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째인 지난 6월23일은 후쇼샤 교과서 저지 구마모토현 방문 대표단이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날이다. 인천공항에서 구마모토공항 왕복비행기는 아시아나항공이 주2회 운항하고 있다. 항공 일정을 맞춰 탑승시간을 잡다보니 23일이 한국으로 가는 날이 됐다. 이 때문에 대표단은 구마모토현 공항에서 12시20분 출발하는 탑승권을 미리 예약해 뒀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짐을 챙겨 정각 9시에 호텔을 나왔다. 12시20분 비행기라서 조금 시간이 있어 인근 구마모토시 수전사 성취원(水前寺 成趣園)(사진)을 둘러보기로 했다. 호텔 앞마당에 대기한 승용차에 모두 짐을 실었다. 도보로 ‘수전사성취원(공원)’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10분정도 걸어가니 수전사성취원이 나왔다. 입구는 우리나라 관광지 입구와 마찬가지로 기념품, 떡, 과일 등을 파는 가게들로 즐비했다. 일본인들은 이곳 수전사 성취원(공원)을 ‘스위젠지 죠주엔’이라고 불렀다. 일본 전통 모모야마양식의 우아한 회유식 정원이었다. 일행 16명은 각자 정문에서 헤어져 공원을 둘러봤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우리 왕릉을 보듯 곡선모양의 봉분이 여러 개 모여 오목 볼록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봉분은 아니었다. 정원에 봉분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만들어진 것이었다. 공원은 초록색 잔디와 함께 어우러진 물, 나무 등 멋진 풍경이 감흥으로 나가왔다.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시냇물처럼 졸졸 흐른 맑은 물은 붕어, 금붕어 등 민물고기가 정겹게 무리를 지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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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인공미의 전형을 보여주는 쿠마모토 수전사 성취원 © 김철관 | 수전사 성취원은 동해도 오십삼차를 본떠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구마모토현에 있는 아소산의 복류가 청렬한 지하수를 샘솟게 하는 곳이 이곳이다. 1636년 호소카와 가(家)의 3대 번주인 호소카와 타다토시(忠利) 공이 이곳에 다실과 라칸지(羅漢寺)의 전주지인 켄타쿠(玄宅 )스님을 위해 절을 건립했다.이 절을 스이젠지(水前寺)라고 불렀다. 아름다운 모모양식의 정원으로 4대, 5대 번주에 의해 약 80년에 걸쳐 완성됐다. 죠주엔(成趣園)은 당시 유명한 시인인 도엔메이의 시에서 유래됐다. 공원 내에 있는 이즈미신사(出水神社)는 1878년에 창건돼 호소카와 가의 역대 번주를 모시고 있는 곳이다. 죠주엔은 바로 이즈미신사 경내에 있다.
또 공원 내 있는 고킨덴쥬노마는 호소카와가의 초대 번주인 호소카와 후지타카 공은 와카(일본고유 시)가 매우 뛰어나 당시 토모히토친 왕에게 고킨화카슈(고전 시집)의 비술을 전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구마모토현 아소산에서 흐른 물인 長壽之水(장수지수, 장수의 물)는 호소카와 타다토시 공이 이 장소에서 다실을 지었다. 의도는 청렬한 지하수가 차의 물로써 최적이기 때문이었다. 이 물은 百藥之長(백약의 장)으로 현재도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 스이젠지 죠주엔 입구에서 대표단 일행은 기념사진을 찍었다. 곧바로 수전사호텔 입구로 돌아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구마모토현 공항으로 출발했다. 구마모토현 공항에 도착한 대표단은 출국 수속을 받았다. 시간이 남아 면세점 들려 쇼핑을 했다. 구멍가게 같은 면세점이었다. 과자, 손거울 등 가격이 저렴한 선물을 몇개 샀다. 그런데 옆에 있던 황석균 선생이 구마모토현공항 안내판에 붙어 있는 구제역 경고판을 보고 구마모토현 공항에서 탑승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을 불러 강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작년 발생한 구제역 관련 경고판이었다. "한국에 악성전염병 구제역이 돌고 있다. 한국에서 소고기, 돼지고기를 가지고 오면 안 된다." 황 선생은 "구마모토현을 찾는 한국관광객들이 많은데 사건이 한참 지난 경고판이 지금까지 붙어 있어 구마모토현을 찾는 한국사람들은 불쾌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공항 여직원에게 말했다. 이 공항 여직원은 "본인이 처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상부에 보고를 해 제거하도록하겠다"고 밝혔다. 때가 돼 탑승했다. 승무원에게 <한겨레>신문을 달라고 했다. 곧바로 신문을 가지고 왔다. 구마모토현 교과서 대표단 활동을 담은 기사가 크게 실려 있었다. 타 신문에는 실려 있지 않았다. 씁슬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 구마모토현 언론도 집중 조명한 방문단의 활동을 우리 대부분의 메이저 신문들은 조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탑승해 인천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구마모토현 교과서 방문 대표단으로 활동했던 일행들에게 각 시정촌 교육위원회나 교과서 전시장을 다니면서 느낀 소감을 물어봤다. 먼저 현북팀 일행인 충남교과서모임 회장인 길준용(서산여중) 선생을 만났다. 그는 교과서 전시장에서 교과서를 본 소감을 말했다. “전시장에서 후쇼샤 교과서를 자세히 살펴봤다. 실제 교과서를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왜곡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후쇼샤 교과서 내용을 비판했다. “독도가 자기들의 땅이라든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크게 사진으로 부각했던 점은 일본청소년들에게 반한 감정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백제에서 일본에 전한 불교문화(불상 등)도 헌납으로 표시했고, 이등박문의 조선침략을, 조선출병으로 왜곡하고 있다. 지도까지 제시하면서 조선침략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후쇼샤 교과서 내용은 심각하게 역사관을 위협하고 있다. 후쇼샤 교과서는 절대 선택해선 안 된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통역을 담당한 충남일본어교육연구회 총무인 황석균(논산대건고) 선생은 보람 있는 방문이었다고 말했다. “처음 형식적인 일이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다. 막상 각 시정촌 교육위원회를 방문해보니 공감을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방문하지 않는 것보다 온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방문한 구마모토현 각 교육위원회 교육장에게 협조해 준 것을 고맙다고 하는 편지를 보내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서신과 함께 후쇼샤 교과서 왜곡 부분을 발췌해 함께 첨부해 보냈으면 한다. 