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22개월 만에 박영수 구속… ‘대장동 법조카르텔’ 실체 드러나나
입력 2023-08-05 00:00업데이트 2023-08-05 04:02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수재 등)·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그제 구속됐다. 2021년 10월 50억 클럽 명단이 처음 공개된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2015년 4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등을 지내면서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억 원을 약속받고 8억 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6월 말 기각됐던 구속영장이 이번에 발부된 데는 박 전 특검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딸과 공모해 회사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11억 원을 받은 것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고, 정치권에서 50억 클럽 특검 논의가 본격화되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훼손한 정황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법원이 제시한 영장 발부 사유가 “증거인멸 염려”였다. 대검 중수부장까지 지낸 수사 전문가가 꼼수를 썼다가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결과가 됐다.
50억 클럽 수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에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그는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1100억 원대의 대출을 불법 알선한 조우형 씨를 변호했다. 이후 조 씨는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가 됐다. 2015년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 로비와 관련해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을 때도 박 전 특검이 변호인이었다.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다른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시급하다.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는 2021년 11월과 12월 한 차례씩 소환한 이후 멈춘 상태다. 아들을 통해 50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보강 수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찾아온 김만배 씨와 만났다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이런 의문들을 검찰이 해소하지 못한다면 특검 도입론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 50억 클럽 특검법안은 이미 4월 말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됐고, 올해 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검찰이든 특검이든 수사를 통해 대장동 사건의 한 축인 50억 클럽 관련 ‘법조 카르텔’ 의혹을 남김없이 규명해야 비로소 ‘대장동 게이트’의 막이 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