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경제 7월21일
시흥시는 서해안 시화호, 오이도, 안산시, 인천시 등과 이어져 있는 해안 갯골 도시이다. 여러 가지 특징이
있겠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볼 때에는 서해로 이어지는 갯골 즉, 샛강이 월곳, 소래를 지나 실핏줄처럼
내륙을 구불구불 이어가 물왕호수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오래 전 이곳은 작은 배들이 시흥
내륙 깊은 곳부터 서해 바다까지 오갈 수 있는 갯골의 해안마을이었다.
끝이 보이질 않네?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도 넓은 공원이었다. 어느 정도 넓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입구
에 서서 까치발을 하고 둘러 보는데, 공원 전체 풍경이 한눈에 잡히지도 않았고, 아예 끝이 보이지 않는 지점
도 많았다. 게다가 공원 뒤로는 야산과 멀리 아파트 단지만 보이니 여길 어떻게 다 걷나 싶은 게 난감 그 자
체였다. 게다가 그날은 해 쨍쨍, 구름 한 점 보기 어려운 맑고 더운 날이었다. 이런 날 약 10km의 길을 세
시간 이상 걷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겐 챙 넓은 모자와 선크림이 있고, 체력도 어지간히
비축되어 있는 편이었으니 일단 순서대로 걷기 시작한다. 그동안은 죽기 전까지 절대 변하지 않을 게 확실
한, 단단한 산과 끝없이 복원 작업을 해대는 문화재만 다녔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 모처럼 온 이상, 날씨와
막막한 넓이에 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었다.
▶오래전 한반도의 실핏줄을 만나는 곳
사실 서해안에는 갯골이 형성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갯골은 한마디로 ‘갯벌 샛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얼핏 보면 갯벌인데, 일정 지역은 수심이 깊어 폭이 좁은 배는 내륙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이어
주는 게 바로 갯골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갯골은 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로이기도 하다. 서해안 대부분이
그렇듯, 달에서 밀어내는 힘이 강할 때는 서해안 연안까지 그 힘이 뻗쳐 만조가 되고, 그로 인해 갯벌이고
갯골이고 모두 물이 잠기곤 한다. 그러다 썰물이 되면 광활한 갯벌이 되살아나고, 잠겼던 갯골도 실핏줄처럼
드러나게 된다. 곡식이나 소금 등을 옮길 때 바로 이 갯골을 즐겨 이용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개화기 때
중국에서 천주학이 조선에 잠입할 때에도 갯골을 이용했다는 기록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갯골이
발달한 지역에 유난히 오래된 예배당이 많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옛날 이야기이다. 시흥 갯골생
태공원 여행을 생각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죄 콘크리트로 덮어버리고 고층 아파트를 올려
도 그만일 지역을, 굳이 오래 전 그 모습 그대로 되살리기 위해 갯골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확장하는 일을
시흥 시민과 지방 정부가 해내고 있다는 점이 대단해 보였다는 말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다는 것은 주로
건축물의 복원 등을 통해 이뤄지곤 하지만, 백두대간 같은 큰 산이 아닌, 훼손되어도 표도 나지 않고, 또한
보전하고 싶어도 쉬 망가질 수 있는 자연의 모습과 그 생태계를 21세기의 인류가 보전, 회복시킨다니. 그
모습 그대로 후손에게 이어주려 하는 생각은 분명 가치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갯골생태공원의 첫 번째 매력은 그곳이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원은 그 유명한 서해
안 소래포구에서 자전거 길로 5km 떨어진 깊숙한 내륙에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수로가 아닌, 오래전 한반도
에서도 매일 보아온 그 모습 그대로 보존해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두 번째 매력이다. 생태공원답게 갯골의
생태계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점, 시절에 맞춰 철새들의 모습도 조용히 조망할 수 있다는 점, 옛 서해안
도시에서 빼놓지 않고 이뤄졌던 소금 농사, 염전이 있고 염부 생활을 체험할 수도 있다는 점도 당연한 특징
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갯골생태공원은 현재 비수기 여행지라 할 수 있다. 더위로 인해 지금은 염전 체험이
중단됐고, 크고 작은 체험 프로그램도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취재를 갔던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 그러니까
해가 쨍쨍해서 거의 죽을 맛이었는데, 조금 흐린 날 찾게 되면 생태공원의 진수를 더욱 천천히, 즐겁게 관람
하고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갯골생태공원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산책하며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갯골 관찰하기. 물길
만 보라는 얘기는 아니다. 갯골은 갯벌에 형성된 뱃길이다. 물론 지금 공원 갯골은 배가 운행하지는 않는다.
