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오름 중에는 직선형태로 계속 가파르게 오르기만 해야하는 곳이 몇 개 있습니다. 나름 제법 높이를 내세우는 다랑쉬오름은 가파른 오름길보다는 지그재그형태로 만들어놓아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데, 지미봉도 그렇지만 영실은 물론 높은 오름, 물영아리 오름 등은 곧바로 직선으로만 된 코스라 꽤 숨가쁘게 합니다.
그러하니 영실과 물영아리오름은 태균이데리고 갔다가 두어번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이 두 곳을 시도했었던 때가 완이를 데리고 있을 때니 오르기선수였던 완이의 빠른 속도에 비해 숨가쁘게 뒤처지던 태균이를 관리하기에는 혼자서는 가능하지가 않았습니다. 토요일,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에 온 태균아빠와 함께 물영아리오름 등반 성공하고 나니 묵힌 과제를 푼 듯한 기분입니다.
물영아리오름의 계단은 총 783개, 단 한개의 평평함도 없이 그저 오르기만 해야하니 대략 50층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셈입니다. 대략 250개 계단마다 쉬는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태균이 심장에는 좋은 훈련기회였습니다.
경지에 이르러야 낼 수 있는 음색과 창법을 구사하는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노래가 중얼대지게 됩니다. 팝의 역사상 위대한 곡 상위권 순위에 있기도 하고 일반 대중음악 노래들 길이의 3배나 되는 이 긴 노래의 가사는 난해함이 도를 넘지만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란 제목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비록 783개의 계단으로 천국에 이를 수 있으랴마는 이번 성공은 영실코스 도전을 북돋아줍니다.
https://youtu.be/QkF3oxziUI4?si=OgVVmGayEK76b_K3
한라산 영실코스는 5.8키로의 계단을 올라야하니 진정한 '천국으로 가는 계단'인 셈입니다. '잭과 콩나무'도 연상됩니다. 멍청한 아들이었던 잭이 소와 바꿔버린 콩나무가 보물가득한 천국에 이르는 계단 역할을 해주어서 잭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황당한 이야기. 올라가는 계단의 끝에는 천국이 있을 것이라는 바램이 묘하게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천국! 참 좋은 말입니다. 물영아리오름 783개의 계단을 오르는 과정가지고 천국을 운운하는 것은 좀 과장되어 보이지만 끝없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면 그 끝에는 천국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천국에 대한 믿음은 때로 허무함이기도 합니다. 천국의 모습이 오름의 끝이라면 그저 평온하고 광대한 풍경 그 것 뿐! 그러니 천국은 천국일 뿐, 그 곳에 이르기위한 계단 하나하나가 더 의미있을지 모릅니다. 오를 때는 그저 고통만이 작동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힘은 천국에의 기대때문일 것입니다. 천국 그 자체만으로도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도 벅찬 감동입니다.
제게 요즘 천국은 태균이와 함께하는 모든 스텝의 정점들입니다. 그래서 태균이와 함께하는 스텝을 다양화하려하고 그 중의 핵심인 제주도살이도 참 좋은 선택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태균이의 밝은 미소가 참으로 천국입니다.
첫댓글 태균씨 저리 활짝 웃는 웃음도 일품이지만, 평소 얼굴도 좋아요. 특히 눈빛이 상대방을 압도하죠. 모든걸 다 아는 눈빛같아요. 준이는 행운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