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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25
씬1. 한옥집 안방 (전회에 이어서)
강모 : 처음 뵙겠습니다.
백파 : 앉으시죠.
강모 : .. (앉는다)
백파 : (살피듯 본다) 그래, 젊은 양반이, 무슨 일로 날 찾아 오셨소?
강모 : 인사부터 드리죠. 제임스 리라고 합니다.
백파 : 제임스... 리? (유심히 본다)
경옥 : ... (호기심 있게, 보고)
강모 : ... (백파를 보는 당당한 눈빛)
백파 : 날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눈빛을 하고 있소. 다급하거나 절망하거나.. 헌데, 젊은이의 눈빛은 조금 다르군.
강모 : 어르신의 사업 방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백파 : 그래요?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강모 : 절대 방심하지 말라더군요. 한번 잘못 보이면... 쥐어짜거나, 빼앗거나.. 아예 파멸시켜버린다고..
백파 : ..!! (본다)
경옥 : ..! (본다) 초면에 무례하군요.
백파 : 아니다... 돈은 곧 목숨인데... 목숨을 거래하러 왔다면, 그 정도는 간파 해야지. (본다) 담보부터 봅시다.
강모 : 담보에 따라서 이자율이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계약서부터 보고 싶습니다.
백파 : ... (강모에게 시선 맞춘 채, 경옥에게) 내드려라.
경옥 : ... (계약서를 내민다)
강모 : ... (잠시 계약서를 살펴보고) 이 안에, 이자율을 제가 적어도 되겠습니까?
경옥 : ..! 이봐요.. 대체 어르신을 어떻게 보고...
백파 : 적어 보시오.
경옥 : 어르신..?
(강모, 상의에서 만년필을 꺼내더니 계약서의 이자율 공란에 0%라고 적는다. 경옥, 계약서를 보고는 놀란다.
강모, 계약서를 백파에게 건네고...)
백파 : (표정 굳어진다) 한 푼의 이자도 안 내놓겠다? (강모를 본다, 눈빛) 이젠 담보를 볼 차례구만.
(강모, 서류 가방에서 기획서를 꺼내 놓는다. ‘한강건설, 사업계획서’라고 박혀 있고...
경옥, 기가 차서 보는데..)
강모 : 제 사업 계획서입니다.
백파 : (표정 차갑게) 난 돈놀이 하는 장사꾼이지 사업 투자자가 아니네.
강모 : 어르신께선 그 동안 어두운 음지에서 돈을 버셨습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돈으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백파 : 음지든 양지든, 돈은 돈이야. 세상에 나오는 순간,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이빨을 드러내는 건 마찬가지란 말이네.
강모 : ...
백파 : 배포는 맘에 들지만 담보는 틀렸어. 그만 돌아가게.
강모 : (서류가방에서 땅문서를 꺼낸다) 이거면 담보가 되겠습니까?
백파 : ...? (본다) 이건 또 뭔가?
강모 : 개포지구에 있는 제 소유의 땅문섭니다.
(백파, 시큰둥하게 땅문서를 보더니 크게 놀란다.
경옥, 이상해서 보면.. 백파, 그 땅문서를 경옥에게 건네고... 경옥, 땅문서를 보더니 놀라며..)
경옥 : 어르신.. 이 땅은...?
강모 : (OL) 그 땅이 앞으로 어떤 땅이 될 지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백파 : 얼마를 원하나?
강모 : 사업 계획서를 읽어주십시오.
백파 : ... (본다)
강모 : 제가 지금 간절히 원하는 건, 수십, 수백억 원이 아니라.. 어르신께서 제 사업계획서를 읽어주시는 겁니다.
백파 : ... (사업 계획서를 펼쳐든다)
씬2. 한옥집 밖 골목
(승용차가 서 있고 성모가 강모를 기다리며 운전석에 앉아 있다.
늦어진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는 초조하게 한옥집 쪽을 보는데..)
씬3. 동, 한옥집 방 안
(사업계획서를 다 훑어본 백파가 내려놓는다)
백파 : 이 땅이면, 굳이 내가 아니더라고 돈 구할 데는 많을 텐데...
강모 : 땅문서 대신... 제 사업계획서를 담보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고 있습니다.
백파 : 사채업자가 손님을 가리는 게 아니라, 빌려 갈 사람이 꿔줄 사람을 고른다? (하하, 호탕하게 웃는데)
강모 : ... (보는데)
백파 : ... (웃음을 그치고) 사업계획서를 보니까 도로 공사를 혁신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신기술이 있다던데..
강모 : 지금 개발 중입니다.
경옥 : 아직 완성도 되지 않았단 말이에요?
강모 : 그 기술만 개발되면, 우리 한강 건설이 업계에 돌풍을 일으킬 겁니다.
경옥 : (기막힌데)
백파 : 그럼, 그때 다시 오게.
경옥 ; ..! (놀라서) 어르신?
백파 : 오래는 못 기다려. 이런 거래는, 언제 내 마음이 변할지 모르니까...
강모 : 곧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강모, 가방을 챙기고는 인사하고 나간다.
백파, 강모를 유심히 보는데... 경옥, 의외인 듯 백파를 보고...)
씬4. 동, 밖 승용차
(강모가 승용차에 탄다)
성모 : (불안해서) 어떻게 됐냐? 설마, 땅문서를 맡긴 건 아니지?
강모 : 신기술을 개발하면 다시 만나기로 했어.
성모 : ..! (놀란다) 백파가 담보도 없이 돈을 내주기로 했단 말야?
강모 : 잘만 하면, 그 노인이 우리 한강건설의 첫 번째 투자자가 될 거야.
성모 :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 백파라는 사람... 흡혈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인데...
씬5. 한옥집 방 안
(차를 마시고 있는 백파와 경옥...)
경옥 : 정말 담보도 없이 돈을 내주실 생각이세요?
백파 : 글쎄다... 나도 지금 혼란스럽구나.
경옥 : 어르신께서 당혹스러워 하시는 거... 저, 처음 봐요.
백파 : 제임스 리라고 했나? 날 이토록 당혹스럽게 만드는 녀석이 세상에 있다는 게... 그게 가장 당혹스럽구나.
경옥 : ...
백파 : 만보건설, 후계자 문제는 어떻게 됐냐?
경옥 : (마음 무겁게) 정연이가 많이 불리해요.
백파 : 바늘에 미끼를 달아주는 건, 도와주는 게 아니다.
어디에다 낚시 대를 던져야 할지... 안목을 키워주는 게 진정한 도움이 될 거야.
경옥 : ... (생각)
씬6. 병원 복도
(화려한 옷차림의 남숙이 보무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다)
씬7. 동, 병실 안
(남숙이 거침없이 들어선다. 누워있는 정연.. 남숙을 보자 돌아눕는다)
남숙 : 말 못한다고, 이제 아는 척도 안하는 거니?
정연 : ... (돌아누워서 눈 감은 채)
남숙 : (다가와 앉고) 이제 니 주식, 필요 없게 됐어. 정식이가 후계자 되는 데 필요한 지분, 과반수이상 다 확보 했거든.
정연 : ...!! (눈을 뜬다)
남숙 : (미소) 그러니까 진작 내 말을 들었어야지. 어디서 그렇게 바락바락 대들어?
정연 : .. (화를 참으며)
남숙 : 정식이가 회사 물려받으면, 너, 금치산자 만들어서 주식 다 빼앗고 병원에 확 가둬버릴 수도 있어.
정연 : ...
남숙 : (다정하게, 가까이) 근데.. 지금이라도 니 주식, 나한테 넘기면... 너, 그 값 제대로 쳐주고 외국 가서 살게 해줄게.
정연 : ...
남숙 : 이게 정식이 아버지를 봐서 너한테 베푸는 내 마지막 관용이야.
정연 : ... (이를 악무는데)
남숙 : (떨어져서, 차갑게) 임시 주총 열리기 전까지 결정해. 그날 지나면 니가 울고불고 매달려도 소용없으니까...
(남숙, 비웃듯이 웃으며 일어서서 나간다. 일어나 앉는 정연, 오기어린 눈빛..
정연,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커튼을 확 열어젖힌다. 정연의 화려한 외출복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고..
정연, 급한 손길로 이것저것 입고 나갈 옷들을 골라서 몸에 대보는데..)
