 수술을 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동안 죽어 있었나 보다. 두꺼운 구두를 신고 퇴원해서 코스트코에 가서 진통제 약을 사고 집으로 오는데 4시간마다 먹으라고 한다. 진통제 때문인지 많이 아프지 않고 잠을 많이 자다가 깨어 아프려고 하면 또 다시 약을 먹곤하다가 그 약이 낫는 데에 효험이 없다고 해서는 안 먹기로 했는데 그다음에는 견딜 만하고 무엇보다 걱정하던 수술을 해서 마음이 시원했다.
수술 의사는 사위와 같이 일하는 의사로 제일 잘하는 의사라고 한다. 수술비는 6,544.불이 나왔는데 아들이 카드로 다 냈다고 한다. 너무 실비로 잘해 주었다고 감사해서 사위가 병원 전 직원들에게 다음날에 베거 빵을 사서 돌렸고 수술 의사 부인에게 좋은 선물도 했다고 한다.
교회 노인이 쓰지 않고 집에 둔 휠체어도 빌려오고 병원에서 목발도 주어서 겨드랑이에 목발을 끼고 걸으며 낫기를 기다린다. 남편과 성도님들과 자식들에게 온통 걱정을 끼쳐드리고 기도를 받으며 음식들을 풍성히 해 오셔서, 내가 해서 먹을 때보다 진수성찬이다. 모두에게 공주님 대접을 받는다고 부러워하는 분도 있어서 그러면 당신과 바꾸겠느냐고 하니 질색들을 하신다.
모두가 지극정성으로 대접을 해준다할지라도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타코마의 8월 한 달을 나 홀로 집에서 휠체어를 타고 하늘을 바라보고 언제나 걸을 수 있을까 탄식하는 고독은 참으로 슬프다. 두 딸들은 8월 한 달 동안 교회의 여름아카데미를 시작해서 정신 없이 바쁘고 교회도 매일 잔치를 하는데 내 생각이 난다고 하고 음식들을 가지고 온다.
남편이 새벽기도를 나가고 난 후에 나 혼자 통곡하며 큰 소리로 회개하고 기도하다.. 특별히 그 동안 남편에게 많이 반대하고 남편이 미워서 나 혼자 욕을 한 적이 많았는데 그것을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지만 주님은 다 아신다. 나는 남편은 안 무서운데 공의의 하나님은 너무 무섭다.
내가 얼마나 교만하고 강팍하면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혼내주실까? 마귀는 욕심쟁이이고 처음부터 살인자이고 거짓말쟁이인 거짓의 아비(요 8:44)로 하나님 앞에서 밤낮 의인을 참소하는 자인데 내 모습이 바로 그 모습이 아닌가. 나는 욕심쟁이이고 남편이 사랑하는 의인들을 미워하고 남편 앞에서 참소했고 천사 같은 신앙 칼럼을 쓰고 기독교 신문사 사방에 연재하면서도 내 신앙은 그렇지 못하니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닌가.
내 죄가 너무 커서 하나님께서 금방이라도 내 생명을 거두어 갈 것만 같은 두려움에 "오! 주님 너무나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마귀 짓을 안 하겠습니다. 이제 이 발로 걷게 해주시면 복음의 신을 신고 복음을 전하겠습니다."라고 통곡하고 회개 기도를 뜨겁게 하고 나니 놀라운 평강과 감사가 밀려왔다.
계속 다치면서 인터넷으로 보던 드라마도 끊었고 텔레비전도 일체 안 보면서 산다. 남편과 자녀들과 성도들이 모두 너무 잘해주지만 그러나 남편은 계속 나가서 살고 자녀들은 너무 바쁘고 나 혼자 휠체어를 타고 푸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내가 언제 밖에서 걷고 뛰었던가 하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그리고 성전 수리를 하다가 목뼈를 다쳐서 목만 빼고 온 몸을 못 쓰는 장애자가 된 젊은 목사님 생각이 나며 그 삶이 얼마나 고달픈 것일까를 생각하며 다시금 마음이 저려온다. 그래도 나는 혼자서 성경을 읽고 인터넷도 하고 글도 쓰고 하며 예전부터 혼자서 잘 지내는 사람이기에 다행이다.
그러나 발로 걸을 수 없으니 손도 마음대로 쓸 수가 없고 이층으로 가려면 짐승처럼 기어가야 하고 너무나 불편한 생활을 하면서 장애자들의 괴로움과 고독을 체험하게 하시니 너무나 감사하다. 나 이제 걷게 하시면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새롭게 살겠습니다. 결심하게 하시고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 순종하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다짐하니 고난이 나에게 큰 유익이 된 것이 너무나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