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23
[문단 20년, 장편 소설 소개]
이제 내가 쓴 장편 소설과 그 소설을 쓰게 된 경위를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1. 개잡부
이미 소개해 드렸던 것처럼 자살을 피해 도망 간 곳인 태백, 그곳에서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에 작가의 상상과 다른 삶의 모습들을 조합해서 쓴 소설이다. 8개월의 노
동자 생활, 그리고 1년여 간의 집필 기간이 걸렸지만, 차마 소개해 드리지 못하는 것은 집필
이 끝난 후 살펴보니 그 구성과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고 부실하기 때문인데, 다시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다.
2. 소설 인계동
이 소설은 3년 전 밴드에 연제해 드렸다. 수원에 살면서 생활비를 책임진 아들들에게 내 용돈
까지 요구하기 미안해서 시작한 일이 대리기사였는데, 용돈정도만 벌리라는 생각으로 밤 10
시부터 새벽 2시까지를 기준으로 일을 했다. 이 일로 생활을 하는 분들은 저녁부터 새벽 버스
가 운행하는 시간까지 일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는데, 그 때 얻은 경험과 만나
게 된 손님들의 말과 행동에 주제를 세우고 일 년 대리기사 생활 후 일 년 동안 집필한 소설이다.
3. 진상리에서(수복지구 사람들 이야기)
이 소설은 내 고향 진상리에서 있었던 실제 사고를 중심으로 꾸민 소설이다. 어릴 적 매년 지뢰
사고로 죽어가는 친구, 청년, 어른들,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지는 가정들의 이야기를 단편소설
처럼 구성하고 연작 소설로 엮어낸 작품인데, 그 이야기는 네 가지로 구성되어있다. 곧
1. 화이트교 : 6.25전쟁시 군수물자 보급을 위해 지은 목조다리인데, 영화 콰이강의 다리 같은
느낌을 주는 다리이고, 장마철이면 북에서 떠내려 보내는 폭발물로부터 다리를 지키기 위해 에
이치빔을 삼각형으로 다리 교각 앞에 세웠다. 우리는 그 교각에서 다이빙을 했고 어른들은 그 교
각에 걸린 나무들을 건져 땔감을 썼으며 그곳에 걸린 여러 종류의 지뢰들, 그리고 강 바닥과 강
주변 수풀에 걸려있던 여러 지뢰들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지금은 그 다리는 그 흔적
도 남기지 않고 없어졌으며 다른 콘크리트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2, 수광이 죽다 : 내 친구의 이야기이다. 하긴 나보다 어린 후배가 지뢰사고로 창자를 다 드러내고
군용 트럭 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태워 읍내 병원으로 가려다가 숨지는 바람에 장사지내기도 했으니.
3. 은애 누이 : 나보다 10살 정도 많은 마을 누이가 한 마을의 청년과 결혼, 그리고 결혼 백일 되던
날 고철 수집하러 집을 나서면서 결혼 시계를 바꿔 차고 나갔던 선배가 궁굴산 밑에서 대전차지뢰
로 인해 사망한 사고를 소재로 쓴 내용이다.
4. 아들의 묘 : 그 시절에 우리 마을 근처에는 툭 하면 대간첩작전이 벌어지곤 했다. 곧 공비침투 때
문이었고, 또한 간첩의 통과 루트였기 때문인데, 작전이 시작되면 해 뜨기 전과 해 지고나면 마을의
개조차 짖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군인들이 온 마을과 들을 쥐 잡듯 뒤지고, 밤새도록 군용차량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헬리콥터가 나르곤 했다.
내 후배의 아버지는 읍내에서 술이 얼큰하셔서 강 건너 집으로 가시려고 다리에 들어섰다가 초병이
쏜 총에 허벅지를 관통당하는 사고를 입으셨지만 보상 한 푼 받지 못하셨고, 그 초병은 헬리콥터 타
고 포상 휴가를 간 곳이었으니. 그런 시절, 공비에 의해 하교 길에 무참히 살해당한 사고를 소재로
삼아 쓴 내용이다.
이 소설은 2022년 4월 출판했고, 완판 되었지만 재판을 하지 않았기에 기회가 되면 밴드와 단톡에
읽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소개해 드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