씬8. 로열클럽 전경 (밤)
씬9. 동 VIP 룸 안
(꼬장꼬장해 보이는 노인과 중년 남자 너댓명이 모여 있다. 만보건설 주주들이다.
술상이 봐져 있고.. 경옥이 합석해 있다)
주주 1 : 유사장께서 어쩐 일로 우릴 초대를 하신 겁니까?
경옥 : 우리가 주주로 있는 만보건설 후계자에 관해서 얘기 좀 해보려고요.
주주 2 : 그 문제라면, 다들 황정식을 밀기로 약속된 거 아니었습니까?
경옥 :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지금까지 드러난 업무능력으로 볼 때 후계자는 황정연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인 : (버럭) 그런 택두 없는 소린 하지도 마시오.
경옥 : (본다)
노인 : 다른 것도 아니고, 건설 회사를 어떻게 여자한테 맡겨...
경옥 : 단지 여자란 이유 때문에 반대 하시는 건가요?
노인 : (헛기침, 다른 주주들에게) 여기, 최고 경영자가 여자인 건설사에 투자 할 사람 있소?
사람들 : ...
노인 : 봤어요 유사장? 단 한명도 없질 않소?
경옥 : ...
노인 : 나, 여자들이 사업 한답시고 망하는 거 한 두 번 본 게 아니외다.
주주 1 : 근데, 유사장은 지금 황정연양이 실어증에 걸린 거 몰라요?
경옥 : 그건...
노인 : (OL) 더 얘길 해볼 필요도 없어요. 몸도 성치 않는 여자한테 무슨 경영을 맡기자고..
주주 2 : 후계자 얘긴 그만 합시다, 유사장. 더 얘기 해봤자 결론은 빤해요.
경옥 : ... (생각)
씬10. 동 밖, 복도
(경옥, 심각해서 나오는데 정연이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급히 들어선다)
정연 : 제가 좀 늦었죠? 주주들은 다들 어디 계세요?
경옥 : 지금은 안 만나는 게 좋겠어요.
정연 : 네?
경옥 : 잠깐 나랑 얘기 좀 해요. (간다)
정연 : ... (보다가, 따라가고)
씬11. 동 사장실
(들어서는 경옥과 정연...)
정연 : 주주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단 말인가요?
경옥 : (돌아본다)
정연 : 어떡하든 부닥쳐 보겠어요. 지금 와서 포기하라는 건...
경옥 : (OL)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본다) 여자라는 것과.. 실어증 환자라는 거...
정연 : 실어증은 이미 문제 될 거 없어요.
경옥 : 그것보다 더 치명적인 건, 정연양이 여자라서 능력을 인정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정연 : .. (본다)
경옥 : 그 약점만 극복한다면, 이번 싸움 이길 수 있어요.
정연 : 독을.. 약으로 쓰란 말씀이신가요?
경옥 : ... (보는데)
지배인 : (들어선다) 사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경옥 : 누군데?
지배인 : .. (정연 한번 보고는) 만보건설, 사모님이십니다.
정연 : ..!! (놀란다)
경옥 : (침착하게 정연을 본다) 내 말뜻 잘 새겨들어요. 몸에서 독이 되거나 약이 되는 거...
결국은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으니까. (밖으로 나간다)
정연 : ... (뭔가 생각)
씬12. 동, 밀실 안
(남숙과 정식이 와 있다. 경옥이 들어서고..)
정식 : 오랜만이에요, 사장님. (소개하며) 여긴 제 어머니십니다.
경옥 : ... (본다)
남숙 : 말씀 많이 들었어요. (손 내밀며) 만나서 반가워요.
경옥 : (잡지 않고) 무슨 일이시죠?
남숙 : ... (슬그머니 손을 거둔다) 우리 회사 투자액이 상당하시던데... 물장사해서 돈을 참 많이 버셨네요.
경옥 : (본다, 불쾌하고)
남숙 : 어머, 칭찬으로 한 말인데.. 오해 하시는 건 아니죠?
경옥 : (차갑게) 용건을 말씀하시죠. 지금 중요한 손님들이 와 계십니다.
남숙 : ... (보다가) 이번 임시 주총 때, 우리 정식이를 후계자로 밀어주세요.
경옥 : ..
남숙 : 물론 이미 끝난 게임이지만.. 그래도 사장님 같은 분이 확실하게 우릴 도와주셨으면 좋겠네요.
경옥 : ..
남숙 : 황정연 소식은 알고 계시죠? 걔, 실어증 걸린 거...
경옥 : 정연양도 따님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이러시는 이유가 뭐죠?
남숙 : 집안일이라 이런 말 하는 건 뭣하지만... 그래도 큰 투자자시니까 말씀 드릴게요. (본다)
정연이 낳아준 생모... 술집 작부였어요.
경옥 : ...!!
남숙 : 생각해 보세요. 대 만보건설 후계자가 술집 잡부 피가 흐르는 천한 소생이란 게 세상에 알려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회사 이미지에 타격 줄 거고... 그건 곧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겠어요?
경옥 : ... (주먹을 쥐고 입술을 깨문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 그렇겠군요.
남숙 : 그럼 사장님께선 우리 정식이 밀어 주시는 걸루 알게요.
경옥 : 얘기 끝난 거 같은데... 먼저 나가 볼게요.
남숙 : 그러세요. 언제고 한가한 날에 우리끼리 한잔해요.
정식 : 그 땐 두 분, 제가 모시겠습니다.
경옥 : 비즈니스 외엔 사적인 자리, 하지 않는 게 제 원칙입니다. (목례하고 나간다)
남숙 : ... (곱지 않은 시선으로)
씬13. 동 밖, 복도
(걸어 나오는 남숙과 정식...)
남숙 : (기분 나쁘고) 기껏 술집이나 하는 주제에, 뭐가 저렇게 도도해?
정식 : 엄마... (주변 의식하며)
남숙 : 너두 봤잖아. 날 무슨 행상 취급하는 거.. 돈이면 다 같은 돈인 줄 아나...
정식 : 듣겠어, 엄마... 그만 좀 해...
(두 사람 걸어 나가면... 뒤이어 나오는 정연... 두 사람을 보는 눈빛..)
씬14. 달리는 차 안 (그 밤)
(시덕이 운전 중이고, 옆자리에 정연이 앉아 있다)
시덕 : (정연의 눈치를 살피며) 안에서... 뭔 일 있었어요?
정연 : .. (뭔가 골똘히 생각, 그 위로...)
정연 : (E) 독을.. 약으로 쓰란 말씀이신가요?
- 인써트 (정연 회상)
경옥 : (침착하게 정연을 본다) 내 말뜻 잘 새겨들어요. 몸에서 독이 되거나 약이 되는 거...
결국은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으니까.
- 다시 현실
정연 : .. (생각에 빠져서)
시덕 : 아가씨..?
정연 : (정신 차리고) 시덕아... 그 동안 회사에 관한 자료들 모아놓은 거 있지? 그거, 다 병실로 가져와.
시덕 : 네?
정연 : 현재 진행 중인 공사 현황들부터 사업 실적 정리한 거까지 몽 땅 다.
시덕 : (이상하지만) 네...
정연 : .. (뭔가 결심한 듯)
씬15. 미주네 집, 방안 (그 밤)
(불이 꺼져 있다. 잠을 자려고 나란히 누운 세 사람...
오빠들 사이에 껴서 누워 있던 미주가 양쪽 손으로 성모와 강모의 손을 잡는다)
미주 : 오빠들이 옆에 있으니까 너무 든든하고 좋다...
성모 : ... (미소)
미주 : 오빠들, 기억 나? 옛날에 부산에서 살 때, 우리 다섯 식구 다 같이 단칸방에서 함께 잤잖아.
강모 : .. (생각난다)
미주 : 그때 울 아빠, 술 드시고 오시면 코 엄청 골았는데... 지금은 그 소리가 너무 그립다, 그치?
성모 : 걱정 마... 오빠들이 코 엄청 골아 줄 테니까.
미주 : (피식 웃고) 작은 오빠, 이두 갈았는데.. 지금은 괜찮아?
강모 : ... (일어나 앉는다) 미주야.. 당분간 우리 떨어져 살아야 돼.
미주 : (일어나 앉는다) 무슨 소리야, 그게? 우리,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성모 : .. (일어나 앉고)
강모 : 지방에 내려가 있어야 돼. 가서 할 일도 있고...
