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8. 달날. 날씨: 해가 쨍쨍나더니 흐리다 다시 해가 쨍쨍
다 함께 아침열기ㅡ영어ㅡ텃밭ㅡ토마토케찹
만들기ㅡ점심ㅡ청소ㅡ몸놀이(괸문체육공원)ㅡ마침회ㅡ준섭, 오제 생일잔치-교사회의ㅡ부모교사공부모임
[텃밭과 토마토케챱]
다 함께 아침열기 시간입니다. 여름 자연속학교를 다녀 온 뒤 학교에 오는 날이라 학교 안팎이 새롭습니다. 인채, 인준, 종현, 한주가
몸이 안 좋아 결석을 했네요. 방학 때 미국에서 한 달을 살러 간 성범이도 없는 날이라 아이들이 누가 왜 안 왔는지 자꾸 물어봅니다. 늘 있다
갑자기 안 보이면 허전한 게지요. 아침열기 마치고 모둠에서 방학 하는 주 공부 계획을 다시 살펴봤어요. 물날 아름다운 재단 그물코에 가고,
나무날은 대야미 논에 가는 일정이 있어 여름학기 갈무리와 방학 준비로 아주 바쁜 한 주가 되겠다 싶습니다. 성범이가 없는 주라 한 주 수업을
어찌 할지 함께 계획을 짜는데 많이 놀고 많이 뭐를 만들어 먹자 합니다. 인지교과 갈무리 할 것들 빼고는 남는 시간을 잘 쪼개 음식 만들기와
손끝활동, 마을신문 만들기를 하기로 했어요. 재미있게 방학 주를 계획한 셈입니다.
계획한 대로 먼저 오전 공부인 책읽기는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그동안 가지 못한 텃밭에 가서 음식에 만들 재료를 구하기로 합니다. 텃밭
들어가는 곳부터 쑥 자란 풀들이 텃밭 상황을 가늠케 해요. 선생은 그제 텃밭에 가서 한 차례 일을 해서 텃밭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어 낫을 들고
갑니다. 토마토가 떨어지고 터져가는 때라 그제도 한 소쿠리 가득 따서 학교에 갔다 놨지요. 깊은샘이 텃밭에 들어가니 동생들이 차례로 텃밭에서
나와요. 모두 같은 마음인게지요. 자연속학교 때 못간 텃밭이 궁금한 겁니다. 동생들 모둠마다 소쿠리에 토마토와 고추들을 따가지고 들어가네요.
대야미 논에 간 2학년 빼고 모두 텃밭에 다녀 오는 거니 많이 땄지 싶은데 텃밭에 가보니 아직도 정말 많이 있어요. 풀이 워낙 많이 자라
거기까지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던 게지요. 들고간 낫으로 텃밭 들머리부터 차례로 풀을 베고 아이들이 지나다닐 만하게 길을 만듭니다. 아이들이 먼저
고추를 따는 동안 선생은 오가는 길 풀들을 벨 수 있는대로 베는데 뽑으려면 삽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거의 밀림 수준입니다. 줄곧 풀을 베니 팔이
욱신거리고 땀으로 목욕을 합니다. 토마토 밭은 풀과 같이 정글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지 동생들이 방울토마토만 겨우 따가고 큰 토마토는
그대로입니다. 풀을 베도 워낙 크게 자라서 한참이 걸립니다. 깔끔히 정리하기에는 쉽지 않아 오가는 길 쪽만 정리하고 큰 토마토를 따는데 물이
많아 터지고 곪아가는 녀석들이 아주 많습니다. 치울 건 치우고 싱싱한 녀석들을 따는데 한 소쿠리가 가득 찹니다. 아이들이 방울토마토를 따고
더이상 풀 속에서 따기 힘들어 합니다. 풀들을 베어내며 애호박을 따는데 풀 속에서 햇볕을 보지 못한 아주 작은 수박들이 나옵니다. 줄기가
거의 썩어가서 이미 떨어져있어 모두 따내니 여러 개입니다. 늙은 오이까지 따니 또 한 소쿠리가 가득차네요. 들고 간 소쿠리 두 개에 토마토,
호박, 오이, 고추가 꽉 찼습니다. 원서가 수박 한 덩이를 들고 나오다 떨어뜨려 깨졌는데 안이 빨갛게 익었어요. 텃밭에서 바로 잘라 한 입
베어무니 꽤 달아요. 비오듯 땀흘리며 일한 댓가처럼 셋이서 작은 수박 한 덩이를 먹으며 목을 축입니다. 밭에서 바로 수박을 깨먹는 거 아주
오랜만입니다. 원서가 소쿠리 하나를 들고, 민주는 낫을 챙기고, 또 무거운 소쿠리는 선생이 들고 들어오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선생은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윗 옷이 너무 축축해 1층 화장실로 바로 가고 맙니다. 원서가 선생 등목을 쳐주고 윗 옷을 갈아입으니 이제야 살만 합니다.
