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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기지는 한국 안보의 방패인가
- 미국의 공격에 맞선 이란의 미군기지 보복을 보며
정성희 자주연합 집행위원장
중동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군사 충돌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 언론 보도는 미국의 입장 중심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전쟁의 배경과 이란 측의 주장, 그리고 실제 전개 양상에 대해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다. 최근 이란 정부와 군 당국이 발표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 언론이 전하지 않는 이란 전쟁의 진실
첫째, 여러 인권 단체와 국제기구 집계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 1,100~1,300명 이상, 어린이 사망 180명 이상, 부상자 5,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학교·병원·주거지역 등 민간 시설이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었다. 미국이 케슘섬(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있는 큰 섬)의 해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약 30개 마을의 식수 공급이 중단되었다.
이에 이란은 민간 시설 공격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부셰르 공항 인근의 여객기 공격을 두고 “이란 국민을 겨냥한 새로운 형태의 테러”라고 규정했다. 민간 항공기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전쟁을 확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인프라가 전쟁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테헤란 정유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정유시설을 미사일로 대응했다.
둘째, 이란도 중동 여러 국가의 미군 기지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대표적으로 미 공군의 주요 전진기지인 Al Dhafra Air Base (아랍에미리트), 미 해군 중부사령부 본부가 있는 Naval Support Activity Bahrain (바레인), Camp Arifjan (쿠웨이트), Ali Al Salem Air Base (쿠웨이트), 미군 중동 작전의 핵심 공군기지인 Al Udeid Air Base (카타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인근 미군 기지 등이다.
이 외에도 요르단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키프로스 등 총 9개국, 미군 기지가 있는 거의 모든 걸프 지역이 공격 범위에 포함됐다. 이미 이란은 “이란 공격에 이용되는 모든 미국 및 시오니스트 기지는 육상·해상·공중에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이란 공격에 협력하지 않는 국가들은 공격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셋째, 이란은 중동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미군 기지를 지목하고 있다. 이란 국회의장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는 “미군 기지가 남아 있는 한 이 지역에는 평화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국방정책이 외세 군사개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미국 군사개입에 대한 구조적 갈등으로 보고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 국방부 대변인 레자 탈라이니크 준장은 이란이 충분한 전략무기 비축을 기반으로 “지속적이고 소모적인 장기 전쟁”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간에 끝나는 국지 충돌이 아니라 장기적 군사 대결을 염두에 둔 전략적 대응이라는 의미다.
넷째, 미국은 이번 이란 전쟁에서 이미 전략적 실패에 직면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제거 이후에도 후계-지휘 체계와 강력한 통일단결로 이란 체제는 건재하다. 내부 소요를 통한 이른바 색깔 혁명 시도도 현실화되지 않았고 이란 북서부의 쿠르드 세력을 활용한 지상 압박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기도 어렵고 투입하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 내 여론과 의회의 반대만이 아니라 막대한 미군의 피해로 거꾸로 트럼프 정권의 종말을 앞당기지 때문이다.
이란 군 대변인 아볼파즐 셰카르치 장군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상당한 군사력을 동원했음에도 전쟁을 단기간에 끝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이 미국의 전략적 약점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여전히 추가 대응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더 강력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중동 전역의 이슬람 저항 세력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동안만 해도 약 20건의 로켓과 드론 공격이 진행됐으며, 하이파 해군기지, 골란 지역 군사시설, 이스라엘 북부 정착촌과 군사 거점 등이 공격 대상이 됐다.
미군기지, 전쟁의 방패인가 전쟁의 표적인가
최근 전개되는 이란 전쟁은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행동에 협력하거나 미군 기지를 제공해 온 중동의 친미 국가들이 오히려 이란의 보복 공격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확대되면서 이란은 미국의 군사 작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기지 제공, 정보 협력, 후방 지원을 한 국가들을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군 기지를 보유한 국가들이 더 이상 전쟁의 안전지대가 아니라 군사적 충돌의 최전선으로 변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의 기본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상대의 공격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공격이 출발하는 발진기지와 보급망을 먼저 무력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군사전략은 20세기 이후 거의 모든 현대전에서 반복되어 왔다. 공군기지, 항만, 레이더 시설, 미사일 기지와 같은 군사 인프라는 전쟁 초기 단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타격되는 목표가 된다. 실제로 중동 지역에서는 미군 기지나 군사시설을 향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이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국가들을 전쟁 위험 속으로 끌어들이는 모순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동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현실은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과연 한국의 안보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군사 충돌의 위험을 불러오는 요인이 될 수 있는지다. 한국에는 현재 약 2만 8천 명 규모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서도 비교적 큰 규모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기지로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 오산·군산 공군기지 등이 있다.
