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사 간 국가인권위는 굶어 죽으라 하고, 용역깡패는 주말에 낫을 휘두르고! 기아차 고공농성 노동자들에게 인권을!
법원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판결을 이행하라며 122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던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용역깡패들이 침탈해 낫을 휘두르는 둥 위협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1일 시청 앞 금세기빌딩 광고판이 있는 옥상문을 용역 깡패 8명이 부수고 올라와 ‘낫’을 매단 장대를 휘두르는 등 농성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금세기빌딩은 얼마 전까지 국가인권위원회가 입주해 있던 건물이다.
아무런 권한도, 이유도 없는 용역깡패들의 무리한 진압작전을 보며 우리는 또다시 용산사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옥상에서 농성자들이 있는 광고판 꼭대기에 이르는 통로에는 농성 노동자들이 설치한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올라온 농성 노동자들과 용역깡패들이 물리적 충돌을 벌일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이를 저지할 수있는 그 어떤 저지력도 없었다는 것이 더욱 끔찍하다. 경찰의 비호, 업체의 안하무인, 국가인권위의 외면,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당을 포함한 연대 세력의 나약함이 이러한 ‘위험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에 고개 숙여 반성한다.
연휴기간 백주대낮에 ‘조폭영화’에서나 나옴직한 검은 옷을 입은 용역깡패들이 낫을 들고 설치고 있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보호는 고사하고 휴일에는 쉬어야 한다며 농성 노동자들에게 전달되던 식사를 거부했다. 또한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평일 식사 전달도 16일까지만 책임지고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광고전광판 소유주인 명보애드넷은 용역들을 동원해 방한복 전달도 불허했고, 용역깡패들이 쳐들어오는 순간 쏟아진 소나기로 농성노동자들의 얇은 의복은 비에 흠뻑 젖고 말았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을지로 청사 시대 개막을 맞이해 “신청사 이전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인권전담 국가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신청사 시대를 열자마자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으로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이 시대가 현병철 체제의 연장이 될 것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바로 기아차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다.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국민으로부터의 신뢰성을 얻기 위해 최소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약속했던 바와 같이 농성 노동자들에 대한 식사 제공과 방한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이사 갔다고 의무를 벗어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2015년 10월12일
노동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