미주 : (토라진다) 싫어. 가지 마.
성모 : 미주야... 강모, 형량 다 채울 때까진 숨어 지내야 돼. 니가 오빨 좀 이해해 줘.
강모 : 그래, 미주야. 오빠가 형량 다 채우고 나면, 그땐 절대 떨어져서 사는 일 없을 거야.
미주 : ... (입술 내민 채)
성모 : 오빠들 있다는 거, 아직까진 절대 누구한테 얘기해선 안 돼. 알았지, 미주야?
미주 : 대신.. 전화 자주 해?
강모 : 그럼... (머리를 끌어안고) 가끔 우리 미주 보러 올라 올 거야.
성모 : .. (미소 지으며, 애틋하게 보는데)
씬16. 주택가 골목 (낮)
(지방의 어느 주택가 골목... 리어카에 책상이며 의자며 중고사무 집기를 잔뜩 실려 있다.
소태가 앞에서 낑낑대며 끌고 있고 영출이 뒤에서 느긋하게 손만 대고 따라간다)
소태 : (땀 흘리며) 아, 힘들어 죽겠네... 좀 팍팍 좀 밀어 봐요.
영출 : 지금 밀고 있잖아.
소태 : 아, 누가 고물 아니랄까 봐...
영출 : 뭐, 고물? 너 지금 나한테 고물이라고 그랬냐?
소태 : 그럼, 그 나이에 삼청 교육대 때까지 끌려갔다 왔으면, 고물이지 신상품이에요?
영출 : 그래도 불량품보단 나, 인마.
소태 : 에이, 증말... 좀 밀어 보라니깐요..!
씬17. 공터
(사무실로 사용할 컨테이너박스가 있다. 영출과 소태가 리어카를 끌고 오는데...
컨테이너 문이 열려 있고... 와이셔츠 차림에 팔을 걷어 부친 강모가 빗자루를 들고 계단을 쓸고 있다)
소태 : 강모야..!
영출 : 언제 왔어?
강모 : ... (미소, 보는데)
씬18. 몽타주
- 컨테이너 안...
청소 중인 세 사람... 군대 내무반 청소하듯이 걸레로 바닥을 훑어 내리며 물청소를 하고... 유리창을 닦고...
사무실 집기를 운반하는 세 사람... 책상과 의자, 소파를 옮기고... 영출, 전기선을 연결하고... 전화기가 놓여지고..
점점 사무실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하는데...
- 사무실 밖...
강모가 허름한 ‘한강건설’ 입간판을 사무실 앞에 내건다. 영출과 소태가 좋아서 열나게 박수를 쳐대고..
강모, 입가에 미소 가득한 채 입간판을 보는데..
-도로공사 현장...
만보건설 로고가 찍힌 트럭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 간다.
그 도로 옆, 승용차 안... 운전석의 소태와 조수석의 영출, 뒷자리의 강모가 앉아 있고... 강모, 물끄러미 생각에 잠겨 있는데..
씬19. 컨테이너 사무실 안
(칠판에 영출이 설명한 도로공사에 관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강모와 영출, 소태가 회의 중이다)
강모 : 도로 공사에서, 모래하고 자갈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절감 되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
영출 : 한 삼, 사십 프로 정돈 충분히 될 수 있을 거야.
소태 : 우와, 삼, 사십 프로면 엄청나네? 근데, 강모야... 그런 방법이 있으면 남들이 미쳤다고 모래자갈을 퍼다 나르것냐?
강모 : 어차피 우리가 만보건설 같은 대기업하고 싸워 이기려면 신기술 밖에는 없어. (영출에게) 가능하겠어요?
영출 : 까짓 거 한번 해보지 뭐. 우리야 달랑 두 쪽 밖에 없는 놈들인데.. (소태를 보더니) 좋겠다, 넌? 한쪽밖에 없어서..
소태 : 에이, 씨.. 나두 두 쪽 다 있거든요? 볼래요? 보여줘? (바지 풀듯이)
씬20. 동 밖 공터 (몽타주)
- 염화칼슘을 비롯해 화학 약품 통들이 줄지어 있고... 약품과 열을 맞춰 커다란 다라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소태, 다라에다 삽으로 연신 흙을 퍼 담고...
강모와 영출, 흙 위에 약품들을 섞고는 물을 붓더니 열심히 삽으로 비빈다.
- 작열하는 태양... 길게 늘어선 다라들...
강모와 소태, 영출이 자장면을 먹으며 제발 굳기만을 바라며 시선으로 빤히 다라들을 노려보며...
소태, 그 틈을 타서 젓가락으로 영출의 자장면을 집어다가 미친 듯이 입에 넣고 먹어대는데...
영출, 젓가락질을 하는데 걸리는 게 없다. 소태를 보면, 입 주변이 자장을 잔뜩 묻힌 채 시치미 떼고...
씬21. 동, 공터 (시간 경과)
(강모와 영출이 비장하게 다라들을 들여다보며.. 소태, 계단에 앉아서 구두에 묻은 흙먼지를 열심히 닦는데...)
강모 : 다 굳은 거 같은 데요?
영출 : 야, 불량품... 이리 와 봐.
소태 : (다가온다) 왜요?
영출 : 너 여기에 뛰어 올라가 봐.
소태 : 다 말랐어요?
영출 : 보면 모르냐?
소태 : 빠지는 거 아니죠? 이 구두, 새 건데..
영출 : 이 위로 트럭이 다닐 거야, 인마.
소태 : .. (긴가 민가, 보는데)
강모 : 이거만 성공하면 대한민국 도로공사, 우리가 다 가져올 수 있어.
소태 : 그래?
(소태, 펄쩍 다라에 뛰어든다. 발목까지 푹 빠지는 소태... 놀라서 표정 굳어지는데...
강모, 영출, 실망하고..)
영출 : (강모에게) 거 봐.. 요건 내가 힘들 거라고 그랬지?
소태 : ... (인상 확 구겨지고)
강모 : 다른 것도 확인해 보죠. (간다)
영출 : 잘 될까 모르것다. (가고 나면)
소태 : 내 구두..? (영출 쪽을 노려보면)
(영출과 강모, 막대기로 다라이들을 쑤셔본다. 다들, 푹푹 들어가고.. 고개 가로저으며 실망하는 강모와 영출..)
소태 : (울상으로) 저 씨버먹어두 시원찮을, 씨팔센치 짜리 씨종자 같은 인간이 정말...
씬22. 사무실 안 (밤)
(불 꺼진 컨테이너 사무실 안... 박소태가 소파에서 잠들어 있다. 영출이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고...
한쪽 벽면에 토목건축과 관련된 책들이 쌓여 있고..
그 옆에 강모가 스탠드를 켜 놓고 책상에 앉아서 실험 일지를 기록하고 있다.
다 적은 듯이 노트를 접는 강모.. 노트 겉면에 ‘도로공사 신기술 일지’
잠시, 생각에 잠기는 강모..)
씬23. 병실 안 (그 밤)
(침대 위에 잔뜩 쌓여 있는 회사 자료들... 정연이 색연필로 줄을 쳐가며 공부 중이다.
보던 자료를 접고 다른 자료를 가져오는데... 겉면에 ‘만보건설 도로공사 현황’ 정연, 잠시 생각...)
정연 : 황정식... 절대 너 따위한테 회사 안 빼앗겨... (자료 펼쳐들고 열심히)
씬24. 요정집, 방안
(잘 차려진 술상... 술에 취한 정식이 명월이를 끌어안고 낄낄대고..)
명월 : 그럼, 오라버니가 곧 만보건설 회장님이 된단 말야?
정식 : 왜? 안방 하나 내줄까? 머리 한 번 제대로 올려 줘?
명월 : 오라버니... (안기면)
정식 : 어이구, 요 앙큼한 것.. (끌어안으며)
씬25. 동, 다른 방 안
(조필연이 혼자 앉아 있다. 뭔가 심각하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씬26. 재개발 지역, 농성장 (낮, 필연 회상)
(재개발 지역 철거민들 농성장이다. 집을 잃은 남녀노소 이십 여명과 십여 명의 대학생들이 천막을 쳐 놓고 농성중이다.
북을 치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정도 부르며.. 그 뒤쪽으로 여러 현수막들이 걸려 있고...