물길을 막는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이다. 대신, 갯골에서 살고 있는 갯벌 생물들을 관찰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갯골생태공원에서는 망둥어, 농게 등의 갯벌 생물이 살고 있다. 게는 우리가 흔히 보는 손바닥 만한 크기가
아닌, 손가락 세 개 정도 사이즈다. 모두 갯벌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엄연히 종자가 다른 녀석들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농게는 십각목 달랑게과로 학명은 Uca arcuate(de Haan), 갯벌 색을 닮은 몸통을
지니고 있다. 농게는 암게와 수게의 생김새가 다르다. 암게는 자연의 순리대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고
안정적으로 발달한 집게를 이용해 갯벌 생물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반면에 수컷은 기형적 좌우 비대칭
을 이루고 있다. 한쪽 팔, 즉 집게 하나가 거의 몸통 전체만한 크기를 갖고 있는 게 보통이다. 그 우람한
집게는 평소에는 갯벌의 퇴적물을 뒤적거리며 조류, 미생물, 균류 등 먹이를 골라내는 데 사용한다. 집게가
워낙 크고, 골라내야 할 양식은 아주 작기 때문에 사실 커다란 집게는 영양 섭취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갯골생태공원 같은 갯벌 지역에의 농게는 암컷이 안정적인 영양을 기반으로 무난하게 살아가는
것에 비해, 수컷은 영양 부족, 다른 수게들과의 결투 등 고단한 삶이 포함되면서 암컷에 비해 일찍 생을 마감
하는 경우가 많다.
갯벌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경험한 일이겠지만, 갯골생태공원 역시 농게의 활동 모습을 보려
면 서식지 10여m 이전부터 살금살금 걸어가 꼼짝 않은 자세로 훔쳐봐야 한다. 갯벌 위에서 바삐 오가며
먹이 사냥을 하던 녀석들은 아주 작은 기척에도 전광석화와도 같은 동작으로 게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버
리기 때문이다. 그 모습도 어찌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모른다. 잘 보전해서 더욱 많은 농게가 이곳 갯골생태
공원에서 왕성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길 바란다.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는 방게와 세스랑
게도 살고 있다. 설명판에 의하면 양쪽 집게가 두툼한 방게는 갯벌의 갈대에 바짝 붙인 구멍 속에 사는데,
갈대는 게 구멍을 통해 산소를 공급 받고, 방게는 갈대를 통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고 한다. 세스
랑게는 갯벌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방게와 농게가 갈대, 갯벌에 구멍을 파 그 속에서 사는 것과
달리 세스랑게는 갯벌 위에 번듯한 집을 짓고 산다. 집의 디자인은 늘 화산을 닮았는데, 그 모양과 비례,
대칭이 정교해서 갯벌의 건축가라는 칭찬을 듣고 있는 것이다.
갯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물 가운데 망둥어가 있다. 서남해 연안 갯벌에서 주로 살아가는 망둥어는 아주
흔한 갯벌 생물이었지만, 서해안에 해안도로가 생기고, 갯벌이 사라지면서 그 개체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말았다. 또한 생태계 안에서 잘 살도록 놔둬야 하는데 ‘망둥어탕, 구이’라는 이름의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마구 잡아들이는 바람에 그 숫자는 더욱 쪼그라들고 말았다. 망둥어는 잡아 먹는 것보다, 녀석들이 서로
장난치거나 경쟁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게 백배는 즐거운 일이다.
