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직장(덕원농원) 24-1, 새해 인사
“아저씨, 새해가 되었으니 사장님과 사모님께 인사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연말에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잖아요.”
“맨날 보는데요.”
“매일 봐도 정식으로 인사하면 좋겠어요. 신년 계획도 의논할 게 있고요.”
“그라만 해요.”
“언제 하고 싶으신지요?”
“지금 해요. 사모님, 창고에 있어요.”
“무엇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빈손으로 찾아뵙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어요.”
“베지밀 사지요. 사장님이 잘 못 드시는데, 베지밀이 낫지요.”
아저씨는 마트에 들러 베지밀 한 상자를 샀다.
아저씨 말씀처럼 사모님은 창고에 계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나도 금방 들어왔어요. 조카 내외가 와서 점심 먹느라고 늦었네요.”
“사모님, 작년 한 해 애쓰셨지요? 사장님 건강 챙기며 농원 일하시느라, 백춘덕 아저씨 살펴주시느라 늘 바쁘셨잖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올 한 해 또 잘 부탁드립니다. 부산 사는 조카분이 연말에 편지를 보내셨어요. 사장님 내외분께 몇 번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셨어요.”
“우리가 뭘 했다고요. 눈으로 보니 늘 신경은 쓰이지요. 아프다 하면 걱정되고.”
“아저씨께서도 사장님 걱정하며 베지밀을 고르셨어요. 두고 드십시오.”
“아저씨, 뭐 하러 이런 걸 사 와요. 맨날 얼굴 보는 사이에. 아저씨 집에 갖다 놓고 드세요. 밤새 냠냠하실 텐데.”
“놔뚜고 먹어요. 사장님이 그거는 먹잖아요.”
“그러면 창고에 두고 같이 먹어요. 아저씨도 일하다가 목마르면 드시고요.”
“사장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요즘은 얼굴 뵙기가 힘드네요.”
“저번에 간수치 때문에 병원 다녀오고 요새는 괜찮아요. 음식도 좀 낫게 드시고요.”
“다행입니다. 병원 자주 가시면 어디가 많이 안 좋으신지 걱정되더라고요.”
“좋다 안 좋다 해요. 그래도 지금은 좀 나으니 나도 살 것 같고요.”
“아저씨께서 표현은 안 하셔도 사장님, 사모님 걱정 많이 하세요. 언제까지 함께 일하실지는 모르지만, 농원에서 지내실 때까지는 서로 의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올해는 뭐라 장담을 못 하겠어요. 아저씨 건강이 안 좋으니 일을 줄여야 해서 사과 농사도 다 처분했고요. 춘덕 아저씨도 연세가 있으니 오래 일하시기엔 무리가 있고요. 서로의 사정이 있으니 두루 고민하고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하셨으니 가족이나 다름없지요. 사장님, 사모님께서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고 결정하실 일이니 어찌 되든 그 뜻에 맞게 돕겠습니다.”
“아저씨만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요.”
“아저씨와 의논하기로는 연초에 식사하며 의논했으면 하는데, 어떠세요?”
“식사는 다음에 하지요. 좀 있으면 구정인데, 그즈음에 식사해요.”
“아저씨 일로 상의드릴 게 앞으로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사모님께 도움을 구하겠습니다. 그래도 되지요?”
“내가 도울 일이 뭐가 있겠냐마는 도울 수 있다면 그래야지요.”
“감사합니다. 사모님께서도 올 해 건강에 더 신경쓰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지요. 춘덕 아저씨도 선생님도 건강하시고요.”
2024년 1월 5일 금요일, 김향
매일 얼굴 보며 지내는 사이라도 이렇게 신년 맞아 새해 인사하니 또 마음이 새로워집니다. 인사 거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2024년 사장님 건강, 농장 규모 축소, 아저씨 연세…. 고려할 게 많죠. 선하게 인도해주시기 빕니다. 월평
첫댓글 "아저씨만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요." 사모님의 마음이 한 문장에 담겨 있네요. 한결같이 사랑 주시고 또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면 좋겠다고 주선해주신 김향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