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체험 수기] 특별상 수상작,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만난 하느님'

[포청]

[신앙체험 수기] 특별상 수상작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만난 하느님' 

글 정숙희 헿레나 마산교구 창원 사파공동본당

 

저는 1987년부터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많은 환자들의 애환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약 30년 가깝게 이 활동을 해오면서 그중에서도 더욱 가슴속에 남아 있는 체험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지만 그중 몇 분의 사랑 체험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A씨는 64세 남자로 대장암을 진단받은 환자였습니다. 종교는 불교이고 가족은 부인과 슬하에 3남매를 둔 가장으로 자녀들 모두 결혼한 상태로 2년 전 대장암 판정을 받은 후부터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정성껏 치료하였으나,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의사선생님의 진단을 받고 집에서 요양하고 계시다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였습니다.
 

처음 만남은 너무나 인상도 좋으시고 겉으로 보기엔 환자같이 보이지 않는 멋지고 품위 있는 분이셨습니다. 환자는 건설회사 부사장을 지내기까지 공학도로서 젊음과 열정을 일에 쏟으신 분이셨습니다. 봉사자인 저희 호스피스를 대하시는 태도 역시도 긍정적이시고 호의적이신 분이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며 반갑게 첫 인사를 하고 보호자와도 인사를 나누고 나니 환자가 얘기도 잘하시고 병실 분위기도 아주 잘 이끄시는 분이셨습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수녀님과 저희 봉사자들이 기도하면 불교 신자이면서도 함께 해주셨고 병실 전체를 기도 분위기로 이끄시는 분이셨습니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가까워졌고 시원한 식혜를 좋아하신다고 해서 만들어서 가져다 드리기도 하며 환자도 보호자도 많이 편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더욱 마음도 빨리 열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좋은 인상만큼 방문할 때마다 언제나 편안하고 반갑게 맞아주시고 고마워했습니다.
 

환자의 고향 얘기중에 간병하는 부인이 저의 여고 후배임을 알게 되었고 그런 관계로 더욱 빠른 시간 안에 더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차츰 만남이 거듭되면서 환자가 속마음을 털어놓으시며 “자신이 젊었을 때 너무 죄를 많이 지어서 이렇게 죽게 되었다”는 말씀을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말씀이신지요?” 하고 손을 잡고 마주 앉아 조용히 들어보니 “아내에게 너무 많은 잘못을 했다”면서 “그때는 왜 그랬는지 많이 후회하고 있다”면서 “참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했어요…”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환자는 “젊을 때는 왜 그리도 집사람을 구속하고 못살게 굴었는지…. 아내 말은 아예 듣지도 귀에 담지도 않았다고…. 이제야 아내의 말이 귀에 들어오네요” 하며 후회와 속죄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부인에게 “정말 미안하고 너무 잘못했다”면서 후회의 눈빛을 보였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부인 역시도 아들과 며느리가 방문을 오니까 잠깐 아빠 옆에 있게 하고 자리에서 나와 상담실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시집 와서 아이들 클 때까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면서 눈시울을 적시며 “그간의 고통을 쏟아내었고 말로 다 못한다”며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어쩜 보기와는 너무 다른 그런 행동을 하였을까? 믿기지가 않을 정도여서 마주 보고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울다가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부인은 “그래도 제일 안 된 사람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남편이 아니겠느냐”고 하면서…. 참 가슴 아픈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지만 그래도 연민의 정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용서 청하고 뭉쳐있는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회개하고 미안해하고 이 아픈 가슴과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며 위로했습니다.
 

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는 중에 부모 형제와의 관계도 잠깐 언급했는데 완전히 불목하고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 가정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주님의 평화의 도구가 되어 이 가정이 주님의 자비로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좋은 시간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수녀님과 의논하여 이 가정이 화해하고 일치하도록 기도했고 먼저 환자의 남동생과 전화 연락을 해서 형님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방문해 줄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형님의 마음을 좀 풀고 화해하고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며 “형님이 잠결에도 동생 이름을 부르면서 찾기도 한다”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버님과 다른 형제들에게도 연락해서 환자를 방문해 줄 것”을 당부
드렸습니다.