▶천일염 염전 체험
사실 갯골체험공원은 일제 시대 때 이곳에 건설된 소래 염전 시설을 기반으로 한다. 1934년에서 36년에
건설된 염전은 자연의 섭리를 이용한 소금 생산이라는 신기한 문명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그 만드는 과정
에서 염부라고 불리는 일꾼들의 고생이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으며 그 열악한 상황은
지금도 가끔 뉴스에 보도되고 있어서 안타깝게 한다. 염전 체험은 그에 비해 그야말로 맛보기 체험 정도의
즐거운 시간이다.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게, 바닷물을 모아 물을 증발시키고, 그러고 나면 쌓이는 소금
을 창고에 넣어 소금기를 빼고,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수준으로 만든 다음 상품화하는 일이다. 소금밭으로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햇볕과 바람으로 바닷물을 증발시키면 소금이 남는데, 그것을 모아 염도 조절 과정을
거친 후 일제시대 때는 군사용으로, 이후에는 천일염이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소비됐다.
천일염은 그러므로 우리나라 전통 소금이라 할 수는 없다. 이곳이 일제가 만든 소래염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렇다 보니 염전 체험도 천일염을 주제로 하는 것일 뿐, 우리나라 전통 소금인 자염과는 만드는 과정
자체가 다르다. 그러나 체험에 참가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은 그저 햇볕과 바다와 바람과 소금이 결코 다르지
않는 존재라는, 자연은 이렇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되면 될 일이다. 바닷물에 미세 플라스
틱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리하여 천일염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 보다 안전한 먹거리 등과 관련
된 이야기는 부모님과 별도로 나눠야 할 지식일 것이다. 거기까지는 가야 생태를 주제로 하는 공원 체험의
보람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염전체험장에는 토판, 타일, 장판 등 염전 바닥 즉, 소금을 어떤 곳에 쌓아두었다 창고로 옮기는지 그 기능과
관련된 시설과 설명도 준비되어 있고, 바닥을 고르게 만들기 위한 도구 전시와 설명도 전시되어 있다. 물론
염전에서 일차 생산이 완료된 소금을 보관하는 창고도 고즈넉한 빈티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고, 염전 체험
시 함께 체험하게 되는 염전 관련 소금놀이터도 함께 있다. 소금 창고 옆에는 가시렁차와 화물칸에 실려있
는 소금 포대들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일제 시대 때 일본은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을 갯골을 통해 항구나
기차역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나 갯골로 옮기는 소금의 양이 제한적이었고 다소 위험성도 따르자 간이 화물
열차를 만들었다. 기관차 뒤로 판때기를 연결하고 그것들을 쇠갈고리로 이어 노출된 화물칸을 만든 것이었다.
이 화물열차는 시흥 장곡동, 포동, 월곶동 등에서 생산된 소금을 싣고 집하지까지 운행을 했다. 정식 화물열
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차는 기차인데 염부들 귀에는 기차 엔진 소리가 ‘가르릉 가르릉’ 들린다 해서 가시렁
열차라고 불렀고, 그 이름도 가시렁열차로 굳어지고 말았다.
▶샛강이 있고 갈대숲이 있는데 새가 없으랴
산책로 중간에 조류 관찰대가 있다. 나무로 집을 짓고 곳곳에 작은 구멍창을 낸 집이다. 새를 관찰할 때 구멍
창을 열고 보고, 볼 일 다 보고 나면 창을 조용히 닫는 구조이다. 천수만, 철원평야처럼 대규모의 철새들이
들락거리지는 않지만 계절에 따라 꼬마물때새, 붉은발도요, 청다리도요, 뒷부리도요, 저어새, 쇠백로, 중대
백로, 큰기러기, 황오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잿빛개구리매 등 14~15종의 철새와, 괭이갈매기, 왜
가리, 원앙, 흰뺨검둥오리, 황조롱이 등 약 5종의 텃새 등 40여 종의 새들이 500마리에서 3000마리까지 찾아
온다.
