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눈 앞에 두고 보니 별 인간 없습디다. 내 나이 50까지는 키 재기를 어지간히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너나 나나 개진도진이란 말입니다.
물론 학력, 명예가 평준화 되는 부분도 작용하겠으나 우리 나이 때 괜찮거나 멋있게
보이는 건 순전히 사모님의 연출력입니다. 이재명-문재인-윤석열의 사이즈는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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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부인만큼 인 것 같아요. 철없는 소리지만 매니저 없이 나만큼 사는 사람도
마냥 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파래김 사러 마트를 다녀왔고 가마솥 밥을 지어 딸랑
김 싸서 먹고 있어요. 경복대 학생이 Call을 했어요. 빨리 좀 가자는 걸 보니 기숙사
규정(12시클로스) 때문인가 봐요. O.K 그건 내 전공이야. 돈 워리. 거스름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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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으로 주면서 자기 네 식당에 꼭 들리라고 해서 속없이 식당에 찾아갔다는 것
아닙니까? 반갑게 맞아줘서 울 번 했어요. "나를 기억하시나요?" 수줍게 미소 짓는
유럽인은 웬 친절일까요? Why? 비주얼이 바비같긴 한데 혹시 나를 잡아 먹으려는
건 아니겠지요. 고향 만두라며 싸 준 뇌물을 들고 나와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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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실례이겠지요? 어라, 이 기분이 뭘까요? 철학에선
딱 3초 안에 필이 온다고 하던데 1.2.3 그리고 5일이 지났는데 아무렇지 않지가
않았어요. 이런 기분 무척 오랜 만입니다. 내가 이 나이에 썸을 타는 걸까요?
나 미친 거 아냐? 어제는 연예인 급 되는 선남선녀 4명이 기숙사를 간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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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학생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르더라고요. 멋쩍어서 전쟁 광 푸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미쳤다'고 하더이다. 푸틴도 미쳤고 나도 미쳤습니다.
자발적이든 강요됐든 고립은 대가를 요구합니다. 외부와의 소통을 피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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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세상이 전부가 되고 나의 믿음만이 더욱 진리가 되며 편견과 고집이 나선처럼
머릿속으로 파고들 것입니다. 고립을 선택했던 푸틴이 만든 세상, 이를 ‘푸틴 유니버스’
로 칭한다면 그 첫 기둥은 ‘외부의 위협’이었어요.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년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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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둔 2021년 7월 발표한 글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반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
하면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이 뿌리와 조상을 부정하고 러시아를 적으로 여기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분노했어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서구의 포위로 간주한 발언
입니다. 푸틴은 같은 글에서 “우리의 영적 결합이 공격받고 있다"면서 서구는 도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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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푸틴은 바깥의 악한 세력에 맞서 영적인 연대를 지키는
'성전'을 말하면서 과거 소련이 악의 세력 ‘나치 독일’과 전쟁을 했다면 이젠 우크라이나를
삼키려는 '네오 나치'와 싸워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었습니다. 2021년 10월 당시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푸틴을 만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과의 회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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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푸틴은 “이 사람과는 할 말이 없다”며 “젤렌스키는
도대체 어떤 유대인인가. 이 사람은 나치의 조력자”(NYT)라고 비난했습니다. 유대인인
젤렌스키가 유대인의 적인 나치에게 부역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분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이쯤 되면 푸틴의 세계는 할리우드 액션영화나 SF영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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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나'와 '악당들'이라는 이분법 속 악당 척결을 위한 대결의 구도입니다. 하지만
“동유럽으로 1인치도 확장하지 않겠다”던 서구의 약속이 과거 소련 위성국들의 나토
가입으로 깨지고 있는 건 사실이고, 서유럽의 동진은 근본적으로 ‘러시아 클럽’보다
‘서구 클럽’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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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건 스타워즈 리더십입니다. 세상을 불의한 제국군과 고통받는
저항군으로 가른 뒤, 무법적이고 타락한 자들을 물리쳐 정의를 구현하자는 리더십은
현실을 가리는 맹목적 지지를 양산하곤 합니다. 선과 악, 순결과 타락은 절대자인 신과
불완전한 나와의 관계에서 추구하는 신앙의 영역에 남겨 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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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추종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장엄한 전쟁일지 모르나 세계는 이로 인해 고통
받고 시험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얻을 게 있는지도 불투명합니다.
러시아가 지상군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까지 진격했음에도 반러 정권이 건재한 상태로
전쟁이 끝날 경우 저는 러시아의 실패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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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뒷배인 미국과 전쟁을 치르며 국력을 쏟아부었는데,
그 싸움의 이득은 중국이 취할 가능성이 등장하고 있어요. 재주는 러시아가 넘고 이득은
중국이 챙기는 경우의 수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만 침공 명분을 만든
중국이 유럽에서 힘을 투사해 기운이 빠진 미국을 상대로 양안에서 정면 대결을 벌이는
시나리오 그럴 듯 하지 않나요?
Are you crazy?
2024.1.21.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