이리하여 형제들의 방문이 시작되었고 얼마 후 환자의 아버님께서도 방문하시어 손을 꼭 잡고 “나는 네가 이렇게 아픈 줄도 몰랐구나!” 하며 부둥켜안고 우시고는 격려와 용돈까지 손에 쥐여 주고 가셨다고 그것을 손에 꼭 쥐고 기뻐하셨다고 보호자도 기쁨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골이 깊은 가족과의 관계 안에 응어리도 풀려가기 시작했고 환자와 부인과도 화해 작업이 이뤄져 부인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남은 시간 동안 진심을 다해 사랑을 다져 나갔습니다. 아들 딸 며느리도 하나 되어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아낌없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마사지도 해드리고 함께하며 얘기도 들어 드리기도 하며 정성을 다했고 매번 반갑게 기다린 듯이 맞이해주셨습니다. “병동 생활이 너무 마음에 드신다”면서 “집보다 더 편안하고 마음도 편하다고 하시며 병동의 호스피스팀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친절하게 사랑으로 돌봐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수녀님과 봉사자의 따뜻한 돌봄과 간절한 기도 치료 요법 중 꽃을 직접 꽂아 보는 원예요법과 배가 아플 정도로 실컷 웃어보는 웃음 요법, 미술ㆍ음악요법들 모두가 우리 환자들과 가족들의 아픔과 외로움의 상처들을 보듬어 주며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연장선상임을 느끼게 된다”고 너무나 고마워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호스피스 병동을 많이 홍보해야 한다”시며 도민 일보에 인터뷰를 청해 직접 하시는 열정적인 모습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입원 중에 환자의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축하 케이크와 꽃다발을 전하고 병동팀 모두는 축가를 부르며 축하해 드렸고 환자 가족 모두가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칠세라 마지막 길에 작은 행복까지도 모두 간직하고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돌보았습니다. “이렇게 간절한 신체적 정신적 보살핌 안에서 수녀님과 봉사자가 열심을 다하시는 도움의 천사들을 보면 하느님 계신 것은 분명한데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하시면서 “당신을 위해서 간절히 기원하고 계시는 스님을 저버릴 수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기도는 거절하지 않고 항상 함께 해 주시는 멋쟁이셨습니다.
 

이런 분에게 하느님께서 꿈에 나타나시어 환시를 통해 두 차례나 체험할 수 있도록 보여주셨습니다. “꿈에 죽을 위험이 두 번 닥쳤는데 그 위기를 막아 주시는 꿈을 꾸었다”면서 “그분이 하느님이심을 보여 주셨다”고 하면서 그 뒤부터는 차츰 마음의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에 대한 인간적인 갈등도 그분에 대한 감사로 시간이 가면서 차츰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을 믿고 세례를 받을 결심을 하게 되었고 수녀님과 함께 세례 준비를 시켰습니다.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가족들 모두도 기뻐하며 아버지의 뜻에 따랐습니다. 열심히 기도문을 외우며 부인도 아들 며느리도 딸과 외손자까지도 모두 기도문을 열심히 외우며 아버지의 세례를 기쁘게 준비하였습니다.
 

세례 준비를 하면서도 수녀님과 봉사자들 덕분에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면서 너무나 고마워했습니다. 그래서 세례명도 천사를 뜻하는 ‘안젤로’라 지었습니다. 드디어 온 가족이 둘러서서 부인과 딸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삼촌까지도 함께하는 기쁜 세례 날. 환자는 안젤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수호천사가 축복으로 감싸 주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병동 가족 모두가 기쁨으로 축하해 드렸고 온 가족이 함께 사진도 촬영하며 사랑으로 하나 됨을 볼 수 있었고 이 행복이 영원히 깨지지 말았으면 하는 기원도 해 보았습니다.
 

그런 행복도 잠시 환자의 얼굴엔 차츰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말씀도 잘 못하시고 더 이상 우리가 해 드릴 것이 없어지며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이기를 며칠, 환자는 온 가족과 우리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오열하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하느님 품으로 갔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외손자가 간절히 기도하면서 “이제 다시는 우리 할아버지를 볼 수 없지 않으냐”며 너무나 슬프게 할아버지를 붙들고 우는 모습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더 미어지게 했습니다.
 

