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온전한 도감은 수록 종 수가 많아야 한다.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식물을 쉽게 찾게 만든 포켓 도감도 필요하지만, 그것들이 대형 도감을 대체할 수는 없다. 식물을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포켓 도감 1질, 대형 도감 1권. 이렇게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금 나온 대형 도감들 중에서 좀더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 추천할만한 도감은 이것 뿐이다. 이 도감에서도 사진도감의 답답한 한계가 여실이 드러나지만...
이 도감의 장점은 발전하는 연구 성과를 반영하는 진보성에 있다. 우선 이 도감에서 채택하는 분류체계가 Engler system(1964)이다. 이보다 더 진보한 분류체계인 Cronquist system(1988)이 있지만 이에 근거한 도감은 우리나라에 없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한 귀화식물과 원예식물을 다른 도감보다 많이 다루었다. 또한 양치식물은 분류체계와 학명과 국명이 많이 바뀌고 새로운 종도 수록하여서, 최근의 연구성과를 적극적으로 많이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도감을 근거로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보고서도 이 도감의 식물명과 분류체계에 따라 쓰고 있다.
이 도감을 볼 때 유의할 점은 다른 도감에 근거해서 많이 통용되는 학명 중에서 저자가 새로 명명한 학명으로 바뀐 것들이 있다. 국명과 과명도 바뀐 것이 있다.
단점으로는 책이 너무 대형화했다. 책값이 30만원이면 할인해서 27만원도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더 비싼 다른 대형도감은 말할 것도 없다).
아쉬운 것은 양치식물문을 제외하고 같은 속에서는 종소명의 알파벳 순서로 배열했다는 것이다. 가깝거나 유사한 종이 서로 떨어져 있으니, 기재문을 비교해서 읽어보기 매우 불편하다. 이 점에서는 <대한식물도감>이 훨씬 낫다.
또 아쉬운 것은 첫 판격인 <한국원색식물도감>의 오류가 10여 개 있었는데, 그 개정판인 <새로운 한국식물도감>에서 별로 고치지 않았다(내가 생각하는 것이 틀렸나?). 이 개정판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이 틀린 것들의 수정 여부이었는데... 학명이나 국명은 은근히 적지 않게 고쳤다.
아무튼 대형 도감 중 내가 추천하는 유일한 도감이다. 어느 대형도감은 사진과 함께 실은 손그림이 손그림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쓸모없고, 또 다른 도감은 기재문이 너무 길고 수록종 수가 대형도감 치고는 너무 적다.
우리나라의 지존을 다투는 대형 식물도감이 다 한 장짜리 사진도감이라는 것이 유감스런 현실이다.
======= 도감에서 틀리거나 유의할 점 ======
1. 1권 280쪽 / 며느리밑씻개 사진 -> 며느리배꼽 사진
2. 1권 322쪽 / 나문재 사진 -> 해홍나물 사진?
3. Cannabis(삼속)와 Humulus(환삼덩굴속)이 뽕나무과에 있음 -> 같은 Engler 체계에 근거한 <신고식물분류학>에서는 이들을 삼과로 독립시킴. 1964년판과 1954년판의 차이점인가?
4. 1권 795쪽 / 이삭물수세미 사진 -> 다른 물수세미류 사진이다.
5. 1권 668쪽 / 땅빈대 사진 (이전 판의 오류를 수정했음)
6. 벼과의 소수화서에서 <포영(glume)>을 한국식물도감에서는 <호영>이라고 부르고, 대한식물도감에서는 <외영(lemma)>를 <호영>이라고 부르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7. 사초과에서 한국식물도감의 <과낭>은 대한식물도감의 <과포>이다.
8. 1권 32쪽/ 제주고사리삼 Mankua -> Mankyua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보니 Mankyua chejuense를 [만규아 제주엔세]라고
발음하였다. 이건 라틴어 발음법이 아니라 우리나라 로마자표기법에 따른 그릇된 발음이다. 라틴어 발음으로 제대로 하면 [만큐아 케유엔세]이다.
첫댓글 명색이 생물분류기사 카페인데, 도감에 대한 논의가 없었습니다. 10년간 생각한 저의 도감 서평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류나 유의점까지 넣어주시니 더 좋네요..^^
아직까지 대형도감 구입을 미루고있는 이유이기도 하죠...더 기다리다 보면 좋은ㄷ감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