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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여유로 떠나는 포구 여행-고성 화진포] |
가을동화 속 그곳 ‘한 폭 수채화’ |
최미선 여행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
찬바람이 스산하게 불면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도 싶다. 그렇다면 예쁜 해변과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화진포(강원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는 어떨까.
철 지난 바닷가의 낭만과 잔잔한 호수 풍광 속에 빠져들 수 있는 화진포엔 묘한 매력이 있다. 활처럼 휜 아담한 화진포 해변은 유난히 하얗고 고운 모래와 파란 물빛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누구든 잠시 상념을 떨치고 걷고 싶게 만드는 바닷가다.
화진포와 어우러진 석양에서 가을 정취 만끽
화진포는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외진 곳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극중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의 어린 시절, 그리고 훗날 준서가 죽어가는 은서를 등에 업고 한없이 걷던 마지막 장면을 담아낸 분위기 있는 해변에는 ‘가을동화 벤치’도 놓여 있다. 파도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늦가을 바다의 한적한 정취를 만끽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해변 바로 뒤는 화진포호. 파도가 만들어낸 모래언덕으로 인해 일부 해안이 바다와 분리되어 형성된 석호다. 둘레만 16km에 이르는 이 호수는 가을이면 호숫가를 따라 10~20m 폭으로 긴 띠를 이루며 수면을 감싸고 있는 갈대밭이 눈길을 끈다. 겨울이면 갈대밭을 중심으로 천연기념물인 고니, 큰고니, 흑고니 등이 날아들어 말 그대로 ‘고니의 호수’를 이룬다. 솔숲과 갈대밭에 둘러싸인 잔잔한 호수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특히 해 질 무렵 화진포호와 어우러진 석양의 모습은 보는 이의 넋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답다. 호수 주변에 벤치가 있어 호숫가를 거닐다 앉아서 쉬기에도 좋다.
이곳에는 해방정국 남북한의 최고 권력자였던 이승만과 김일성, 이기붕의 별장이 몰려 있다. 화진포는 6·25전쟁 전에는 북쪽 땅이었지만 전쟁 후 남쪽으로 주인이 바뀐 까닭에 이들의 별장이 모두 이곳에 자리하게 된 것.
이승만·김일성 별장지로도 유명
김일성 별장은 화진포 해변과 멀리 금강산과 해금강까지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해변 언덕에 자리한 반면, 이승만 별장과 이기붕 별장은 호숫가에 있다. 울창한 해송 사이로 호수의 풍광이 가장 잘 보이는 ‘요지’다. 별장을 둘러보면 당시 최고 권력자들이 왜 이곳에 별장을 두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화진포 옆 초도리에는 초도항이 있다.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초도 1·2리 간이 해수욕장까지 연결된 아름다운 해안로에 위치한 작은 항구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배 낚시터로도 유명한 곳이다. 초도리 앞에는 ‘가을의 지는 해가 대나무 숲에 반사돼 거북 모양의 섬이 금빛으로 보인다’는 금구도가 떠 있다. 여행 끝무렵, 쌀쌀한 가을 날씨에 으스스해진 몸을 금강산콘도의 해수사우나에서 뜨끈하게 풀어주는 것도 좋을 듯.
☞ 찾아가는 길
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주문진 입구 현남 IC에서 빠져나와 좌회전-7번 국도-속초-간성-고성-화진포(속초에서 고성까지 연결된 7번 국도는 동해바다를 끼고 50km 남짓 이어지는 해안도로로,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7번 국도에서 벗어나 작은 포구를 끼고 도는 해안도로를 타면 더욱 운치 있다) 국도: 서울-양평-홍천-인제-원통-진부령-거진읍-대진 방면 7번 국도-7km-대진중학교-500m-화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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