“하느님, 안젤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하며 기도드린 후 우린 준비해서 장례식장으로 이동하여 최선을 다해 기도하며 연도와 상가 돌봄으로 가족들을 위로하며 삼일장을 잘 도와 마지막 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거룩하게 하고 장례 후에도 꾸준히 보살펴 부인과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 등 온 유족들을 성교회로 입교시켜 교리 중에도 열심히 돌봐드리고 가족 모두에게 천사 대천사 세례명으로 영세시켰습니다. 이렇게 온 가족을 하느님께로 이끄시는 놀라우신 하느님의 섭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장부를 하느님 품으로 보내고 큰 슬픔을 당한 안젤라씨지만 주님께 의지하여 새 힘을 얻고 영세 후 바로 레지오 활동과 성가대 활동으로 슬픔을 이기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고 그 후 성당에 입교식이 있을 때마다 친구들도 성교회로 데리고 와서 교리반에 동행하며 주님을 전하는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주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당신이 도구로 쓰시도록 내어드릴 것임을 많은 분을 하느님 품으로 보내드리면서 다짐해봅니다.  우리에겐 그냥 주어지는 평범한 하루가 환자들에게는 애타게 소망하는 하루입니다. 우리를 도구로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호스피스 활동으로 삶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행복한 호스피스 봉사입니다.  

 B씨는 50대 초반의 여성 환자로 위암 진단을 받고 바로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위 절제술을 시행하고 그 후 요법치료를 2년여에 걸쳐 치료하였으나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함으로써 만난 환자입니다.
 

이 환자는 위암 말기로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 오심 구토가 심하여 수액과 통증 조절을 위해 입원했습니다. 환자는 첫 만남 때부터 매우 순박했고 환한 미소를 띈 얼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순박한 인상 때문인지 더욱 마음이 끌렸고 매일 가서 함께했습니다.
 

옆에서 엄마를 돌보는 딸은 엄마를 간병하기 위해 교직 생활을 휴직했다고 합니다. 지극 정성으로 엄마를 돌보는 모습이 같은 병실의 환자나 보호자 호스피스팀 모두가 감동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딸도 엄마를 닮아 매우 순수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딸이 엄마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엄마의 손 발이 되어주며 엄마 마음에 쏙 들도록 정성을 다해 간병했습니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고 마음속에 맺혀 있는 속내를 힘들게 터 놓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관계 안에서 남편과 자식들은 너무 잘해서 갈등없이 살았는데 동서와의 갈등이 너무 심해서 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내 스스로는 용서할 수 없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용서하도록 우리 기도하자면서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관계는 돈독해졌고 매일 기다려진다고 해서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매일 가서 함께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처녀 때부터 가톨릭 신앙을 갖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지 않아 여태 세례를 받지 못했다고 하며 지금이라도 주님께 의탁하고 매달리고 싶다면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때부터 매일 교리를 가르치고 영세 준비를 시키면서 동서를 용서하고 서로 화해할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주님께서 기도를 들어 주셔서 영세 전에 동서한테 전화해서 용서를 청하고 동서가 병실에 방문을 와서 서로 부둥켜안고 화해하며 눈물을 흘리는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그 후 제가 대모를 서주기로 하고 마리아라는 세례명으로 영세하게 되었습니다. 영세하는 날엔 퇴근한 남편과 아들이 꽃바구니와 케이크를 준비해 오셨고 우리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여러 가지 선물과 꽃다발을 준비해 병동 전체가 축하의 꽃다발로 환해졌으며 마리아씨도 남편도 아들 딸 모두가 너무 기뻐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사진도 찍고 신부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 성가를 힘차게 부르며 함께 축하해 드렸습니다. 마리아씨는 하느님의 자녀됨을 너무 기뻐하며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의탁하는 기도를 정성껏 바쳤습니다. 매주 할 수 있는 한 미사 참례도 하려고 노력했고 너무 행복해 했습니다.
 

