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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남양주가평 노사모에서 21일 진행하는 고 노무현2주기 추모행사에 제가 어느 날 밤 사진 보다 그냥 써오린 글 보고 낭송하라해서, 오늘 밤 다시 수정해서 올립니다
/ 또 다시 오월은 오고/
. 서진희
수수꽃다리 짙은 향이 코끝을 스치는 오월은 다시 왔습니다. 눈만 돌리면 꽃천지인 오월이 다시 왔습니다. 긴 겨우내 살을 에이던 차가운 바람도 완전히 손을 놓아 지상의 온갖 꽃들이 눈을 희롱하는 오월이 다시 왔습니다. 말라있던 갈색 담쟁이도 새순을 뻗어 다시금 손을 잡고 오르는 이 땅에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언 강 밑에 꿈틀대던 강물도 풀려 가난한 자들의 눈물마저 받아들일 수 있는 이 지상 가장 낮은 곳으로 모여 드는데 강물은 결국 바다로 간다던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계셨던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먹을 것, 입을 것, 자는 곳 걱정없는 사람사는 세상 한 번 신나게 만들어 보자던 당신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며 떠나셨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 땅의 혼돈은 이 지상, 이 길 위에 여전히 서성대는 오월입니다.
당신처럼
비바람 속에 혹여 똑똑 머리를 떨궈내고 자취를 감출까 라일락 몇 송이 몰래 따와 제 안에 숨겨놓았습니다. 살아 풍성한 꽃무리를 이룰 때 그 향을 잃고나서야 또 다시 후회 한 조각 맞춰보는 우둔한 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라일락이야 살아남은 자들이 또 다시 맞을 어느 봄날 한 때 바람결에 스며들겠지만, 당신이 살아생전 사람 사는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들만 따라다녀야 하는 이 오월은 눈물바람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의 /노 무 현/ 오월 꽃보다 아름다웠던 당신의 몸짓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이미지가 없습니다.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당신이 살아있었던 흔적만 따라다니는 이 오월은 슬픈 달입니다. 더 이상 당신의 아름다운 몸짓, 새로운 이미지들이 생성되지 않는 먹먹한 달입니다.
수많은 당신의 흔적 따라 지나는 길에는 눈높이를 맞춰 어린아이와 함께 사탕을 빨고, 어린 손녀딸의 시린 손이 걱정되어 휴지로 아이스크림을 말고, 무릎을 꿇고 농부에게 잔을 따르며, 고개를 숙입니다. 여학생들과 키높이를 맞추려 무릎을 꺾고, 국민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당신에겐 비겁, 비열 ,비굴로 이어지는 흔히 만나는 정치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외세의 힘 앞에 더 당당하고, 권위를 앞세워 국민 앞에 군림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들 앞에서만 고개를 숙이는 당신은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고, 사람사는 세상을 나누고, 사람사는 세상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동행의 흔적들만 보입니다.
당신이 오르던 봉하 마을 뒷산에 또 다시 꽃들이 피고, 당신이 걷던 정토원 길목에도 희망의 잎새들이 돋아나는데 이 땅의 우리들은 아직도 공존의 아름다움을 갖지 못했습니다. 혹여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고개를 돌리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 빈 자리를 대신한다 나섰지만,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과 치환되지 않습니다. 바보 노무현이 다시 필요한 이 지상입니다. 바보 노무현이 그리운 이 오월입니다.
오월, 다시 맞은 이 봄날에 꽃들은 다시 피어나고 져도 제 속의 당신은 저 꽃들처럼 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남겨놓은 국민앞에 고개숙인 대통령의 모습은 권력을 통해 국민 앞에 군림하는 자는 나의 대통령이길 거부합니다. 당신을 대통령으로 가졌음이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그리운 이 오월입니다.
(김진수님의 댓글도 지워져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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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람들 앞에서 시낭송하는 일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간절하게 아름답게 둥글게 그리고 환한 촛불의 밝음처럼 따뜻하고 애틋하고 행복한 시간 많이 나누시기 바랍니다. 댓글이야 걱정 마세요. 한나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