특히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이다. 면적만 약 1,460만㎡, 미군과 가족을 포함해 약 4만 명 이상이 생활할 수 있는 대규모 군사 도시로 구축되어 있다. 기지 이전과 건설 비용 역시 대부분 한국 정부가 부담했다. 기지 건설과 이전 사업에 투입된 한국 측 비용은 약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국민 혈세가 미국의 군사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로 투입된 사례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미군이 단순히 한국 방어만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군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2006년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원칙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은 크게 변화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어에만 묶여 있는 고정 방어군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따라 다른 지역 분쟁에도 투입될 수 있는 기동군으로 성격이 재편되었다. 실제 미국은 해외 주둔 미군을 지역 방어군이 아니라 글로벌 작전에 활용할 수 있는 신속 대응 전력으로 운영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방향은 미 국방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문서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한반도 방어군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전진기지이자 전략적 기동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필요할 경우 한반도 밖의 분쟁지역에도 주한미군이 투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한국 영토와 군사 기지가 미국의 군사전략 수행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된다는 뜻이다.
한국, 미-중 충돌의 전초기지-우크라이나 전쟁의 유탄 맞아
현재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군사전략 지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이다. 두 지역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 경쟁이 가장 첨예하게 전개되는 공간이며, 국제 군사 전문가들 역시 이곳을 향후 군사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안이며, 남중국해 역시 해상 교통로와 군사적 영향력을 둘러싼 강대국 경쟁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만약 이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의 역할도 크게 확대될 것이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 내 미군기지가 작전 거점으로 활용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오산과 군산의 미 공군기지는 전투기 출격과 공중 작전을 위한 핵심 기지로 이용되고 평택 미군기지는 병력과 군수 장비의 집결지이자 보급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동북아 군사 작전 후방 기지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군사 작전이 시작되는 순간 이러한 기지들은 상대국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이미 다양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배치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기가 둥펑-21D 대함 탄도미사일과 둥펑-26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이들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약 1,500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거리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해 한반도 전역이 작전 범위에 포함된다. 전쟁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미군기지는 안보를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군사적 표적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 당시 2023년~2004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을 열어 두는 발언을 했다. 2024년 이후에는 북이 러시아를 지원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사적으로 관여할 경우 한국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에 155mm 포탄 수십만 발을 제공하여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거나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을 사실상 적대 세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서방 국가들의 무기 지원을 전쟁 확대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는 약 5,5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다양한 핵전력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경제적 보복이나 외교적 압박은 필연이다.
실제 전쟁 이전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연간 약 270억 달러 수준이었고 에너지, 석유, 가스, 금속 자원 등 여러 분야에서 러시아는 중요한 공급국이었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의 대러 제재에 가담하여 러시아 진출 기업들이 거의 모두 쫓겨났고 저렴한 시베리아 천연가스 대신에 값 비싼 미국의 세일 가스를 구입하고 있다. 국제 분쟁에서 미국 편들기는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정으로 산업 전반에 해악을 초래한다.
이란 전쟁이 한국에 미치는 악영향
한국에 미치는 이란 전쟁의 악영향은 치명적이다. 주한미군의 일부 전력이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전력은 MIM-104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공체계이다. 패트리어트 발사대, 레이더, 사격통제소, 요격 미사일 등이 포대 단위로 중동에 수송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3개 포대 이상 이동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사드 미사일 방어체계 일부 장비, 에이태큼스 전술 지대지 미사일(ATACMS tactical missile, 지상에서 발사해 지상 목표를 타격하는 장거리 정밀 미사일), MQ-9 Reaper 정찰·공격용 무인기(공대지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탑재, 차량, 군사시설, 무장 세력 등 정밀타격) 같은 전력도 중동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한미군 전력이 중동으로 이동한 사례는 이미 있다. 미군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던 Operation Midnight Hammer 작전 당시에도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2개 포대가 중동에 순환 배치됐다가 이후 한반도로 복귀했다. 즉 주한미군 전력이 필요할 경우 다른 전쟁 지역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이미 실제로 작동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미국의 중동 파병·호송 작전 압박도 예상된다. 한국은 과거 걸프 해역에 청해부대를 파견한 바 있다. 전쟁 장기화 시 미국이 연합 해상 호송이나 다국적 군사작전에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이 중동 분쟁에 직접 연루될 위험을 높인다. 더 나아가 한국 선박과 교민, 해외 에너지 시설이 보복 공격의 잠재적 표적이 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이란 문제에 전략적 역량을 집중할 경우 한반도 문제의 우선순위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같은 과제도 국제 외교 의제에서 후순위로 밀릴 것이다. 북미 협상에 필요한 외교적 관심과 정책 추진력이 약화된다. 정부와 국민의 평화협력 바람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 LNG 물동량의 약 20~25%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물가와 성장률에도 영향을 준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기·가스요금, 운송비,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융시장 불안도 주요 변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다.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수입물가와 외채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 주식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이다. 해상 운임도 급등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홍해 사태 당시 글로벌 해상 운임지수는 단기간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한반도 군사 긴장 높이는 한미연합훈련의 위험성
중동 전쟁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미국과 한국은 3월 9일부터 약 11일 동안 대규모 연합 군사연습인 Freedom Shield(자유의 방패)를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다양한 형태의 군사 작전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대북 선제타격 개념, 지휘부 제거 작전, 공중 타격, 대규모 상륙작전 등이 훈련 항목에 포함된다.