‘개발독재 물러가라’ ‘철거민도 사람이다 주거 보장하라’ ‘이대로는 못 산다 서민생활 보장하라’ 등등..
그 일각의 승용차 안... 운전석의 재춘과 조수석의 조필연이 농성장 쪽을 보고 있다. 뒷자리에 칼치가 타고 있고...)
필연 : (재춘에게) 준비는 다 됐겠지?
재춘 : 예, 이 지역 개발 업자들한테 미리 손을 다 써 놨습니다.
필연 : (뒷자리) 넌?
칼치 : 언제든지...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필연 : (농성장을 보며) 니 조직원들을 이끌고 개발업자들 밑으로 들어가라.
칼치 : 철거반원이 되란 말씀이십니까?
필연 : 그래.. 그 이후의 모든 상황은 여기 재춘이가 지휘 할 거야. 약속한 날짜에 지시대로만 따르면 돼.
칼치 : 알겠습니다.
필연 : 참, 저번 유세 때 제보자 말이다. 그거, 민홍기 공작 맞지?
칼치 : 그렇습니다.
필연 : 누구의 도움을 받았나?
칼치 : 네?
필연 : 민홍기를 도와서 공작을 주도한 놈이 있을 것 아냐.
칼치 : (잠시 생각하다가) 아마.. 안기부 쪽인 것 같습니다.
필연 : ..! 뭐? 안기부?
칼치 : 예, 그 쪽에 민홍기 후보의 친한 후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필연 : 그 자가 누구야?
칼치 : 저도 본 적은 없습니다.
재춘 : 안기부쪽 민홍기 라인이라면, 남아 있는 놈들이 몇 명 없질 않습니까.
씬27. 다시, 방 안
(필연, 심각하게 뭔가를 생각 중인데... 이때, 고재춘과 기조실장이 들어선다)
재춘 : 오실장님, 오셨습니다.
필연 : (일어선다) 어서 오게. 앉지... (앉고)
실장 : (앉는다) 오래 있을 시간은 없어. 무슨 일인가?
필연 : .. (보다가) 이성모는 요즘 어때?
실장 : ..? 일 처리 깔끔하다고 조직 내에서 인기가 아주 좋아. 근데, 왜?
필연 : 혹시... 이성모하고 민홍기 사이에 무슨, 결탁 같은 건 없어 보이나?
재춘 : ..? (성모를 의심하는 말에)
실장 :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필연 : 자네가 보기에, 이성모가 민홍기를 배후에서 도와주고 있진 않느냐는 거네.
실장 : 나한테 그런 보고가 올라온 적은 없네.
필연 : ... (내심 안도)
실장 : (생각 난 듯) 참, 민홍기가 부장님하고 식사하는 중에 이성모를 잘 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말은 들은 적 있어.
필연 : ..!! (크게 놀란다) 그게 사실인가?
실장 : 뭐, 아끼는 후배라던가? 중정시절에 이성모가 직속 부하였다면서?
재춘 : ... (놀라서)
실장 : 사석에서 그런 말이 오갈 정도라면 많이 아끼는 거 아니겠나?
필연 : ... (굳어진 채)
실장 : 선약이 있어서 난 그만 가봐야겠네. (일어서서 나간다)
재춘 : 전,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성모가 우릴 배신을 하다니요?
필연 : .. (생각)
재춘 : 뭔가 잘못됐을 겁니다.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필연 :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게... 그게 바로 인간사야.
재춘 : 지금... 성모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필연 : ... (눈빛 번뜩이며, 생각)
씬28. 조필연 집 전경 (아침)
씬29. 동 거실
(성모가 와서 먹성 좋게 아침밥을 먹고 있다.
조필연과 고재춘이 한 식탁에 앉아서 식사중이고.. 명자가 밥 한 공기를 더 내온다)
명자 : (성모에게) 먹고 더 들어요.
성모 : 많이 먹었어요. 제가 여기만 오면 과식을 해서 큰일입니다.
필연 : 어릴 적부터 먹었는데, 입맛에 맞는 게 당연하지.
명자 : 성모군은 애인 없어요?
성모 : 네?
명자 : 언제까지 이러고 지낼 순 없잖아요. 나이가 몇인데.
필연 : 말 나온 김에 당신이 중매나 한번 서 봐.
명자 : 그럴까요? 말해 봐요, 어떤 스타일이 좋아요?
성모 : 사모님 같은 분이면 무조건 오케입니다.
필연 : .. (하하 웃는다) 당신, 성모 오면 반찬 더 신경 써야겠어?
명자 : (좋아서) 그러게요. 빈말이래두 듣기 좋은데요? (간다)
성모 : .. (물 한 모금 마시고)
필연 : 지지율은 좀 어때?
성모 : 솔직히 말씀 드리면, 민홍기쪽과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필연 : ...
성모 : 아무래도 저번, 유세 때 그 제보자 사건이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재춘 : 제보자를 잡아서 그 사건이 민홍기 공작이란 것만 세상에 밝히면... 선거 역전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필연 : 듣자니, 민홍기를 돕는 자가 안기부 내에 있다더군.
성모 : ..! (본다, 표정 변화 없이) 그 자가 누굽니까?
필연 : 그걸 니가 밝혀봐. 그 자라면, 공씨의 행방을 알고 있을 테니까.
성모 : 알겠습니다. (일어난다)
재춘 : 벌써 가려고?
성모 : 회의가 있어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필연 : 재춘아..
재춘 : 예.
필연 : 지금부터 넌 성모를 따라 붙어. 저 놈이 배후의 인물이라면... 분명, 민홍기를 만날 날이 있을 거야.
재춘 : 알겠습니다.
필연 : .. (생각)
씬30. 안기부, 성모 방
(들어서는 성모... 찬성이 맞이하며..)
찬성 : 조필연이 지역구내, 철거촌을 자주 방문하고 있어요.
성모 : 철거촌은 왜?
찬성 : 아직은 별다른 행동 없이 동향만 주시하고 있습니다.
성모 : 틀림없이, 뭔가 일을 꾸미고 있어. 계속 감시 해.
찬성 : 예.. (생각난 듯) 참, 아까 기조실 직원한테 들은 건데... 기조실장님이 선배님과 민홍기와의 관계를 물었대요.
성모 : ..? 오실장님이?
찬성 : 예...
성모 : ... (무슨 일일까, 생각)
씬31. 만보건설 전경
씬32. 동, 회의실
(태섭과 민우, 주영국, 성중, 박전무등 임원진들이 회의 중이다)
태섭 : (버럭) 이봐요, 박전무.. 지금까지 고속 도로 공사가 이십 프로 밖에 진행이 안 됐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전무 : 그게.. 생각보다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아스팔트 깔기 전에 땅을 다져야 되는데...
태섭 : (버럭) 변명, 집어 치워요..! (민우에게) 조실장이 고속 도로 공사 맡아서 해.
박전무 : 회장님..?
태섭 : 조실장, 곧 기획이사로 발령 날거야. 이번 도로 공사, 꼭 책임지고 성공시키라는 뜻이니까.. 절대 날 실망 시키지 말게.
민우 : 알겠습니다. 회장님.
(태섭, 나가면... 이사진들, 다 나가가고.. 민우,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성중이 다가와서...)
성중 : 정말 대단하십니다, 실장님... 요즘 도로 공사에 관심 가지셨던 게 이렇게 될 줄 미리 예상 하셨던 겁니까?
민우 : ... (미소)
씬33. 동, 실장실
(민우가 기분 좋은 얼굴로 들어오는데... 전화가 울린다.)
민우 : (수화기 들고) 네... (하다가) 어떻게 됐어? 니네 회사 경리직이라고? (미소) 그래, 고맙다.
(사이) 무슨 사이긴, 임마... 그냥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뿐이야. 그래, 알았다..
(민우, 전화 끊고 잠시 생각... 그 위로...)
미주 : (E) 고마워요, 실장님..
-인써트 (민우 회상, 24부, 40씬)
미주 : 저 구해줘서... 실장님 아니었으면 저...
민우 : ..!! (와락 미주를 껴안는다)
미주 : ... (놀라서 멍하다가) 시, 실장님..
민우 : ..
미주 : 실장님..
민우 : 다행이다... 아무 일도 없어서...
미주 : ... (이상한 감정, 놀란 채)
- 다시 현실
민우 : 아,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민우, 머리 긁적이곤,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데서...)
