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4행시의 연원은 신라 향가에서 찾을 수 있다.
헌화가, 구지가, 혜성가 등이 구조적 완결성을 지닌 4행시의 원조로 본다면 그 역사는 1400여년에 이른다.
---서정시학 100호에서 26명의 4행시 특집을 꾸며 집중 조명----
돌담 / 최동호
제주 남풍 파도 타고
아무리 불어도
노래하던 처녀애들 치마끈 풀어야
돌담에 봄바람 난다
기쁨, 슬픔, / 나기철
이 섬 안에
네가 있는 거
이따금 멀리서
볼 수 있는지
금동반가사유상 / 서정춘
저 다리하며 그 무릎 위에
턱 괴고 앉았기로
천년 시름이겠구나
진즉에 그 자리가 내 자리였느니
막간 / 문태준
아침 이슬이 다 마르도록 울더니
밤이슬이 내린 때 또 우네
아침 귀뚜라미에게 물었더니
밤 귀뚜라미가 울며 말하네
까치 / 한경옥
첫눈 내린 아침
설원에 첫 발자국 찍는다고
설레지 마라, 이미
바람과 입 맞추고 햇살과 몸 섞었다
바람 부는 저녁 / 이현승
산책로에서 갈대의 간격을 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촘촘하게 서걱이는 갈대들
눈물을 훔쳐주기 좋은, 부대끼기 좋은
흐느끼는 사람 곁에서 가만히 외면하기 좋은 간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