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경향신문 2011-7-3
태국 총선 제1야당 압승… 탁신 여동생 총리 등극
ㆍ과반 의석 확보… 탁신 정계 복귀 유력
3일 실시된 태국 총선에서 제1야당인 푸에아타이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는 압승을 거뒀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 현재 83.69% 개표 결과 탁신 친나왓 전 총리(62)의 여동생 잉럭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44)이 이끄는 푸에아타이당(프어타이 당)이 전체 500석 중 255석을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47)의 집권 민주당은 16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앞서 태국 여론조사기관들이 총선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푸에아타이당은 290∼313석을 차지하고 민주당은 150석 안팎의 의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푸에아타이당이 단독 과반수를 확정짓게 됨에 따라 잉럭은 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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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환호 잉럭 친나왓 푸에아타이당의 총리 후보 지지자들이 3일 실시된 태국 총선에서 푸에아타이당이 크게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사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방콕 | AP연합뉴스 |
잉럭은 “나와 푸에아타이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이 나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에아타이당은 다른 정당들과 협력할 계획이고 이미 실무진이 접촉을 가졌다”며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하더라도 소수 정당과 연립을 구성할 뜻을 시사했다. 푸에아타이당의 승리는 탁신의 막내 여동생 잉럭을 내세워 복지정책 확대로 빈곤층과 서민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던 탁신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는 전략이 주효한 덕분으로 보인다.

(사진: Bangkok Post) 환호에 응답하는 잉럭 친나왓 후보.
아피싯 총리는 선관위의 공식 집계 발표 직전 “결과는 명백하다. 푸에아타이당은 이겼고, 민주당은 졌다”라며 패배를 공식 시인했다. 그러면서 “태국 국민의 통합과 화해를 원한다. 민주당은 야당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에아타이당의 승리가 확정됐지만 태국 내의 빈부·정치세력 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정정 불안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탁신의 복귀가 이뤄질 경우 2006년 쿠데타로 그를 축출했던 군부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외에 망명 중인 탁신 전 총리는 앞서 푸에아타이당이 승리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푸에아타이당은 국가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소요사태가 일어나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귀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는 “쿠데타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탁신이 복귀를 시도할 경우 이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는 “푸에아타이당이 약속한 대규모의 정치적 사면은 탁신에게 복귀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은 군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탁신 성향인 방콕 부유층과 민주당의 텃밭인 남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노란셔츠(국민민주주의연대·PAD)’들은 잉럭을 ‘탁신의 꼭두각시’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군부나 엘리트층의 반발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 지난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조기 총선 카드’를 끌어냈던 ‘붉은셔츠(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시위대가 다시 거리로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아피싯 총리는 지난해 3~5월 붉은셔츠 시위대가 69일 동안 군경과 충돌, 국정을 마비시키자 조기 총선을 약속했다.
싱가포르 소재 동남아연구소의 파빈 차차발퐁푼은 3일 AFP에 “태국의 미래는 (왕실·군부·부유층 등) 전통적인 엘리트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크세 추가자료
<방콕포스트> 온라인판 1면 탑 공개 통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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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방콕포스트>가 공개 중인 이 도표는 한국시간으로 7월4일 새벽 4시 현재도 개표결과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프어타이 당'은 지역구 203석과 비례대표 60석을 합쳐서 263석을 차지했다. 출구조사에서는 313석이 예상됐었다. 집권 '민주당'은 지역구 116석과 비례대표 46석을 차지하여 총 162석을 차지했다. 출구조사에서는 152석으로 예상됐었다. <방콕포스트>는 이 도표자료들에 이어지는 헤드라인 뉴스로서 전반적인 상황을 소개했는데, 그 기사의 제목은 <압승이다!>(It's a landslide!)이다. [크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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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방콕포스트> 즉석 여론조사 응답결과이다. "선거 후에 폭력사태(시위나 쿠테타 등)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53.9%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26.9%는 "아니다", 그리고 19.2%는 "차기 정부가 하는 데 달렸다"고 응답했다. [크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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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kok Post 동영상 뉴스) 총선 승리가 확정된 후의 잉럭 친나왓 후보의 내외신 기자회견 및 '프어타이 당' 주변의 모습. 잉럭 총리후보는 경제 문제 해결에 가장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 주변에 모여든 지지자들은 "잉럭"과 "나욕"('총리'를 의미하는 '나욕 라따몬뜨리'의 준말)을 연호했다. |
(보도) 중앙일보 2011-7-4
쫓겨난 오빠 탁신 업고 총리 예약 … 잉락 “많은 난제 있다”
태국 정권교체 … 첫 여성 총리
[중앙일보 정용환]
태국에서 1932년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이후 첫 여성 총리가 탄생된다. 3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44)을 총리 후보로 내세운 야당 푸어타이가 압승했다.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현재 97% 개표 결과 푸어타이당은 전체 의석 500석 가운데 263석을 휩쓸었다. 절반(250석)을 웃도는 의석을 차지해 푸어타이당 단독으로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총리는 약 1개월 뒤 의회에서 선출된다.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은 16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간 개표 결과가 발표된 뒤 잉락은 "오빠와 통화를 했는데 우리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다"며 "앞으로 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피싯 총리는 "푸어타이당이 승리했다"며 잉락의 승리를 인정했다. 푸어타이당은 2006년 쿠데타 이후 해외로 도피한 뒤에도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로부터 여전히 큰 지지를 받고 있는 탁신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잉락을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태국 북부 치앙마이로 이주한 중국계 집안에서 태어난 잉락은 치앙마이에서 나고 자란 본토박이다. 농촌 지역인 치앙마이에 대한 잉락의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해 선거전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정치적 자산이 됐다. 치앙마이대에서 정치·행정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탁신의 집안 기업에서 경영 수완을 쌓았다.
이번 선거에 나서기 전까지는 기업 활동 외에 활발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 사생활 등이 베일에 가려졌었다. 방콕의 한 외교관은 "몇 해 전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겸손이 몸에 배었고 자신을 낮추는 온화한 말솜씨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잉락은 평소 '집안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탁신의 정치적 재평가에 대한 의지를 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혼인 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기업가인 아누손 아몬찻과의 슬하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잉락은 태국에서는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착실히 이미지를 쌓았지만 정치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는 하루에 8개 이상의 선거구를 휘젓고 다니며 푸어타이당 후보들을 지원했다. 탁신은 잉락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었다. 잉락은 "나는 탁신 친나왓의 여동생이다. 오빠를 생각해서 나에게 기회를 달라. 나의 오빠가 여러분께 '안녕'이란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고 유세전마다 강조했다. 탁신의 지지세가 강한 북동부 지역에선 잉락이 나타나면 지지자들과 구경꾼들이 몰려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잉락은 이번 선거에서 고집스럽게 '여성' '화해'의 키워드를 반복했다. 방콕의 정치 소식통은 "민주당 등에선 탁신의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폄하했지만 유권자들은 잉락에게서 갈등을 치유하는 모성애를 읽었다"고 풀이했다.
방콕=정용환 특파원 < narrativejoongang.co.kr >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 44세(1967년 6월 21일 생) - 9남매 중 막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
- 태국 치앙마이대 정치·행정학과 졸업
-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 정치학 석사
-' M-Link 아시아' 사장인 사업가 아누손 아몬찻과의 슬하에 1남. 혼인신고는 하지 않음
- 태국 최대 통신회사 AIS의 전 대표이사
- 탁신 가문 운영 부동산회사 SC Asset의 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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