얼마 후 대녀 마리아씨는 “제가 하느님 품에 갈 날이 얼마 안남았는데 대모님, 제가 말을 할 수 있을 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하더니, 딸 지영이를 꼭 좀 돌봐달라면서 딸도 주님을 믿도록 도와 주시고 딸에게도 대모님이 되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해서,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리아씨의 상태는 효성스런 딸의 지극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악화되어 갔습니다. 보는 이의 마음을 너무나 안타깝게 하면서까지 하느님께 갈 준비를 정말 잘하던 어느 날 새벽 간호사실에서 마리아씨 임종이 가까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급하게 달려가서 가족들과 임종경을 바치는 중에 마리아씨는 하느님 품으로 갔습니다.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마리아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아낌없는 사랑과 간절한 기도로 애원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영원한 안식을 찾았습니다. 마리아씨 남편은 “딸과 아들의 결혼이라도 시키고 하늘나라로 갔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는데…” 하며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제 손을 꼭 잡고 그동안 너무나 고마웠다고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장례식장으로 내려가서 모든 예식을 천주교 예식으로 도와드리고 입관도 우리 손으로 정성껏 해드리고 매일 연도와 상가 돌봄을 정성껏 하여 장례 미사를 드린 후 납골당에 모셨습니다. 또한 미사전에 군대에서 영세를 하고 냉담하던 아들과 큰 이모의 냉담을 회두시켜 더욱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후 매주 어머니를 위해 연미사를 봉헌하도록 권유하니 가족 모두가 흔쾌히 응해주셨고 아들 딸 남편을 매주 성당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50일째 되는 날까지 미사를 봉헌했고 그 후 그녀의 마지막 부탁인 딸 지영이를 교리반에 입교시켜 매주 교리반에 동행하며 돌보다가 로사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게 되었고 엄마 부탁대로 제가 대모가 되었습니다. 딸 로사의 대모가 된 저는 항상 마음속으로 로사의 짝을 좋은 하느님의 자녀중에 건실한 청년을 만날 수 있도록 항상 기도 중에 간절히 바랐습니다. 주님께서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주님 안에 열심한 청년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로사가 결혼하던 날 신랑감이 “대모님,  이제 걱정마세요. 제가 열심히 신앙 생활하며 로사랑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하며 너무 고맙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이 장한 사위를 마리아씨가 하늘 나라에서 보고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저를 호스피스로 부르셔서 하느님 당신의 도구로 써주심에 정말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주님! 당신을 항상 사랑합니다 하느님! 이 모든 영광을 당신께 드립니다.
 

C씨는 73세 남자 간암 환자로 진단 후 바로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집으로 퇴원하여 계시던 중 식욕 부진, 복수 차오름,  호흡 곤란을 겪고 응급실을 통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입원한 환자였습니다. 처음 병실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 저는 이 병동에서 봉사하는 호스피스 봉사자예요”하고 인사를 드렸더니 “호스피스가 뭐요? 처음 들어보는데…”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네, 여기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하는 봉사자를 호스피스라고 해요. 아, 그런 곳이구나….
 

저는 어르신 손을 꼭 잡고 “여기 호스피스 병동에 참 잘 오셨습니다” 하며 환자 앞에 앉았습니다. 그랬더니 “내가 암이지? 내 친구도 암으로 죽었는데 토하고 복수 차고 하던데….” “아~그러셨군요.  그래서 어르신도 암이라고 생각하셨군요?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의 고통을 덜어드리려고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도 우리 봉사자들도 모두 최선을 다 할겁니다.” “하기야 암이라도 할 수 없지 뭐….”
 

환자는 차오르는 복수와 구토,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워 했으며, 자신의 병이 간암일 거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우울해 하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 버리지 못해 불안해 했습니다. 환자는 이지적이며 누구에게도 쉽게 굽히지 않고 자신감있게 살아오신 분으로 말수도 적으신 편이셨다.
 

