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詩 하이카이俳諧, 홋쿠發句, 하이쿠俳句
하이쿠란 명칭은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1867-1902)에 의해 홋쿠가 하이쿠로 개칭된 것이다. 일본 운문문학은 크게 와카和歌, 렌가連歌, 하이쿠로 구분된다. 와카는 5·7·5·7·7의 음수율로 우미優美한 정서의 세계를 추구한다. 형식상 우리의 시조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와카에서 파생한 렌가는 와카의 카미노쿠(上句; 5·7·5)와 시모노쿠(下句; 7·7)의 어느 한 쪽에 구를 부치는, 즉 마에쿠前句에 츠케구付句를 부쳐 여흥을 즐기는 이른바 창화唱和의 형식을 취한다. 렌가도 와카처럼 우미한 서정의 세계를 추구한다
하이카이俳諧란 원래 골계滑稽를 의미한다. 와카슈和歌集 『古今集』에서 하이카이부俳諧部를 별도로 우미한 세계와 분류하여 와카의 상대적인 세계, 하이카이를 속俗의 세계로 구별하여 놓았던 것에서 하이카이의 개념에 대한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하이카이는 몰락한 귀족이외에 승려, 무사, 서민들의 모든 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분이 참여하며 기지, 골계, 웃음, 해학 등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무로마치室町 시대(1336-1573) 후기에 와카와 렌가의 미야비雅 세계가 아닌 것을 하이카이라 했고 렌가의 계통으로 기지, 골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하이카이노렌가俳諧の連歌 또는 하이카이라고 했다.
렌가나 하이카이는 추구하는 세계가 다르지만, 다수인이 마에쿠前句에 츠케구付句를 부치는 창화唱和 형식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렌쿠連句의 출발구出發句를 홋쿠라고 한다. 이 홋쿠가 렌쿠의 독립된 문학으로 정립된 것이 지금의 하이쿠이다. 다수인이 모여 한사람씩 각자의 기지와 재능으로 개성적인 시경을 전개하면서, 다수인의 구가 전체적인 조화를 얻도록 하는 언어적 유희가 렌쿠 나름대로의 문학적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쿠는 다른 시가와는 달리 계절어季語와 키레지切れ字를 수반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규칙도 점차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계절어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감을 나타내는 어휘군을 말한다. 예를 들면, 봄에는 벚꽃이나 꾀꼬리, 여름에는 모란이나 두견새, 가을에는 낙엽과 지는 해, 기러기, 겨울에는 물떼새나 눈 등의 각 계절을 타나내는 어휘를 통해 계절변화에 대한 아름다움과 미묘함, 자연의 섭리에 의한 절대성을 노래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키레지는 5·7·5 운율이라는 짧은 형식의 문文을 끊어 문을 독립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하이쿠를 17자의 일구一句로 완결시키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취급되어 왔다. 따라서 키레지는 크게 의미상의 키레지와 음수율상의 키레지로 나뉘는데, 그 위치나 어휘의 결합에 의해 역할과 의미도 다양하다. 이렇게 하이쿠는 계절어와 키레지를 기초로 하여 다른 시가로부터 독립된 세계를 형성하였고, 언어적 유희와 미적 개념의 결합에 의해 고도로 축약된 언어형식의 문학으로 계승되어 왔다.
이런 역사적인 전개 속에서 하이쿠는 웃음과 해학으로서의 속俗의 세계로 끝나지 않고 예술성이 충족되면서 지금의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은 렌가에 종속적이었던 하이쿠가 렌가의 형식으로부터 독립하여 미적 이념으로서의 예술성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쿠는 와카나 렌가가 추구하는 미적 이념의 세계까지 도달하게 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 미적 이념의 세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하이쿠를 무궁한 창조의 세계로 이끌어 낸 선구적 작가가 바로 마츠오 바쇼松尾芭蕉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박소현/『하이쿠 조용한 매미의 울음소리』/북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