씬34. 레코드사 복도
(다가오는 민우... 잠시 사무실 앞에서 노크를 할까 말까 머뭇거린다.
이때, 문이 확 열리며 지나가 나오다가 마주치고..)
지나 : 어머? 여긴 어쩐 일이세요?
민우 : ... (잠시 당혹) 이미주.. 안에 있어요?
지나 : (의아해서) 미주 보러 오셨어요?
민우 : ... 어디 있습니까, 지금?
지나 : 옥상에 한번 올라가 보세요.
민우 : ..?
씬35. 건물 옥상
(미주가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꽥꽥 고성을 지르며 발성연습 중이다.
옥상 문으로 들어서는 민우.. 미주를 보더니 그 모습이 우스워서 피식 웃는데..
미주, 양동이를 벗는다. 민우, 얼른 몸을 숨기는데...)
미주 : (땀범벅이고, 손부채질) 어휴, 더워 죽겠네...
민우 : .. (숨어서 미주를 보는데)
미주 : (손으로 마이크를 잡듯, 폼을 잡고, 흠흠..) 지금 막 동남아시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온 이미주에요.
(하트 만들어 보이며) 여러분, 사랑해요.. 제 히트곡 감수광 불러드릴게요.
(미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민우, 고개를 살짝 빼고 미주를 보는데..
미주가 흥에 겨운 지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요리조리 흔드는 모습이 귀엽고 예쁘게...
킥킥 웃음 참는 민우... 미주, 열심히 춤추고 노래 부르다가 민우 쪽을 보는데..
민우, 얼른 뒤쪽으로 물러나다가 대걸레가 담긴 양동이를 걷어찬다. 요란한 소리..)
미주 : (화들짝 놀라서) 거기, 누구에요?
민우 : .. (인상 쓴다)
미주 : 누구냐구요..!
민우 : ... (얼른 점잖게 표정 바꾸고 나선다)
미주 : (반가워서) 실장님!!
민우 : 넌 가수 한다는 얘가 노랠 그렇게 밖에 못하냐?
미주 : 못하니까 연습하는 거잖아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민우 : ... (대수롭지 않게) 너 취직 됐어.
미주 : 네?
민우 : 직장 잡아 놨다구.
미주 : ..! (놀라고) 실장님이 저 취직 시켜 주신 거예요?
민우 : ... 버스 차장 같은 거... 다신 하지 마.
미주 : 고마워요, 실장님..! 그렇잖아두 일자리 찾고 있었는데..
민우 : 너, 이력서 쓸 줄 알지?
미주 : 이력서요?
씬36. 동, 사무실 안
(아무도 없고 미주와 민우만 있는 사무실 안... 미주가 열심히 이력서를 쓰고 있다.
궁금해진 민우... 슬며시 들여다보려는데...)
미주 : (민우를 획 돌아보며) 실장님..
민우 : (얼른, 안본 척) 어? 왜?
미주 : 학력도 꼭 써야 되요?
민우 : 빠뜨리지 말고 다 써.
(미주, 민우를 의식하며 이력서를 가리고 학력 란에 ‘검정고시 준비 중’ 이라고 적는다.
민우, 이력서 내용이 궁금하고...
미주, 가족 란을 본다. 잠시 갈등하는데.. 그 위로...)
성모 : (E) 오빠들 있다는 거, 아직까진 절대 누구한테 얘기해선 안 돼. 알았지, 미주야?
(미주, 가족 란에 ‘고아’라고 쓴다.
자기 소개서란... 미주, 잠시 생각하다가 열심히 적기 시작하고...
민우, 그런 미주를 물끄러미 보는데.. 어느덧 이력서를 다 쓰고...)
미주 : (한숨) 휴, 다 썼다. 이거, 어디다가 제출하면 되요?
민우 : 이리 줘 봐.
미주 : 네? 시, 싫어요...
민우 : 줘보라고.
미주 : 그냥.. 내가 알아서 제출 할게요.
(민우, 이력서를 확 채간다. 미주, 놀라서 어? 하는데...
민우, 이력서를 훑어본다. ‘검정고시 준비 중’ ‘고아’ 라는 글씨들... 민우, 미주를 보면... 미주, 괜히 부끄럽다. 시선 피하고...
민우, 이력서를 안주머니에 넣으며)
민우 : 이건 내가 제출 할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일어선다)
미주 : 주, 주세요, 내가 제출 할게요.
민우 : (얼굴 가까이, 인상 쓰며) 너 그 회사가 어떤 덴지 알아? 이런 형편없는 이력서로 들어갈 수나 있을 거 같아?
미주 : ..
민우 :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까불지 말고. (지갑에서 명함 꺼내 놓으며) 내일 나한테 전화 해.
미주 : 예?
민우 : 이따위 일로, 나, 찾아오게 만들지 말라구. (걸어나가는데)
미주 : ... 실장님..! (다가가고)
민우 : .. (보면)
미주 : 고마워요.
민우 : ...
미주 : 저한테... 이런 호의 베푸는 분.. 실장님이 처음이에요.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실장님.
(민우, 그런 미주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손이 올라간다. 미주 얼굴을 만지려는 듯..
미주, 빤히 보는데...
민우, 갑자기 정신 차리고 미주 얼굴께로 올라간 손을 본다. 손가락으로 미주의 이마를 꾹 눌러서 밀쳐내며)
민우 : 착각하지 마. 나 때문에 직장 잃은 거 같아서, 불쌍해서 도와주는 거니까. (밖으로 나간다)
미주 : .. (그러거나 말거나, 미소 번지며)
씬37. 동 밖 복도
(나오는 민우, 잠시 자신의 손을 보고는)
민우 : 또 실수 할 뻔 했네.. (안쪽을 돌아다보는데 씩 웃음 번지고)
씬38. 컨테이너 사무실 안
(들어서는 강모.. 사무실 안에 빈 술병으로 어지럽다.
술에 취한 영출이 소파에 누워서 입맛을 다시며 대자로 자고 있고..
소태가 남은 오징어 안주를 질겅질겅 씹고 있다)
강모 : 무슨 일이야?
소태 : 말마라... 저 십팔 센치짜리 씨종자같은 인간이.. 나 참 기가 막혀서...
갑자기 일이 안된다면서 다 둘러엎고 발악을 하더니, 술 먹고 뻗어 버리는 거야.
강모 : ... (영출을 본다)
소태 : 내가 봐도 염화칼슘 갖고는 안되겠더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면, 남들이 벌써 다했게?
강모 : ..
소태 : 그냥, 도로공사 포기 하고, 인부들이나 긁어모아서 용역회사나...
강모 : .. (밖으로 나가버린다)
영출 : (돌아누우며, 잠꼬대) 아따, 그 불량품.. 다 치우라니깐...
소태 : (노려본다, 오징어 다리 질겅 씹으며) 진짜 확 씹어버리고 싶다.
씬39. 동, 밖 공터
(다라들이 둘러엎어져 있다. 염화칼슘이며 흙이며 물이 든 양동이며 난장판이 되어 있고...
걸어 나오는 강모... 쏟아져 있는 진흙 입자를 손으로 만져보며 생각에 잠기는데..
이때, 소태가 사무실에서 나오는데 계단이 출렁거리며... 소태, 자빠지고...)
소태 : (일어나서 먼지 털며) 아, 건설회사 계단이 이게 뭐야, 쪽팔리게?
(소태, 주변을 둘러보더니 벽돌 한 장을 주어든다. 한쪽 계단 밑에 단단히 고여 놓고 계단 위에 올라가 본다.
강모, 아까부터 보다가 다가온다)
소태 : (손 털며) 벽돌 한 장이면 간단히 끝날 것을...
(강모, 소태가 괴어놓은 벽돌을 빼내더니 잠시 살펴보더니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깨지지 않는 단단한 벽돌..)
소태 : (놀라서) 야, 강모야? 너, 왜 그래?
(강모, 벽돌을 집어 들고는 급히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소태, 뭔 일인가 싶어서 따라 들어가고..)
씬40. 동, 사무실 안
(들어서는 강모, 영출을 흔들어 깨운다. 소태, 따라 들어서고..)
강모 : 일어나보세요, 얼른요..!
영출 : 어? 왜 그랴?
강모 : (벽돌 들이대며) 이 벽돌.. 뭘로 만들어졌어요?
