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짝궁이 아프답니다.
이 의 영
내 짝꿍이 아프답니다. 어제만 해도 맛있다 맛있다 하며 식사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속이 안 좋고 밥맛이 없다고 혼자 밥을 먹으랍니다.
토목쟁이로 사십여 년간 객지 생활하면서 혼자 밥을 먹은 적이 많지만, 오늘 아침처럼 처량하고 을씨년스러운 적이 없고 짝궁은 아프다는데 혼자 꾸역꾸역 밥 먹고 있는 내가 미련스러워 일부러 신문을 들척였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나와 보니 짝꿍은 거실에 힘없이 누어 T.V를 보고 있습니다
상비약 통에서 소화제를 찾아 먹으라고 주니 한두 끼 먹지 않으면 나을 텐데 무슨 약이냐며 거절합니다
약 먹으라며 화난 척했지만 완강하여 그만 손을 거두었습니다
하필 오늘 문학회 모임이 있어 아침에 나오면서 누워있는 짝꿍 혼자 두고 나오려니 마음이 짠합니다
점심에 특별한 음식 먹으며 짝꿍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무얼 먹기나 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녁때 모임에서 돌아오며 짝꿍이 먹을 것을 사 갈까 하다가 속 안 좋아 못 먹는 것 알면서
먹을 것을 사 들고 들어가면 오히려 짝꿍이 퉁을 놀까 봐 그만두었습니다
그래도 사 가지고 와야 했겠지요
집에 와 보니 짝꿍은 힘없이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습니다
“저녁은?” 하고 물으니 집에 있던 작은 빵 한 쪽과 한라봉 하나 먹었다네요
짠한 마음에 한동안 옆에 앉아 같이 T.V를 보며 이야기 나누다가 “나 들어갈게!” 하고 내 방으로 들어오며 내일은 짝꿍이 다시 건강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첫댓글 자작 시글을 읽으면서 머물다 갑니다..
착한 한씨!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