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2월14일
새벽에 찾아 든 새
잠결에 현관문 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잠이 깼다. 서울에서 아들이 내려온 걸까? 식구들이 다 지금은 자고 있는데, 큰아들이 내 방문을 열고 엄마를 부른다. 선물 사러 나왔다가 그냥 입은 옷 그대로 집에 오고 싶어서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래, 그래서 집이 좋은 거야!
남편이 술을 마신 탓에 내 서재에서 잠을 잤다. 코를 심하게 골아서 가끔은 각방에서 잠을 잔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잠을 설치곤 했다. 이제는 어지간히 적응되었지만, 그래도 잠시 이야기 나누며 놀다가 잘 때는 각방살이를 한다. 새벽에 먼저 일어난 사람이 찾아오니 따로 같이 살고 있다.
아들이 선물을 들고 엄마 생일이라고 백화점에서 그냥 엄마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따스해서 먹먹했다. 아들에게 내 서재에서 자라고 하고서는 남편 서재로 갔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어제 남편은 회식하고 차를 식당 주차장에 그대로 둔 채 버스를 타고 왔다. 오늘 장을 봐야 하는데 차가 없으니 어쩌나 난감했다. 다행스럽게 행사가 오후에 있다. 남편과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나가서 차를 찾아왔다. 자주 가는 그린 식육점에서 목살과 삼겹살 찌개용 고기를 한 보따리 샀다. 오늘 남편 혼자 시골집을 둘러보러 간다. 가는 김에 우족을 끓여서 온다고 한다. 시골집에서 장작불로 끓이면 맛이 좋지만 혼자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아무튼 남편은 혼자 상주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나는 문인협회 행사에 참석해서 새로운 회장 선출하는 선거도 했고 어찌하다 다시 감사를 맡게 되었다. 새로 선임 된 회장님은 사무국장을 맡아서 한 경험도 있고 나랑 함께 잠시 일한 적이 있으니,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다.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다시 만나면 반가운 선생님들이다. <경산문학상>을 새로 제정해서 처음으로 이동하 소설가가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서울에서부터 오신 선생님과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의 인품을 익히 다른 어른께 들었기에 가까이에서 뵈니 더욱 반가웠다. 우리 선생님은 따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얼마나 좋으실까? 전화를 드리고 싶어도 그냥 마음을 누른다.
시장에서 사 온 족발과 김장 김치를 내놓고 모임에 다녀왔다. 아들이 좋아하는 고구마도 삶아놓고 반찬도 몇 개 만들었다. 우리 엄마도 이러셨을 거야? 그리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