영출 : ... (난 또 뭐라고) 뭘로 만들어지긴... 보면 알잖아. (돌아누우려는데)
강모 : (잡아채며) 이거, 흙으로 만들어졌잖아요.
영출 : (귀찮아 죽겠다) 알면서 왜 그래?
강모 : 근데 왜 이렇게 딱딱한 거예요?
영출 : 어? 그거야 벽돌이니까..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강모를 본다)
강모 : 벽돌 굳게 하는 방법으로 흙을 단단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에요?
영출 : ..! (벽돌을 집어 들고 본다)
강모 : 말해보세요... 벽돌, 뭘로 딱딱하게 만들어요?
영출 : 경화제.
강모 : 네?
영출 : 흙에다가 경화제 섞으면 돌처럼 단단해 져... 아, 내가 왜 경화제 생각을 못했지? 남영출이 똘빡 다 됐네..
강모 : 당장 실험해보세요. 분명히 도로공사에도 사용할 수가 있을 거예요.
소태 : 그러니까, 뭐야? 고속도로에 벽돌을 깔자는 거야?
영출 : 야, 넌 가서 얼른 경화제나 구해 와, 인마... 얼른..!
강모 : ... (뭔가 확신이 드는데)
씬41. 안기부, 성모 방
(성모가 업무 중이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며..)
성모 : (수화기 들고) 네... (사이) 접니다. 어쩐 일이세요?
홍기 : (E) 오늘 밤 로열클럽에서 모임이 있어.
씬42. 민홍기 사무실 안
(엄가가 옆에 있다. 민홍기가 전화중이고)
홍기 : 오병탁 의원 알지? 그분이 자넬 좀 보고 싶어 해. (사이) 부담 가질 건 없고, 그냥 와서 인사만 드리면 돼.
그런 분 알고 지내는 거, 자네한테도 나쁘지 않을 거야.
씬43. 성모 방
홍기 : (E) 난 지금 출발하니까 자네도 얼른 로열클럽으로 와.
성모 : ... (내키지 않지만) 그럼, 잠깐 인사만 드리고 나오겠습니다. (수화기 놓고, 잠시 생각)
씬44. 안기부 건물 앞 (밤)
(찬성이 승용차로 대기 해 있다. 성모가 나와서 차에 올라타면... 승용차가 출발하고...
일각에 있는 또 다른 승용차... 조필연 수행원쯤의 사내들이 서로 시선을 마주치더니 차를 출발 시키며 미행을 시작한다)
씬45. 조필연 사무실 안
(필연이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 이때, 재춘이 급히 들어서서..)
재춘 : 방금 이성모가 안기부를 나섰습니다.
필연 : ..!! 어디로 가는 거야?
재춘 : 우리 애들이 미행하고 있는데.. 행선지는 아직 모릅니다.
필연 : 민홍기는 지금 어디 있나?
재춘 : 로열클럽으로 갔다는 정봅니다.
필연 : 지금 당장 로열클럽으로 간다. 준비 해.
재춘 : 알겠습니다. (급히 나가면)
(필연, 웃옷을 입고 나가려다가 문득... 캐비넷을 열더니 깊숙한 곳에서 권총을 꺼낸다.
총알을 확인해보고는 안주머니에 넣는데... 살기 가득한 눈빛..)
씬46. 도로 위 / 차 안 (그 밤)
(한적한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 찬성이 운전 중이고 성모가 옆자리에 있다. 그 뒤를 미행하는 또 다른 승용차...
성모, 사이드 미러로 뒤차를 본다)
성모 : 저 뒷 차 말야... 아까부터 우릴 쫓아오는 것 같지 않냐?
찬성 : (백미러로 보며) 그래요? 우릴 미행할 사람이 없을 텐데...?
성모 : ... (생각) 기조실장님이, 나와 민홍기와의 관계를 물었다고 했지?
찬성 : 예.. 근데 그게 무슨..?
성모 : 오실장님... 조필연과는 아주 막역한 관계야.
찬성 : 그럼? 조필연이 선배님을 의심하고 있단 말이에요?
성모 : (사이드 미러로 뒷 차를 보며) 골목으로 들어가서 한 바퀴 돌아 봐.
찬성 : 예.. (핸들 꺾는다)
씬47. 로열클럽 앞 (그 밤)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운전석의 고재춘과 옆자리의 조필연...)
재춘 : 아직 도착을 안 한 것 같습니다.
필연 : ... (로열클럽 쪽을 노려보는데)
재춘 : (눈치를 살피며) 성모는 아닐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신 할 이유가 없질 않습니까?
필연 : 만약 배신이 맞는다면..?
재춘 : 네?
필연 : 성모가 날 배신하고 민홍기를 돕고 있다면 어떡할 건데?
재춘 : 그거야 당연히...
필연 : 없애야지.
재춘 : ..! (본다)
필연 : 난 누굴 쉽게 믿지 않아. 하지만, 한 번 믿으면 절대 내가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
재춘 : ..
필연 : 만약.. 성모가 날 배신 한 게 사실이라면... 난 도저히 못 참아. 제발, 여기에 나타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씬48. 달리는 차 안
(여전히 성모의 승용차를 미행하고 있는 또 다른 승용차..)
찬성 : 우릴 미행하는 게 틀림없어요.
성모 : .. (굳어진 채, 생각)
찬성 : 안되겠어요. 본부로 돌아가야겠어요. (핸들 돌리려는데)
성모 : (잡는다) 로열클럽으로 가.
찬성 : ..!! (놀라서) 선배님?
성모 : 민홍기를 만나야겠다.
찬성 : 저 놈들이 함정 파놓고 기다리는 거 몰라서 그래요?
성모 : 이미 조필연이 의심하고 있어. 정면 돌파가 아니면, 절대 조필연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
찬성 : 하지만...
성모 : 어서 가..!
씬49. 로열클럽 앞
(조필연과 재춘이 승용차 안에서 있는데... 이때, 다가오는 승용차... 성모가 혼자 차에서 내린다.
필연과 재춘, 성모를 보고는 크게 놀라며..!!
성모,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더니 로열클럽 안으로 들어가고...)
재춘 : 결국은.. 이성모가 배신자였습니다.
(필연, 이성을 잃은 듯이 권총을 꺼낸다. 실탄을 확인하고 허리춤에 쑤셔 넣고 나가려는데...)
재춘 : (잡는다) 어쩌시려는 겁니까?
필연 : 성모.. 나한텐 아들 같은 놈이었어.. 그런 놈이 날 배신하고 있단 말이다..!!
재춘 : 하지만 지금은...
필연 : 놔, 임마..!! (뿌리치고 차에서 내린다)
재춘 : ... (급히 따라 내리는데)
씬50. 로열클럽 밀실 안
(민홍기와 오병탁, 한명석이 있다. 경옥이 앉아 있고...)
병탁 : 그러니까, 자넬 도와주고 있는 사람이 이성모라는 그 친구란 말이지?
홍기 : 능력으로 보나 됨됨이로 보나, 나중에 정치판에 영입해도 손색이 없는 친굽니다.
명석 : 복 중에서 으뜸이 인복이라던데, 민후보께서 인복이 아주 많으시군요.
경옥 : 이번 선거, 여러모로 조짐이 아주 좋네요. 축하해요, 민홍기 의원님.
병탁 : 민홍기 의원이라... 입에 착착 감기는 게, 듣기가 아주 좋구만.
홍기 : 쑥스럽게 왜 그러십니까, 오의원님.
(좌중, 웃음..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지나가 들어선다)
경옥 : 무슨 일이야?
지나 : (메모지를 내민다) 이거, 민후보님께 전해주라던데요.
(홍기, 지나에게 메모지를 건네받고 펼쳐든다. ‘잠시 무례하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성모 : (E) 잠시 무례하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홍기 : ..?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는데)
병탁 : 뭔데 그래?
(이때,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성모.. 다들 놀라는데...
성모, 분기어린 표정으로 민홍기에게 다가간다. 홍기, 정색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홍기 : 너 뭐야? 여기가 감히 어떤 자리라고...
(성모, 주먹을 휘둘러 민홍기의 얼굴을 가격한다. 나가떨어지는 홍기.. 지나의 비명소리..!!
성모, 민홍기의 멱살을 잡아 올리는데...
이때, 조필연과 고재춘이 들어서다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며...)
