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밤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뭐 먹었니(은혜)'라는 제목을 보았다.
나는 카페 비회원이라서 조회할 수 없었다.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가슴에 와닿는 제목이다.
'무엇을 먹었니?' 하는 말은 배고픈 사람한테는 얼마나 고마운 말일까?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라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는 질문이다.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 주는 뜻이 담겨 있다.
서해안 산골에서 살다가 서울 올라온 늙은이인 나한테 누가 '뭐 먹었나요?'하고 묻고,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싶다.
주머니 속의 지갑 두께가 얊을 망정 나는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고맙소. 배 곪지는 않고, 든든하게 먹었소.'
사회약자한테 더 많운 혜택이 주어졌으면 싶기에 '뭐 먹었니?' 하는 물음이 더 많이 번졌으면 싶다.
따뜻한 세상은 더 아름다운 법이니까.
더 나아가 글 보태야겠다.
'밥은 먹었니?'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밥 굶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밥 굶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다.
1.
점심 뒤에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 서호로 나가서 쉼터 벤치에 철봉에 잠깐 매달렸다.
매달린 게 아니라 철봉을 붙잡고 서 있었다. 매달린 만한 팔뚝 힘이 없기에 마음은 서글펐다.
벌써 이렇게 늙었어?
벤치 위에 걸터앉은 노인들이 장기를 두기에 한 판 구경한 뒤에 천천히 걸어서 롯데월드 쪽으로 향했다.
잠실역 8번 출구 쪽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서 글쓰기 책을 골랐다.
글 잘 쓰는 요령과 비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잔뜩 있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뒤에 도로 꽂고는 책값이 허름한 산문집 세 권을 손에 들었다.
'시골 기행' 강신재 지음. '마음이 먼저 기억하는 그곳'이란 부재가 붙었다.
'후투티를 기다리며' 송명규 지음. 자연환경에 대한 글이다. 후투티는 외국 철새.
'산에서 살다' 최성현 지음. 산속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좁쌀 한 알' 등의 책을 냈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에는 송파구 잠실지역에는 중고서점이 없었기에 늘 새 책을 샀다.
책값에 구애를 받지 않고도 살았는데 퇴직한 뒤로는 어쩔 수 없이 좁쌀영감처럼 지갑 꺼내기를 주저했다.
퇴직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는 백수건달이니 오죽이나 더 하랴 싶다.
서점에서 서 있자니 무척이나 피곤하고, 출출했다. 나이 들면 허기가 더 드나 싶다.
뱃구레가 작은 탓으로 많이 먹지 못하고 소식하는 체질이다. 당뇨병 앓은 지가 10년도 훨씬 더 되었으니 허기를 더욱 느낀다. 덜 먹어야 하는 인식이 뇌리에 박힌 탓이겠지.
귀가하면서 잠실 롯데마트에 들러서 쌀, 고구마 등을 후이 둘러보았다.
햇고구마 100g 829원. 1kg 8,290원
쌀 100g 248원. 1kg 2,480원.
세상에나다. 어찌 주식인 쌀값은 이렇게 헐하며, 간식거리인 고구마는 이렇게 비싸냐고.
아주머니 종업원한테 고구마 값이 쌀보다 훨씬 비싸다고 내가 말했다.
'세상이 바꿨잖아요?' 하면서 아주머니 판매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서해안 내 시골의 쌀 값이다.
2016년에는 쌀 한 가마니 80kg 102,000원. 1kg 1,275원
2017년에는 80kg 140,000원. 1kg 1,750원
2018년인 올 가을에는 아마도 쌀값이 더 오를 것 같다. 올라봤자 고구마값에도 미치지 못할 터.
주식보다 간식거리가 훨씬 더 비싼 세상에서 산다.
잠실역 지하 8번 출구에는 지하 매점이 줄을 지어서 간단한 요깃거리, 군것질거리도 판다.
'삶은 계란'이란 안내판을 보았다.
달걀을 따근따끈하게 끓여낸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인생은 '삶'이라고 말한다.
'삶은 계란'은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살믄 계란'일까?
'삼은 계란'일까?
'삼은 계란'으로 발음하면 '인생(삶)은 닭알(달걀)'?
1.
귀가하려고 지하 매점을 빠져나왔는데 바깥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진다.
매점에 들어가서 우산을 사야 하나? 그냥 비를 맞아야 하나?
늙은이가 비 맞는 꼬라지도 그렇고... 그렇다고 돈 내고 우산을 새로 산다?
돈이 아까워서 눈 딱 감고는 교통신호등이 파란불이 되자마자 길 건너편으로 뛰었다.
발걸음이 뒤뚱거릴 뿐 빠르게 뛰지 못했다.
금세 숨이 가쁘고 지쳤기에 걷는 둥 뛰는 척하면서 아파트 단지 안의 샛길로 들어섰다.
키 큰 나무 잎사귀에서도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방울을 덜 맞으려고 큰 나무 밑으로만 뒤뚱거리면서 달음박질했다.
