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이어갈 양국 호국간성의 만남
입력 2023. 07. 20 17:31
업데이트 2023. 07. 20 17:35
함께 달렸다, 정예 장교의 꿈
함께 달궜다, 뜨거운 전우애
2023 하계 군사훈련 현장을 가다
1 육군학생군사학교
ROTC 한미 후보생 입영훈련
서로 물 챙기고 어깨 두드리고…
체력단련으로 더 가까워져
분대공격·유격 훈련 등 실시
낯선 급식과 훈련에 긴장도
“맛있다” “흥미롭다” 엄지 척
양국 선배 장병들의 희생 기억
“군인이자 친구로 꾸준히 교류
한미연합 전력에 큰 힘 될 것”
20일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진행된 학생군사교육단 하계 입영 훈련에서 한미 학군사관 후보생들이 분대공격에 앞서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주먹을 맞대며 훈련 의지를 다지는 한미 학군사관 후보생.
절기상으로 더위의 시작과 정점이라는 소서(小暑)·대서(大暑)가 있는 7월. 이러한 폭염 속에서도 체력과 전투기술을 단련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계 군사훈련을 하는 각 군 사관생도와 전국 학생군사교육단(ROTC) 후보생들이다. 국방일보는 올해도 정예 장교로 거듭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의 ‘뜨거운 여름’에 동행한다. 첫 순서로는 한미 학군사관 후보생들이 진한 땀과 우정을 나누는 육군학생군사학교 4학년 하계 입영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유격훈련 중 줄 잡고 건너기를 하는 미 학군사관 후보생.
미 후보생 16명 동참…양국 교류 역사 배워
19일 오전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학군교). 전국 ROTC 4학년 후보생들이 4주의 하계 입영훈련을 하는 가운데 조금 다른 군복을 입은 이들이 이곳에 도착했다. 이날부터 2박3일간 동반훈련에 임할 미 ROTC 후보생 16명이 주인공.
환영행사에 이어 이들은 8명씩 1여단 3대대와 4여단 3대대에 배치받았다. 한국군 후보생이 1명씩 멘토로 지정돼 이들의 적응을 도왔다. 먼저 교내 역사관에 들러 한미 후보생 교류의 인연을 확인했다. 1916년 미국에서 시작된 ROTC 제도를 채택한 우리 군은 1961년 한국 ROTC를 설립했다. 창설 50주년을 맞은 2011년 한미 후보생 군사문화 교류가 첫발을 뗐고, 문화탐방·학점교류 등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장병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랜 시간 이어진 역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은 게시물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다음 일정은 지휘관과의 만남. 1여단장을 맡은 정재학(대령) 인하대학교 학군단장이 능숙한 영어로 환영의 뜻을 전했다. 미 ROTC 후보생들이 질문을 쏟아내자, 중간중간 멘토 후보생들이 대신 설명해 주기도 했다.
정 단장은 “예전에는 미군과 교류할 기회가 있어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피하는 분위기 였는데, 요즘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이들이 군인이자 친구로 꾸준하게 교류하면서 한미연합 전력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데 큰 힘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흐뭇해했다.
아무래도 빠르게 친해지는 데는 몸을 쓰는 활동만 한 것이 없는 법. 체력단련을 위해 호국광장에 모인 한미 ROTC 후보생들의 머리 위로 햇볕이 따갑게 내리쬈다. 이들은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훈육장교를 따라 몸을 움직였다. 격렬한 동작에 모든 후보생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호흡을 맞추면서 어색하던 분위기도 한층 풀어졌다. 서로 마주 선 채 어깨를 눌러주고, 등을 마주 대고 팔을 걸어 업어주는 등 살을 맞대면서 친해졌다. 잠깐 쉬는 시간에는 서로 물을 챙겨주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훈훈한 장면도 보였다.
이날 교육의 대미는 뜀걸음이 장식했다. 교내 도로를 따라 2.6㎞를 달리는 동안 쉴 새 없이 구령과 군가가 울려 퍼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도 가끔 눈을 마주치면서 미소를 보이는 양국 후보생들 사이에는 우정이라는 싹이 트고 있었다.
꼭두새벽부터 맛본 한국군 훈련의 참맛
본격적인 훈련의 막이 오른 20일 새벽 4시30분. 점호를 마친 한미 후보생들은 복장과 장비들 챙겨 분대공격 교장으로 이동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1시간 동안 가파른 산길을 오른 탓에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지친 이들을 달래준 건 급식. 뜨끈한 밥과 김치찌개를 본 한국 후보생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돌았지만, 미 후보생들 얼굴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 순대볶음을 받은 이들은 멘토 후보생들에게 정체를 묻기도 했다. 니콜라스 데르도스키 후보생은 “입대하기 전에 한식을 먹어봤는데, 병영 급식은 처음”이라며 긴장하면서 한 입을 먹고는 “맛있다”며 웃어 보였다.
훈련은 “파이팅”을 외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분대공격 훈련은 명령 하달부터 공격 개시, 개활지 극복 상황으로 구성됐다. 빽빽한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한미 후보생들이 몸을 숨긴 채 명령을 기다렸다. 분대장 후보생의 외침에 따라 개활지에 진입한 이들에게 연막탄 지원과 동시에 적 공격이 시작됐다. 자체 화력으로 적을 제압한 후보생 사이에 섞인 올리버 오커슨, 웨인 쿡 후보생이 전우들과 주먹을 맞대며 성공적인 훈련을 자축했다.
같은 시간 유격훈련장에서는 공포의 유격훈련이 진행됐다. 한미 후보생들이 “유격 자신”을 외치며 이동하는 모습은 73년 전 그날 적을 향해 진격하는 연합군과 다를 바 없었다.
첫 훈련은 약 5m 길이의 물웅덩이를 커다란 플라스틱 원통 형태의 그네를 타고 건너는 ‘그네뛰기’.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보생들의 눈빛이 또렷해졌다. “Ready to go!” 자신 있게 한 마디를 외친 스콧 스미스 후보생은 능숙하게 그네에 다리를 걸치고 물웅덩이를 건넜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런 훈련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흥미롭다(Cool!)”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음 훈련인 ‘줄 잡고 건너기’ 역시 비슷한 방식이다. 그네 대신 줄을 잡아야 해서 남다른 팔심이 필요했다. 미 후보생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때마다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줄을 놓쳐 물웅덩이에 빠진 후보생들은 나란히 앉아 군복과 군화에서 물을 털어내기도 했다.
차례를 기다리는 후보생들은 유격체조로 몸을 풀었다. 곳곳에서 나오는 괴성이 얼마나 힘든 상태인지 알려줬다. 그럼에도 함께 영어로 숫자를 세면서 동작을 수행하는 모습에서 돈독한 전우의 향기가 묻어났다.
“더 많은 교류의 기회 있었으면”
상명대 학군단 이성규 후보생은 “같이 훈련하는 파트너인 만큼 상황을 설명하고, 대처법을 전하는 등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 데 집중했다”며 “개인적인 이야기로 대화의 물꼬를 텄는데, 앞으로 더 많은 교류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군교에서도 한미 후보생이 함께하는 데 불편함과 제한사항이 없도록 훈련을 준비했다. 1여단 3대대장으로 한미 ROTC 후보생 동반훈련을 이끈 조은경(중령) 이화여대 학군단장은 “1950년 이맘때는 미군이 6·25전쟁에 참전해 한국땅을 밟았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양국 선배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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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메인 | 국방일보 (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