성모 : 내가 당신 심복이라고? 나하고 조필연 후보를 이간질 시키려고 그 따위 소문을 안기부에다 흘려?
(성모, 주먹을 날린다. 민홍기, 나가떨어지고... 성모, 또다시 달려들고..
지나가 말린다. 성모, 지나를 확 밀어젖히고.. 술상 위로 넘어지는 지나.. 경옥이 놀라서 지나야.! 부르는데..
이때, 조필연이 다가와 성모를 끌어안고 말린다)
필연 : 그만 해..!!
성모 : (분기 못 참고) 당신, 똑똑히 들어. 이번 선거 이기려고 갖은 권모 술수를 다 쓰는 거 같은데... 당신 절대 당선 못 돼.
내가 그렇게 안 말 들어, 알아?
필연 : 성모, 데리고 나가, 어서..!!
(고재춘이 성모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민홍기, 노려보는데..)
병탁 : 뭐야, 이게...? 뭣들 하는 짓이야..!!
필연 : 죄송합니다. 저 친구가 원래,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이라..
홍기 : 뭐? 불의?
필연 : (병탁과 명석에게) 두 분께는 따로 찾아뵙고 사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홍기 : 야, 조필연...!
필연 : 너, 운 좋다고 생각 해. 내가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서 맞아 죽었어. (밖으로 나간다)
경옥 : 지나야, 괜찮니?
지나 : (옆구리가 아픈 듯) 괜찮아요.
명석 : 민후보가 말한 이성모가, 저 친구 아닙니까?
홍기 : .. (이내 부드러워지는 표정)
(지나, 넘어졌을 때 주운 메모지를 슬쩍 펼쳐 본다. 성모의 글씨가 보이고... 지나, 호기심 어린 표정...)
씬51. 포장마차 안
(성모가 목이 타는 듯이 술잔을 털어 넣는다. 필연과 재춘이 내심 흐뭇하게 보고 있고...)
필연 : 성모 너, 성질 좀 죽여야겠어.
성모 : 죄송합니다. 민홍기가 저를 음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만...
재춘 : .. (미소)
성모 : 근데, 로열클럽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필연 : 실은 나도... 민홍기가 널 심복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성모 : .. (보면)
필연 : 솔직하게 말하지. 아주 잠시잠깐이었지만, 내가 널 의심했었다.
성모 : ... (잔에 소주를 따른다)
필연 : 성모야... 그리고, 재춘아.... 니들이 보기엔, 내가 발악을 하면서 사는 것 같지만...
결코, 나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난 니들과 끝까지 갈 거야. 너희들의 노고를 절대 잊지 않을 거다.
재춘 : .. (감동)
필연 : 조금만 더 참고 견뎌라. 곧 저 강남 신천지에... 우리들의 왕국이 건설될 거야.
성모 : ... (차갑게, 소주 마시는데)
씬52. 사무실 공터 (낮)
(강모와 영출, 소태가 심각하게 다라이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 주변으로 흙과 모래, 물 양동이, 경화제가 든 플라스틱 통이 널려 있고...)
영출 : 굳었을까?
소태 : 만져보면 될 걸... (손을 뻗는데)
영출 : (탁, 치며) 썩을 놈이 부정 타게...
강모 : ... (뚫어져라 본다)
영출 : (함지박을 노려보며) 이 남영출, 삼십년 토목 인생, 여기다가 다 걸었다.
이거, 실패하면... 그냥 머리나 확 깎고 절이나 들어갈려구.
소태 : 더 깎을 머리나 있어요?
영출 : 근데, 이 시러배 아들놈이 부정 탄다니깐...
(이때, 강모가 그 자리에서 힘껏 하늘로 솟구치더니 함지박 위로 뛰어 오른다. 영출과 소태, 놀라는데...!!
강모의 구두 발 밑에 밟힌 흙이 단단하게 굳어있다. 놀라는 강모..
영출과 소태도 펄쩍 뛰더니 함지박 안으로 뛰어 오른다. 잠시 시선 맞추던 세 사람...)
소태 : (얼굴 사색이 되며) 어이구, 도가니야... 다리 부러지것네.
강모 : 됐어.. 성공했어.!!
(환호하는 세 사람.. 함지박 안에서 부둥켜안으며 환호하는데...!!)
씬53. 태섭집, 염재수네 방
(머리가 깎인 경자가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 방바닥에 잘린 머리카락들..
재수, 속상해서 소주 마시고 있고... 복자, 가위를 들고 씩씩대며..)
복자 : 술집에서 일해 놓고, 뭘 잘했다고 울어, 이년아.
경자 : 그렇다고 머릴 잘라?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시덕 : 너 입 안 닥쳐? 내가 가위 들었으면 귀 짤랐어, 이것아.
경자 : (귀를 들이대며) 짤라 봐, 짤라 봐..? 짤라 보라구, 짤라 봐..!
시덕 : 어휴, 이걸 그냥 확..! (때릴듯이)
복자 : 니들 왜그랴? 그만들 못혀?
재수 : 안주 좀 없어? 뭐 씹을 거라도..
복자 : 지금 안주 먹게 생겼어, 이 인간아?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시덕, 수화기 들고..)
시덕 : 네... (하다가) 아가씨?
복자 : 아가씨라니? 정연이?
시덕 : 네.. 예, 알았어요.
씬54. 만보건설, 회장실 안
(태섭이 혼자 고민에 빠져서 서성이고 있다. 이때 영국이 들어선다)
영국 : 곧 주주총회가 열릴 거네.
태섭 : ... (깊은 한숨)
영국 : 지금이라도 정연이, 데리고 와야 되는 거 아냐?
태섭 : 아무래도.. 정연이는 내 뒤를 이을 운명이 아닌가 봐.
씬55. 병원, 병실 안 (몽타주)
(커튼을 확 열어젖히는 정연... 옷들이 즐비하고...
커리어 우먼 느낌의 강렬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정연... 늘씬한 다리 위로 스타킹을 신고...
화장중인 정연... 입술에 립스틱을 칠하며... 하이힐을 신는 정연의 모습까지...
어느새 도도하고 세련된 정연의 모습으로...)
씬56. 동, 병실 밖
(시덕이 문 밖에서 손목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정연을 기다리고 있다)
시덕 : (안쪽에다가) 서두르세요, 아가씨... 이러다 임시 주총에 늦겠어요.
(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다가오고..)
의사 : 무슨 일입니까?
시덕 : 예? 아, 아니에요.
(이때, 병실 문이 열리며 정연이 나온다. 의사, 정연의 확 달라진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의사 : (시덕에게) 환자가 무단으로 외출을 하는 건...
정연 : (OL) 외출이 아니라 퇴원이에요.
의사 : ..!! (놀라서, 정연을 본다)
정연 : (미소 보이며)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정연, 당당한 발걸음으로 간다. 시덕, 의사에게 인사 꾸뻑 하고 가는데.. 의사, 놀란 표정으로...)
씬57. 회의실 앞 복도
(임시 주총 안내 표지판이 있고.. 안내원 아가씨들이 주주들을 안내하며 회의장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
지팡이를 든 노인이 안내를 받으며 들어가고...
태섭이 주영국과 다가오는데.. 이때, 맞은편에서 경옥이 다가온다. 태섭, 경옥을 보자 잠시 걸음 멈추고..)
태섭 : (영국에게) 자넨 여기 좀 있어. (경옥에게 다가간다)
경옥 : .. (보는데)
태섭 :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날 원망하지는 말게.
경옥 : ... (본다)
태섭 : 내 지분과 상관없이, 이미 승패는 결정 났어.
경옥 : 승패와 상관없이, 당신은 무조건 정연이한테 거세요.
태섭 : 아직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나 본데...
남숙 : (E) 어머, 오셨어요? (다가온다)
태섭 : ... (긴장하는데)
남숙 : 반가워요. 밖에서 보니까 좀 색다른데요?
태섭 : 두 사람.. 언제, 만난 적 있어?
남숙 : 그럼, 내가 로열클럽 사장님을 모를까 봐요? 우리 회사 주주신데.. (경옥에게, 미소) 들어가시죠.
(경옥, 태섭을 한번 보더니 남숙과 함께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태섭, 무거운 얼굴로 따라 들어가고...)
씬58. 동, 만보건설 로비
(정식과 민우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서 있다)
민우 : 정연이가 불쌍하게 됐어.