나중에는 지쳐서 그냥 비를 맞은 채로 걸어서 아파트 현관문으로 들어섰다.
벽 거울을 보니 모자, 윗옷, 바지가 젖었다.
윗옷과 땀에 절은 속옷을 벗은 뒤에 화장실 세면대에서 빨았다.
주물럭거리는 흉내를 낸 뒤에 꼭 짜서 베란다 빨래줄에 널었다.
찬물로 샤워도 했다. 상황 끝.
비 맞을 것을 예상했는데도 우산을 사지 않았기에 주머니 속의 지갑 두께는 그대로였다.
옷 빨고, 사워했으니 수도요금은 조금은 더 많이 나오겠지.
덕분에 이런 글감도 생겼고...
늙은 아내가 이런 몰골을 보았다면 나는 지청구를 또 들었을 게다.
늙은 아내는 50여 일 전에 해산한 작은딸한테 미역국을 끓여준다고 외출했기에 비 맞은 흔적을 들키지 않은 나로서는 다행이다.
별것이 다 다행이다.
2018. 9. 3.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쌀 1킬로 가격이 커피한잔 값보다
더 저렴하는군요.
나중에 고구마 수확하면 10킬로 한박스에
3만원에 판매할 예정인데 고구마 좋아하시면
저의 고구마 애용바랍니다......ㅎㅎㅎ
예.
댓글 고맙습니다.
비오는 날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분주한 하루 였습니다.
집에 와서 하루 피로를 풀면서 샤워를 하고 난후가 개운 할 것입니다.^^
예.
보도국장님.
비 오는 날인데도 농사 지으려면 늘 바쁘게 살아야겠지요.
일하고 나면 몸이 개운하지요.
돈은 쓰면 생긴다고 합디다 울영감 ㅎㅎ
학교다닐때 부모님 주머니는 생각도 안하고 하는말
지금도 그버릇은 못고치고 티격태격 합니다.
돈 많은 사람한테나 적용하는 말이겠지요.
그만큼 인맥이 형성되고 기회는 되니까요.
하지만 돈이 없거나 적은 사람은 그저 움켜쥐고 아끼는 방법밖에 도리가 없겠지요.
나중에 더 늙고, 기력 빠졌는데도 병원에 갈 일이 더 생기고...노년에도 어느 정도껏 돈은 있어야...
곰내님~나이가 들수록 잘먹어야한다네요.때에맞추어 잘드시길 바람니다.
예.
맛 있는 거 많이 보내세요.
이 나이에 못 먹어서 병이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잘 먹어서 병이 생기겠지요.
특히나 당뇨에는...
물론 우리나라가 지금 잘 살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밥굶는 빈곤층이 많은 것 같아요
이야기가 나온김에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경제 심각한 듯하여
걱정이랍니다.
저는 크게 걱정 안 합니다.
2,500 년 전에도 세상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지요.
지금껏 잘 살고 있지요. 그 옛날보다는 더욱 낫게 생활하거든요.
저는 1950년대, 1960년대를 기억하기에... 설마하니 그 당시로 되돌아갈까요?
전혀... 지금은 너무 잘 살아서 걱정인 세상이지요.
빈부 격차를 줄이면 되지요.
저는 전혀 걱정 안 합니다.
왠지 안쓰런 마음이..,
하나도 안쓰럽지 않지요.
제가 궁상 떨었으니까요.
조금은 불편해도, 조금은 어려워도, 조금은 힘에 벅차도
'까짓것 '하면서 견디어내고, 이겨내고, 고집 피우는 근성이 아직도 남았다는 뜻이네요.
비 그거 조금 맞았다고 해서 뭐 처량할 것은 전혀 없지요.
그냥 샤워하면 끝.
님의 댓글이 예쁩니다. 꾸벅!
아....
남자분들도 이런 생각을 하시네요?
남자들은 생각없이 사는줄 알았거든요
아내보다 나이가 5살이나 더 많기에 한국 남성의 사망으로 보면 저는 아내보다 10년 일찍 죽겠지요.
내가 죽은 뒤 늙은 아내가 자식들 눈치밥 덜 먹고 살려면?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야겠지요.
대부분의 남자는 대부분의 여자와 똑같아요.
댓글 고맙습니다.
곰내님!
진솔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참 글을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저녁 되세요~^
예.
댓글 고맙습니다.
제 아내 손이 제 손보다 더 크대요.
저는 앞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2015년 남성 평균기대수명이 79살로 나오네요. 그럼 저는 앞으로 10년 더 살아야 하는데...
주머니 걱정이...
@곰내 하하하~^
옛날에는 쓰리꾼도 있었는데.
주머니 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가람이 예. 예전에는 쓰리꾼 정말로 많았지요.
아마 지금도 있을 겁니다.
서울은 도서관에서 책 대여하는 게 더 용이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마을이동문고도 일주일에 한번씩 오기도 하고
2주간 책 대여도 가능해서 아주 편리합니다.
물론 신간도 많지요.
한 번도 이용하지 못해서... 그런 제도도 있나요?
좋은 정보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