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여진, 가족24-1,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작년 12월의 금전출납부를 보내야 하는데,
직원이 부모님께 전할 내용들을 정리하느라 평소보다 시기가 늦었다.
부모님과는 임여진 씨의 전체 과업을 의논해야 하니, 재활과 승마, 취미에 관한 계획을 먼저 의논했다.
올해도 부모님을 찾아뵙기 전 의논할 내용을 미리 글로 전한다.
‘어머니, 해가 바뀌고 임여진 씨와 함께 가족밴드에 작년에 소식했던 글들을 봤습니다.
매주 승마 다니고, 때에 따라 피아노학원도 다니고, 부모님 댁에 다녀오고,
명절 앞두고 인사 다니고, 스승의 날 은사님 찾아뵙고, 재근이 휴가 나왔을 때 만나기도 하고,
한미남 사장님 가게에 종종 들르고, 수시로 드라이브 다녔더라고요.
부모님과 대구 병원에 다녀오기도 했고요.
부모님과 대구 병원 가는 길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염려가 있었는데
결과가 괜찮아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여진 씨는 요즘 가족들의 이름을 많이 부르고, 공일공이라고 하며 전화해라고 종종 말합니다.
아마도 부모님 댁에 다녀온 지 두 달이 지나서 그런가 봐요.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은가 봅니다.
그래서 아버님과 오래 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설날이 다음 달에 있고, 어머니께서 교대근무를 하시니 부모님 댁에 자주 가면 좋겠다는
직원의 바람만을 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임여진 씨를 몇 년 지원하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작년처럼 두 달에 한 번은 부모님 댁에 가서 지내다 오고,
아버지와 동생에게 승마장 동행도 종종 부탁드리겠습니다.
생일은 올해도 부모님 댁에서 보내면 좋겠어요.
재근 씨가 군대 간다고 인사하던 날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곧 제대를 하네요.
재근 씨가 건강하게 제대한다니 제 마음도 기쁩니다. 여진 씨도 많이 반길 겁니다.
지난 번 대구 가는 길에 말씀드린 것처럼,
가족들과 여진 씨가 부모님 차로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면 좋겠어요.
그 때 오가는 차 안에서 여진 씨에 관한 일들 이야기하다 보니
내년 지원 계획 다 세운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여진 씨는 올해도 가족들 경조사 잘 챙기고 작년처럼 때마다 상황 살펴 부모님께 의논드리겠습니다.
올해 5월에 대구 병원에서 섬유선종 검사를 한 번 더 받아야 하지요?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작년 피아노학원에 간 횟수를 세어보니 스무 번 남짓이더라고요.
일 년 중에 그래도 반은 수강을 한 것 같아요. 쉬는 때가 많아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원장님께서 일정이 괜찮을 때는 꾸준하게 다닐 수 있으니
올해도 원장님과 일정 의논해서 다니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 원장님께 인사드리러 찾아뵈었을 때 내년 3월에 보자, 꼭 보자라고 인사하시더라고요.
가면 늘 반갑게 맞아주시고, 여진 씨가 피아노 건반을 치거나 원장님의 연주를 들으며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여진 씨가 피아노학원에서 수업하는 모습이 궁금하시면,
부모님께서 승마장에 함께 가시는 것처럼 피아노학원에도 한 번 들러 인사 나누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 물리치료사 선생님과 재활에 관한 계획을 의논했습니다.
작년처럼 한 달에 세 번은 승마장에 가고 가능하면 매일 스탠딩운동을 합니다.
재활은 꾸준하게,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올해도 꾸준하게 잘 돕겠습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스탠딩 운동하러 갈 때 열 몇 걸음은 보조기를 착용하고 걸어서 갑니다.
차에 탈 때도 멀리 휠체어를 세우고 걸어서 갑니다.
외출할 때 임여진 씨의 발걸음은 보폭도 넓고 빠릅니다.
집에서도 그렇게 걸으면 좋겠는데, 샤워 후에 방까지 걸어 나오는 걸음은 아주 무겁더라고요.
올해 지원 계획 중 작년과 다른 것은 왼손 사용입니다.
여진 씨는 오른손 사용이 수월하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오른손 사용이 더 늘고 편해집니다.
몸도 오른쪽으로 기웁니다.
휠체어를 혼자 이동할 때도 오른손으로 고정 장치를 풀고 바퀴를 돌리니 몸이 오른쪽으로 기웁니다.
왼손 사용이 오른손 사용처럼 수월하지는 않겠지만 몸의 균형을 생각하면
왼손 사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돕는 방법은 물리치료사 선생님과 더 의논하겠습니다.
승마를 지금처럼 말 위에서 혼자 타는 데 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처럼
꾸준하게 하다보면 언젠간 여진 씨가 오른손뿐만 아니라 왼손으로도
컵을 잡고 마시고 과자를 집을 때가 있지 않을까요. 그때를 기대하며 지원하겠습니다.
"여진 씨 혼자 내려와 볼래요?"하며 기다리니 휠체어서 혼자 내려오던 그때의 그 기적처럼 말이에요.
스승의 날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아뵙고, 한미남 사장님 가게에 놀러 가고,
때로는 커피숍에도 가고 세 자매와도 연락하며 지내며 그동안 했던 일상은 그대로 이어가겠습니다.
아! 머리가 조금 더 길면 다시 예쁘게 머리 손질도 하려고 합니다.
머리가 길면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아버지께서 손질을 해 줄 수 없으니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도 짧은 머리는 뻗쳐서 예쁘지가 않더라고요.
아가씨의 예쁜 모습으로 지내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긴 머리는 머리 말리기도 오래 걸리고 매일 감는 것도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저는 여진 씨가 예쁜 게 좋아요.
올해 임여진 씨를 3년 째 지원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은 요령이 생긴 것도 같고
임여진 씨가 하는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더욱 편해지려 하지 않겠습니다.
올해도 예를 갖추어 잘 지원하겠습니다.’
올해 금전 계획서에도 부모님께서 사인을 해 주셔야 하고,
올해 지원 계획도 더 깊이 의논드리고 싶습니다.
읽어보시고 더 할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어머니 가능한 시간 말씀해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최희정
부모님 뵙기 전에 글로 정리해서 나누는 유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진 씨 한 해 삶이 그려져요.
아주 상세하고, 여진 씨의 희망과 함께할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부모님과 잘 의논하기 바라요. 월평
이렇게 편지를 쓰니 선생님 스스로 정리도 되겠어요.
임여진 씨 2024년 삶도 응원합니다. 신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