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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포의 외부에서 세포로 침입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세포막은 외부로부터 물질이 침입하지 못하게 성을 구성하고 있고, 그 내부로는 수용 단백질 (receptor protein)을 통해서만 유출입이 가능하다. 즉, 성문을 통해서 신원이 확인된 것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데, 그 성문의 열쇠와 똑 같은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포에 당이 들어올 수 있는 배달체인 Insulin이 고장나면 Insulin receptor와 열쇠가 맞지 않아서, 핏속에 당이 넘쳐나도 세포내로 전달이 되지 않는 당뇨병에 걸린다. 세포에는 여러 종류의 성문이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성문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는 분석된 상태이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기에 그 중 일부는 굳이 정교하게 열쇠를 제작하지 않아도 저절로 인간 세포 수용체 단백질과 동일한 열쇠를 우연히 가지게 된다.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렇다. 보통은 동물들에게만 전염되는 바이러스 질환이, 우연한 변이에 의해서 인간에게 전염되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 동물들과는 사이 좋게 지내던, 그래서 서로 win-win 하던 관계가 의도하지 않게 숙주의 대 멸종을 초래하고 동시에 그들도 멸종되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모양이 코로나처럼 생겨서, 요렇게 생긴 바이러스들을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한다. 약자로 CoV라고 부른다. MERS-CoV, SARS-CoV …
세포는 전사(transcript)와 번역(translation) 과정을 통하여 단백질을 합성한다. 전사 단계에서는 DNA에 있는 정보중 세포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mRNA (messenger RNA)로 복사된다. mRNA는 세포질 외부로 보내지고 소포체의 ER과 골지체를 거치면서 3차원 단백지로 구조로 바뀌고 그렇게 합성된 레고블럭은 세포 내외부로 배달된다. 이 모든 과정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세포마다 300~400개씩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 공장에서 끊임없이 ATP 밧데리를 공급한다. 바이러스는 세포질에 자신의 mRNA를 던져 넣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마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와서 복제되는 과정은 아래 그림에 나와있다. 2003년 네이쳐 논문에 나온 그림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코로나가 세포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여 자신의 RNA를 세포내로 보내고, 그것이 세포내 번역 시스템에 의해서 코로나 단백질을 대량 증식한 후에, 소포체와 골지체를 거쳐서 세포 밖으로 배출한다. 이것들을 궁극적으로는 몸 밖으로 나와서 다시 타인을 통해서 복제되어야 하기에, 호흡기관을 자극하여 숙주에게 기침을 유발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면역 시스템이 전혀 무방비하지는 않다. 바이러스 표면의 세표 표식자가 내몸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차이가 나기에 만약 바이러스가 수지상 세포(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이상한 넘들이 없는지 파악하는 세포)들과 운나쁘게 결합하면 수지상 세포는 그들의 표면에 바이러스의 몽타주를 새겨서 면역 본부에 연락한다. 또한 주변에 신호탄에 해당하는 화학물질들, 사이토카인(cytokines)이라는 당단백질(glycoprotetins)의 일종인 인터페론(INF, iinterfero), 인터루킨을 방출한다. 때로는 이것이 너무 많이 방출되어 주변의 멀쩡한 세포들을 면역 세포가 공격하여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는 여러가지가 있다. 20년전에 SARS가 전염하였지만, 세계적 유행은 되지 않았다. 약 8,096명이 감염되고 그 중 약 10%인 744명이 사망한 후 2003년 종료된다. 그리고 10년 후인 2012년 박쥐 -> 낙타 -> 인간으로 전염된 MERS-CoV가 등장하여 약 2,494명을 전염시키고 36%인 858명을 사망시킨 후 종료된다. 2013년 돼지 전염성 바이러스가 미국에 퍼져서 치사율 100%로 미국 돼지 수를 10% 감소시켰다. 그리고 7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우한 후베이성에서 발생한 코로나는 전세계를 감염시키고 각종 변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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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는 아스테카 문명을 사라지게 하고, 그 이후 200년동안 수억명의 인류가 사망한다. 아테네 1/3을 멸종시킨 것은 홍역이고, 흑사병은 2억명의 사망자를 초래했다. 1881년 루이 파스퇴르가 인류 최초로 천연두 백신을 반든다. vaccine의 어원은 암소를 뜻하는 vacca에서 왔다고 한다.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인류 최초로 천연두 백신을 만든다. 치사율 40%, 고대 아스테카 문명을 멸종시키고, 그 이후로도 인간들을 대학살시킨 천연두 바이러스가 소 젖을 짜는 사람들에게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들은 천연두 이전에 소들의 천연두인 우두라는 병에 걸렸는데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백신은 크게 "생백신" "사백신"으로 분류한다. 생백신은 세균/바이러스 배양 후에 사정없이 후려패서 정신줄 놓은 놈들을 몸에 주입한다. 이것은 값싸게 만들 수 있지만 생산비가 높아서, 그냥 간단히 때려죽인 놈들을 몸에 주입하는 것이 후자이다.
백신을 만들려면 바이러스를 증식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물론 살아있는 세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자가 증식 능력이 없기에). 대표적인 것이 유정란(계란)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정란을 10일정도 따뜻하게 한 후, 바이러스를 주입하 2~3일동안 증식한 후에, 사고를 치는 부분을 적당히 도려내면 된다. 어떻게 도려내느냐.. 그걸 알면 내가 이 글 쓰고 있것습니까...^^
그러나 1987년 로버트 말론이 mRNA와 지방 방울을 혼합하는 실험을 했는데 그 혼합액을 개구리 배아가 흡수하여 단백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한다. 이것은 인류가 mRNA라는 생명체의 코드를 인체내에 주입하여 우리 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mRNA를 약물이나 백신으로 쓰기에는 너무 불안정하고 비용이 높았다.
2008년 대형제약회사인 Novartis와 Shire가 mRNA 연구부서를 두고 노바티스는 백신을 샤이어는 치료제 개발을 시작한다. 2012년 미국 DARPA(US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프로젝트로 mRNA 연구를 하는 많은 연구 과제들을 지원하는데 이 중 한 회사가 Moderna라는 회사였다.
재작년, 때마침 COVID-19가 발생하자, 모더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바깥쪽 돌기부분만을 만들 수 있는, 즉 모양만 코로나 바이러스인 mRNA 조각을 합성해 내고 10주동안 전래 없이 빠른 속도로 쥐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또한 BIoNTech라는 회사는 2020년 화이자(Pfizer)와 협약을 맺은 후 비슷한 방식으로 백신을 만들어내고 작년(2020년) 12월 FDA의 긴급 승인을 받아서 인류 최초의 mRNA 백신이 세상에 등장한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