그날 오후 며느리 되는 분과 얘기를 해보니 “차마 우리 입으로 암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어요.” 하며 암인 것을 알리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시아버님이 그 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 남은 삶을 좀 더 의미있게 지내면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고 시아버님께서 물어올 때 부정하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하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방문 때 어르신이 “나 이젠 어려울 것 같애. 그렇지?” 하시기에 손을 잡고 어르신 앞에 앉았습니다. 환자는 고개를 가로 저으시며 “가망이 없어” 하시고는 기운없이 “내가 암이 맞지? 알 만도 한데 모두들 쉬쉬하는 것을 보면….먹지 못하는데 토하고 설사하고 복수차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해….” 또 앞의 환자를 가리키며 “저 사람도 암이지?” 하면서 확인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난 살 만큼 살았어…그런데 고통이 너무 길어. 벌써 석달째야. 죽음이 무섭지는 않은데 너무 지루해….. 너무 고통스럽고…”하시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이젠 좀 자야겠다” 하시기에 “주무세요” 하며 병실 방문을 약속하고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그후 방문을 했더니 어르신이 그동안 가족들에게 집요하게 캐물어 가족들이 의논해서 환자에게 암이라고 알려드렸다고 합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가 울었고 환자가 퇴원하겠다고 성화를 해서 집에서 지낼 수 있을지 한번 퇴원해 보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나, 집에 가서 편안하게 지내다가 죽고 싶어. 내 집에서…” 하시는 어르신 말에  “어르신 댁에서 지내시다가 힘드시면 언제든지 오세요. 기다릴게요”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날 오후에 집에 가셨다가 다음날 오후 휠체어를 타고 다시 병원에 오셨습니다. “집에 있으니 너무 좋았는데 저녁에 걱정이 되어서 왔어” 하시는데 표정이 밝았습니다.
 

그후 병실을 방문하니 많이 고통스러워하셨습니다. 손을 잡고 등을 쓸어드리면서 어르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고 하는 사이에 많이 편안해 하시는 것 같았고, 이젠 죽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옆에서 손을 잡고 편안하시도록 조용히 기도 드렸습니다.
 

이틀 후 다시 방문했을 때 “나 빨리 가게해 줘” 라고 기운없이 말하며 조용한 곳을 원해 1인실로 옮겼습니다. 자주 “나를 언제 데려가나?” 하고 말하기도 했지만 죽음을 스스로 수용한 듯 울적해 하셨습니다. “이게 언제 끝나지? 너무 지루해…” 하셔서 “너무 힘드세요?” 하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때 어르신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이 우리 생명도 이 세상 삶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옮아가는 거 아시죠? 캄캄한 터널을 지나면 밝고 아름다운 전망이 보이는 것처럼요. 어르신!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드시지만 어르신 혼자가 아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저희 호스피스팀들이 어르신 곁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할아버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동안 불안해 하셨으나 딸의 권유와 우리 호스피스들의 적극적인 봉사와 돌봄으로 하느님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솔직히 털어놓게 한 다음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세계로 옮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드렸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죽음 다음 맞게 되는 새로운 영적 세계를 소망하는 가운데 준비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삶을 정리하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며칠 후 가족이 모두 모인 가운데 수녀님께서 요셉이란 이름으로 대세를 주셨고 가족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습니다. 의식이 차츰 흐려지면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호스피스팀 모두가 정성껏 돌보는 가운데 가족들과 수녀님 봉사자들의 기도 속에서 평안한 모습으로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임종 후 가족들과 상의하여 천주교 장례 예식을 치르도록 도와 드렸고 연도와 돌봄으로 장례미사까지 모두 잘 치렀습니다. 며칠 지난 후 가족들의 호스피스 병동을 방문하여 그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너무나 고마워하셨습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서 삶을 살고 늙고 병들고 죽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우리 호스피스팀이 담당하고 있고 그 팀의 일원이 되어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공포에 떨며 육체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이들 옆에서 작으나마 위로가 되어 주고 믿음과 희망을 심어 주어 한 생명의 죽음이라는 완성 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돕는 호스피스 활동에 자부심을 느끼며 감사를 드립니다. 한 번이라도 더 환자를 돌아보고 사랑의 눈길과 손길로 하는 그 활동 안에 주님의 뜻이 저희들 손길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삽화 평화신문 문채현>

[우경(愚耕)]

감사합니다.

[아이]

감명 깊게 보고갑니다 .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봉사자분께도 ....
글을 올려주신 회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포청]

암 환자의 어려운 고통을 함께 이해하면서 봉사하시는 헬레나 자매님 같은 분들은 천사 같아요.

[청담골]

너무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주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헬레나 자매님 항상 건강하시고 아주 많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