이번 연습은 최근 전쟁 양상과 새로운 전장 환경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지휘소 컴퓨터 시뮬레이션 전쟁 연습을 중심으로 공군·해군·지상군의 연합 작전, 사이버와 우주 영역 대응 훈련, 연합 지휘체계 운용 등이 진행된다. 특히 육해공뿐 아니라 사이버·우주 영역까지 통합하는 이른바 ‘전 영역 작전(All-domain operations)’ 개념이 훈련 시나리오에 반영되어 있다. 또한 연습과 연계된 야외 실기동훈련 약 22개가 함께 실시될 예정이며 전체 규모는 지난해보다 일부 축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한국 군 당국은 이러한 훈련을 방어적 성격의 연합 방위 훈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과 같이 북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한 전쟁 연습이다. 북은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탄도미사일 시험이나 군사 훈련을 통해 대응해 왔다. 이러한 상호 군사 행동은 한반도 군사 긴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주한미군의 방공 미사일 체계나 일부 군사 자산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훈련의 강행은 군사적 긴장이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북이 미사일 시험 등 공세적 대응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더욱 빠르게 긴장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우발 충돌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군사 훈련과 무력 시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작은 군사적 사건이 통제되지 못하고 확대될 수 있다.
만약 군사 충돌이 실제 전쟁으로 확산되면, 그 피해 규모는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서울-수도권에는 약 2,600만 명의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현대전은 미사일과 드론, 정밀 타격 무기가 중심이 되는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에서 이러한 형태의 군사 충돌이 발생한다면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파괴가 발생할 것이다.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지고 주변 강대국이 연루되어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군사 우위 약화, 미군기지 국가들의 안보 위협
냉전 시기 미국은 세계 군사 질서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초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질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력과 기술력에서도 여러 강대국이 등장하면서 세계는 점점 다극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한다. 연간 군사비 규모는 약 9,000억 달러 이상으로 세계 1위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비는 이미 약 3,000억 달러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러시아 역시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핵전력과 미사일 전력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조선)도 중국, 러시아와 함께 대미 3대 핵 강국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전략무기를 시험하고 공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새로운 무기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들은 한반도 군사 균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질서가 더 이상 단일 패권 구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이 모든 지역에서 군사적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군사전략에 깊이 편입된 동맹국들은 군사적 보호를 받는 동시에 강대국 경쟁의 전초기지가 될 위험도 함께 안게 된다. 결국 동맹 구조 속에서 안보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주한미군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만 보더라도 2026년 기준으로 약 1조 5,192억 원이다. 이는 2025년의 약 1조 4,028억 원보다 8.3% 증가한 금액이다. 여기에 기지 이전 비용, 기반 시설 지원, 각종 간접 지원까지 포함하면 실제 부담 규모는 훨씬 커진다.
문제는 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한국이 실제로 얼마나 안전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나고 있다. 안보는 강화되는가. 아니면 전쟁 위험이 더 커지는가. 이 질문은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주권자 국민이 질문해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권과 언론은 거의 침묵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구조적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권은 한미동맹을 절대적 가치처럼 다루고 언론 역시 비판적 논의를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안보는 이념이나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면 그 어떤 사안보다도 치열한 토론과 검증이 필요하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국민은 질문할 권리가 있다. 주한미군은 과연 한국의 안보를 지키는 존재인가. 아니면 새로운 전쟁 위험을 끌어오는 요인인가.
중동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중대한 교훈을 준다. 외국 군대의 기지를 제공하는 국가들이 전쟁의 안전지대가 아니라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국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국민의 혈세를 들여 전쟁 위험을 키우는 구조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이제 주권자가 묻고,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때다.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구조라면 그것이 어떤 동맹이든 다시 검토하라고, 한국의 안보 수호가 아니라 보복 공격의 표적이라면 이 땅에서 당장 나가라고 외쳐야 한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