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2007년), 커피프린스 1호점(2007년), 파스타(2010년), 골든타임(2012년), 나의 아저씨(2018년), 기생충(2019년)...
15년 넘게 정상급 배우로 활약하며 수많은 히트작을 남긴 배우 이선균(48)의 죽음이 알려진 27일, 각종 오프라인 모임과 인터넷 상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씨를 애도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기생충)의 주연이었던 낯익은 배우의 죽음은 대중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죽음 직전 그를 괴롭혔던 각종 사생활 공개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죽음의 경위를 떠나 드라마·영화에서 맹활약하던 배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 먼저 애도를 표했다.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이모(65)씨는 "제가 연예인엔 관심 없는데 이선균은 알고 있다"며 "예전부터 연예인 자살 얘기에 마음 한편이 착잡했는데, 이번에는 특히 마음이 더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60대 택시기사 박모씨도 "애가 둘이나 있다고 하던데 남은 가족들은 어떡하냐"며 "너무 안타깝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 윤모(25)씨도 "최근 이선균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있었다"며 "사건을 떠나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크고, 이제 그가 나오는 드라마는 못 볼 거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씨의 사망을 둘러싸고 생전 그를 노린 과도한 사생활 폭로 보도가 원인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씨가 사망하기 전날인 2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마약류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남 룸살롱 실장 A(29)씨와 이씨 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두 사람의 마약 투약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 외 사적인 대화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세연은 이씨의 사망소식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이런 방식으로 죄를 회피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유튜브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일부 언론은 이씨의 마약류 투약 혐의 사건을 보도하며,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이씨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들추거나 실제 수사선상에 오르지도 않은 연예인들의 실명을 거론했다. 한 공중파 방송 뉴스에선 이씨와 룸살롱 실장 사이에서 오간 내밀한 대화(전화통화)를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나친 사생활 파헤치기 보도가 이씨 죽음의 방아쇠가 됐을 개연성을 언급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모든 걸 언론 탓만 할 순 없지만 실장이라는 여자와 이선균씨가 나눈 대화 내용들이 꼭 공개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사법적 판단을 받기 전에 사회적으로 타살을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안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됐을 수 있다"며 "특히 화목한 가정으로 비치다가 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선균씨가 느꼈던 압박감은 상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 역시 범죄와 관련 없는 사생활 위주 보도의 폐해를 지적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55)씨는 "이선균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참을 우울해했다"며 "경찰 수사와 별개로 과도하게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에 계속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직장인 오모(27)씨도 "마약은 음성인데 언론과 유튜버가 죽였다"며 "알 권리도 아니고 철저히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슈 거리로 만든 사람들이 만든 사회적 살인"이라고 분개했다.
유명인이 선택한 갑작스러운 죽음이 대중의 집단 우울감으로 전파되거나 비슷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베르테르 효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씨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장시간 사랑 받았던 배우였기 때문에, 대중들이 받는 충격은 지인의 갑작스러운 사망만큼이나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제로 고(故) 최진실씨와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후 자살률이 두 배 올라갔다"며 "주변에 정신적으로 취약한 분들을 더 잘 살피고 자주 연락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0, 20대를 넘어 다양한 연령층으로 번질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고 우려했다.>한국일보. 이서현 / 이유진b/ 전유진 기자
출처 : 한국일보. 세상 떠난 '나의 아저씨' 애도 물결... "사생활 폭로로 사회적 타살" 비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