여름에는 7~9월 기준 청다리도요, 깝작도요, 뒷부리도요, 저어새, 쇠백로, 중대백로, 청둥오리, 쇠오리 등을
만날 수 있다. 단, 8월에는 폭염을 이유로 새와 관련된 모니터링을 하지는 않는다. 조류관찰대와 탐방로 일대
에는 새의 발자국 본을 떠서 그 형상을 설치해 놓은 그림이나 바닥 시설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그림들
을 구경하며 이곳에 살거나 찾아오는 조류를 비교해 보는 일도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갯골생태공원은 비교적 비수기를 맞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간이텐트를 치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갯골생태공원을 걸으며 내내 눈을 떼지 못한 곳이 ‘흔들전망대’였다. 흔들전망대는 공원 동쪽 끝무렵에 위치
하고 있는데, 낙조 시간에 이곳에 올라 공원과 서해안을 내려다 보면 매우 황홀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흔들전망대는 현재 안전 점검 중이었고 아직 마무리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 흔들전망대는 높이 22m, 6층
높이의 탑으로 갯골의 바람이 휘몰아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나선형 동선을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갯골생태공원 전체는 물론 갯골로 이어져 있는 소래포구, 월곶포구, 영종도, 서해안의 붉게 물든 모습을 감상
할 수 있다. 당장 올라갈 수 없는 게 섭섭하지만, 안전 점검이 끝나면 약간 흐리고 선선한 날 다시 한번 이곳
을 찾아 오래된 시간, 변치 않는 자연 갯골의 생태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시흥
시민이 조금 부러워지고 말았다.
갯골 여행은 누구나 편안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전기차를 이용해 이동할 수도 있고 자전거 대여, 수상자전거
등을 이용해 전체 또는 부분적 탐방을 할 수도 있다. 단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 갯골로 연결되는 언덕길은 모두 안전 목책과 경고문이 설치되어 있지만, 자칫 넘어
가는 실수를 할 경우 갯골에 빠질 수도 있다. 갯골은 상상하는 것보다 깊고 갯벌로 이뤄져 있으므로 미끄러
졌다 하면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갯골생태공원에는 생태 관련시설 외의 식당 등 위락시설은 없다.
입구에 매점 한 곳만 있다.
갯골생태공원 주소 경기도 시흥시 동서로 287
▷이용요금
-캠핑장 1박2일 기준 이용료 3만 원, 전기 사용시 5000원 추가
/ 20데크 이상 예약 시 단체 금액 2만5000원 /
게르(몽골텐트) 10만 원, 전기이용료 포함 / 무박 2만 원 전기 포함 10:00~16:00, 16:00~22:00
-해수체험장 1회 4000원, 36개월 이상 어린이, 성인 이용 가능, 수영복, 수영모자 필히 착용 / 시간 10:00~17:00, 45분마다 15분 휴식, 점심시간 12:00~13:00 *휴무 월, 목요일
-염전체험장 (7~8월 혹서 시 휴장) 1회 4000원, 화~금요일 10:30, 11:30 / 토~일요일 14:00, 15:00
-전기차 1회 공원순환 2000원, 캠핑장 무료
-다인승자전거 2인승 1회 30분 1만 원, 미성년자 보호자 동반 필수
-수상자전거 3인승 1회 30분 1만 원, 미성년자 보호자 동반 필수
*신분증 지참 시흥 시민 30% 할인, 대관은 제외
*모든 프로그램 월요일 휴무
[글과 사진 이영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9호 (22.07.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