제가할 수 있는 일은 보낼 서신 등을 번역하는 작업을 도와주겠다. 개인적으로 각 시정촌 교육위원회 교육장에게 감사의 서신을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다.” 방문기간 내 한국 관련 단체와 로밍폰을 이용해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담당한 천안월봉고등학교 이상길 선생은 대표단의 활동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표단은 부드럽게 하면서도 강한 느낌이 오게 얘기했다. 현지 교육장에게 후쇼샤 교과서가 채택되면 한국과 경제적 관계가 단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히토요시를 빼고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기 전에 철저히 후쇼샤 교과서를 분석해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후쇼샤 교과서 역사왜곡 자료집을 발간해 국내 일선학교에 홍보할 예정이다. 일본의 시민단체와 교육단체가 자발적으로 결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홍순승 부단장도 방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활동해 호소해보니 안한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우리 한국 국민은 역사왜곡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국민 대부분은 역사왜곡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고 무관심하다. 한마디로 일본국민들은 우리만큼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 교과서네트워크 등의 시민단체와 연대한 것이 시너지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대표단 활동을 생생하게 담는 동영상을 촬영한 신열호(온양여중) 선생은 한일 우호증진을 위해 바른 역사관을 공유해야 한다고 전했다. “처음 방문한 현청 느낌은 딱딱했지만 시정촌 교육위원회를 방문하니까 우호적인 모습이 보였다. 의례적인인 답변도 있었지만 성의있는 답변도 돋보였다.” 김정수(공주고) 선생은 한일 우호 평화 교류를 위한 전제조건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방문이 관료적이면서 의례적인 태도라고 할지라도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 역사의 문제점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다만 방문이나 교류가 언론홍보성 일회성으로 머물러선 안 된다. 역사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 시민단체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류와 방문이 있었으면 한다.” 강동환(천안오성중) 선생은 대표단 방문 활동으로 우호적 일본 시민사회단체에게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이 4년 전보다는 못하겠지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후쇼샤 교과서를 움직이는 극우 새역모 활동이 좌절돼야 앞으로 그런 교과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방문결과를 교육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낀 것이다.” 대표단 요청서를 통역했던 이병례(예산여고) 선생은 일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만남은 의사소통에서 전제가 돼야 한다. 현재 우리교육이 영어중심의 교육으로 되고 있다. 제2외국어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현남팀에 활동한 김지훈 아산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일본시민단체와 끈끈한 연대를 강조했다. “한국의 시민단체와 교육단체가 일본시민단체와 함께 구마모토현을 방문, 각 시정촌 교육위원회를 돌면서 역사왜곡을 호소한 것이 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현지 여론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왜곡 교과서에 대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에게 힘을 준 것도 중요했다. 앞으로 그들과 끈끈한 연대를 더욱 가속화 시켜야 한다.” 박성종(아주자동차대학 교수) 보령시민참여연대 대표는 이번 방문이 우리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일본의 양심, 성실함이 살아 있는 것도 직접 확인했다. 기성세대가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한일 교류가 일어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교류가 빈번하면 교과서 왜곡 해결뿐만 아니라 상호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김화자(천안불당중, 전교조 충남지부 부위원장) 부단장은 한일 시민단체의 연대가 효과를 더했다고 밝혔다. “일본 시민단체 활동을 한 사람들이 나이가 든 사람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없었다. 그들은 역사왜곡이 얼마나 절박하고 잘못된 부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역사왜곡이 젊은 세대까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젊은 세대를 위해 역사왜곡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역사왜곡을 더 이상 한일 청소년들에게 물러줄 수 없다.” 송인준(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의장) 대표단 단장은 방문이 일본 시민단체에게 힘을 준 것이 제일 큰 효과라고 말했다. “방문을 통해 느낀 것이 있었다. 일부 교육위원회에서 의례적인 답변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일본정부의 입김이 관료사회에 작동한 것처럼 느껴졌다. 역사 왜곡문제에 대해 일반 시민은 무관심했다. 일본에 있는 관심있는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렵게 활동하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에게 힘을 주고 그들에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것에 만족한다.” 1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표단은 한 카페에서 평가 모임을 갖고 각자 해산했다. 3박4일의 일정이 모두 끝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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