정식 : 맨날 구박이나 받는 난 안 불쌍하고? 두고 봐라... 아버지가 나 무시하는 것도, 이번 임시 주주총회로 마지막이 될 테니까...
(이때, 정연과 시덕이 다가온다. 민우, 정연을 보고 놀라는데..)
정식 : (놀라며) 야, 황정연? 니가 여긴 왜 와?
정연 : .. (노려본다)
정식 : 너, 주주총회라고 온 거냐? (어이없고) 와서 뭐하려고? 붕어새끼처럼 입만 뻥끗하다 갈려구?
민우 : 그만 좀 해... (정연을 본다) 몸은 좀 괜찮냐?
정연 : ... (민우를 노려보는데)
정식 : 그래, 뭐... 잘 됐어. 너, 박수는 칠 수 있잖아. 내가 후계자로 결정되면 박수나 치면 되겠네.
정연 : ... (말없이)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정연, 정식, 민우가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시덕이 타려는데...)
정식 : 넌 어딜 낄려구 그래, 임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 시덕, 인상 한번 쓰고..)
시덕 : 잘난 척 하는 것도... 제발 오늘로 끝이길 바란다.
씬59. 회의실 안
(2, 30명의 주주들이 모여 있다. 태섭과 영국, 남숙, 경옥들이 있고.. 이때 정연, 정식, 민우가 들어선다.
정연을 보자 놀라는 태섭, 남숙... 경옥, 무표정으로...)
남숙 : (E, 마음의 소리, 정연을 노려보며) 마지막까지 발악이라도 해보겠다 그거니?
그래.. 어디 한 번 해 봐. 내가 알거지로 만들어서 쫓아내버릴 테니까..
(정연과 정식이 앞쪽에 앉는다. 민우가 앞에 나서서 마이크를 잡고..)
민우 : 지금부터 만보건설 후계자 결정에 관한 임시주주총회를 열겠습니다.
각 주주들께선 보유하신 지분율만큼의 실력을 행사하실 수 있습니다.
좌중 : ..
민우 : 우선, 투표에 앞서서 황정식, 황정연, 두 후보들에 관한 질의문답을 받겠습니다.
노인 : 우리도 알거 다 알아요. 그딴 게 왜 필요하겠소?
주주 1 : 그래요. 괜한 시간 낭비 말고, 바로 투표 합시다.
주주 2 : 그럽시다.
주주 3 : 바로 합시다.
민우 : 그럼, 이견이 없으시면 곧바로 투표에 들어가겠습니다.
경옥 : 질문하겠습니다. (일어선다)
정연 : .. (보는데)
태섭 : ..! (긴장)
남숙 : ... (못마땅하고) 꼭 되두 않는 것들이 저렇게 깐깐하게 군다니까..?
민우 : 발언 하십시오.
경옥 : 우선, 황정식군에게 물을게요. 지금 만보건설의 재무 상태와 이번 년도 주주들에게 돌아오는 예상 배당금이 얼마죠?
정식 : 그... 그게... 현재 만보건설 재무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어색하게, 미소)
그러니까.. 당연히 주주들께 배당금도 많이 돌아가게 될 겁니다, 아주 많이요...
남숙 : ... (죽을 맛이다, 인상 구겨지고)
경옥 : 같은 질문을 정연양한테도 드려볼게요. 말씀해 주세요.
(태섭, 걱정스럽게... 정식과 남숙,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정연, 앞에 나선다. 경옥과 시선 마주치고... 잠시의 침묵이 있자...)
남숙 : 아직도 모르시는 분이 계신가본데요.. 우리 정연이, 실어증 때문에..
정연 : (OL)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만보건설 자산 상태는, 총자산 4천 7백 30억이고 부채는 천 627억입니다.
이번 연도 예상 매출액은 1천2백 60억, 순이익은 4백 74억이 발생합니다.
(태섭과 남숙, 민우, 정식들이 크게 놀란다. 사람들,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정연 : (노인에게) 박기동 선생님? 십만 주 가지고 계시죠?
노인 : (떨떠름하게) 그, 그렇소만...
정연 : 선생님께선, 올해 5억 5천만원의 현금배당금을 받으시게 되실 겁니 다. 작년보다 3억 5천 만원 더 많은 액수입니다.
노인 : ...
정연 : (주주1 보며) 최태섭 선생님? 선생님께선 오만주를 가지고 계시는 거 맞죠?
주주 1 : 그, 그렇습니다.
정연 : 작년 대비, 1억 7천 5백만 원 버시겠네요. 축하드립니다.
노인 : 황정연양 말이 사실인지 확인이 필요 할 거 같은데...
정연 : 조민우 실장님, 제 얘기가 맞는지 주주분들께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민우 : ... 황정연씨가 말한.. 그대롭니다.
정식 : ... (일이 뭔가 잘못 돌아가는 것 같고)
정연 : (정식에게) 같은 후보자로서 황정식 부장에게 질문하나 하겠습니다. 지금 만보건설이 매진하고 있는 도로공사...
그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뭔지 말씀해 주세요.
정식 : ... (당혹, 민우를 본다)
민우 : .. (답답한 듯,)
정식 : ... (긴장하며) 도로공사.. 아주 중요한 사업입니다. 근데.. 지금 아주 잘 돌아가고 있는데 굳이 문제점을 찾으시라면..
태섭 : (얼굴을 찌푸리고)...
정연 : 이미 40프로 이상 진행 되어야 할 공사가 20프로 밖에 진행이 안 되고 있는데 지금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좌중, 웅성댄다. 정식, 긴장해서 땀을 뻘뻘 흘리는... 남숙, 정연을 노려보고... 태섭, 경옥을 보며..)
민우 : (E)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씬60. 동, 회의실 (몽타주)
(투표함에 용지를 넣는 주주들... 경옥, 태섭, 남숙, 정식, 정연들도 용지를 넣고...
개표를 한다. 민우와 주영국이 안내 여직원 두 명과 함께... 한쪽의 칠판에 여직원이 기록을 하고...
긴장하는 각각의 표정들... 경옥, 슬그머니 정연을 보는데.. 정연, 경옥과 시선 마주치자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경옥, 담담한 표정으로 외면하고 돌아 서서 나오는데 눈물 살짝 고이고..)
씬61. 한옥집 방 안
(양복 차림의 강모가 와서 앉아 있다. 들어서는 백파.. 강모, 일어나고..)
백파 : 미안하네. 화단에 물을 좀 주느라고... (앉는다)
강모 : ... (앉는다)
백파 : 그래, 도로공사에 사용할 그 신기술이란 걸 개발 했나?
강모 : ... (서류를 내놓는다) 방금 토목공사에 관한 신공법 특허를 신청하고 오는 길입니다.
백파 : ... (집어 들고, 보는데)
씬62. 만보건설, 회의장 안
(민우가 앞에 나선다)
민우 :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잠시 손에 든 결과를 보다가) 68대 32로... 만보건설 후계자에 황정연양이 결정되었습니다.
(주주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친다. 노인, 열심히 박수 치는데.. 정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남숙, 일어서다가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태섭과 정식.. 여보..! 엄마..! 소리치며 남숙을 부축하는데...
태섭, 쓰러진 남숙을 부축하다가 경옥과 시선이 마주친다. 경옥, 밖으로 나가고...
정연을 보는 민우의 시선에서...)
씬63. 한옥집 방안
(백파가 서류를 내려놓는다. 강모, 가방에서 땅문서를 꺼내 서류 옆에 나란히 놓고...)
강모 : 이 땅문서를 담보로 잡을 지.. 아니면, 제 사업계획서를 선택하실 지.. 어르신께서 결정해 주십시오.
백파 : 얼마를 생각하나?
강모 : 오억을 빌렸으면 합니다.
백파 : 고약하군.. 한 푼의 이자도 안 내놓고 오억이라니..
강모 : ...
백파 : 내가 담보로 자네의 사업계획서를 선택한다면..?
강모 : 훗날 엄청난 배당금을 받게 되실 겁니다.
백파 : 땅문서를 선택하면..?
강모 : (눈빛) 더 이상, 전 어르신이 필요 없습니다.
백파 : .. (본다)
강모 : 둘 중에 하나를 골라주십시오.
백파 : ... (보면)
강모 : ... (보는데, 눈빛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