음식 재료 구하는데 한참이 걸린 셈인데 땀흘린 댓가로 소쿠리가 가득하니 흐뭇하네요.
이제 계획대로 남은 30분 동안 만들기로 한 토마토 케챱을 위해 토마토를 끊는 물에 익히고 껍질을 벗겨냈어요. 좀 넉넉하게 하면 좋겠다
싶은데 아이들이 다섯 개만 하자 합니다. 사실은 하려는 음식은 토마토 케챱과 감자튀김이라 조금이면 되겠다 해요. 껍질을 벗기는데 토마토 속이
너무 뜨거워서 찬물에 다시 담궈 빼서 벗겼어요. 믹서기로 갈지 않고 토마토 퓌레에 가깝게 하는데 우리는 껍질만 벗겨내고 토마토씨도 빼지 않은 채
졸이기로 합니다. 설탕과 소금, 후추 조금만 넣기로 했어요. 졸이는데 시간이 걸려 금세 밥 먹을 시간인데 밥당번이 취사를 누르지 않아 밥을 늦게
먹게 된 덕분에 마무리를 짓게 됩니다. 졸은 뒤 나온 양은 역시 얼마 안돼요. 맛을 보니 모두 맛있다 합니다. 아침 나절 8기 졸업생 희주와
수인이가 학교에 놀러왔는데 함께 맛을 봐 주네요. 토마토 케챱이 싱싱하다는 느낌은 처음입니다. 뭐든지 해보고 난 뒤는 역시 다릅니다. 뭐든지
사먹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만한 정성이 들어갑니다. 이제 내일 감자튀김만 만들면 텃밭에서 난 재료로 음식 만들기를 이어가는
셈입니다. 감자튀김을 해서 오늘 만든 토마토케챱을 찍어 먹는 거지요. 물론 이번 주 줄곧 텃밭에서 거둔 걸로 음식을 만들기로 했어요. 오이,
고추, 호박이 뒤를 이을 겁니다. 밭을 만들고, 씨앗과 모종을 심어, 풀을 메고, 거둔 뒤 텃밭에서 난 재료로 음식 만들기까지 모두 일과
놀이요, 땀과 정성, 감성과 자연이 가득합니다. 밥상에 오른 모든 채소와 곡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오롯이 아는 셈이니 농사야말로 대단한
교육과정이요 생명살림인 셈입니다. 토종 씨앗으로 짓는 농사는 더 뜻이 담기고 나눌 이야기가 많지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민주가 신이
났습니다. 오늘은 더욱이 좋아하는 언니들이 와서 더 들떠있습니다.
낮에는 원서가 좋아하는 축구를 몸놀이 시간에 했어요. 관문체육공원에서 뛰고 달리고, 자유놀이까지 또 한바탕 땀을 흘립니다. 축구 한 판
마치고 낮은 학년과 비석치기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희주와 수인이가 함께 해서 동생들이 더 좋아합니다. 언니, 누나가 얼음과자까지 사왔으니
모두 신이 났습니다. 선생들 커피까지 챙겨왔어요. 몸놀이 마치고 학교에 갔는데 6기 졸업생 정빈이과 세영이가 왔어요. 방학을 한 중학생들이
학교를 찾아주니 참 좋습니다. 마침회 시간에 토마토케챱을 더 만들기로 했지요. 양이 작아 조금 더 하는 겝니다. 언니들 도움받아 금세 껍질을
벗기고 졸이는 건 선생이 마무리 하기로 했습니다. 준섭이와 오제 생일잔치로 강당이 떠들석합니다. 생일잔치 떡과 과일, 텃밭에서 딴 수박과
토마토까지 새참으로 먹을 게 정말 많네요. 방학 하는 주 맛있는 학교가 되겠지 싶습니다.
저녁 부모교사공부모임에서는 먹을거리 교육으로 다시 우리가 먹는 음식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먹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까닭이 충분합니다. 우리 몸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생명을 살리는 길이요, 지구를 살리는 일인 줄 알지만 우리 아이들 몸을 헤치는
온갖 불량식품과 쓰레기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앞에 원칙과 욕구 충족은 늘 어려운 선택입니다. 공동체와 학교에서 다 함께 먹을거리
교육을 살피려는 것도 어느 한 집으로 해결 될 일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지요. 소박한 밥상 문화, 몸을 살리는 먹을거리 교육이 더 중요한
때입니다. 길들여져 감각을 잃어가기 전에 불편함을 꺼내고 서로를 세우며 힘껏 어려움을 이겨낼 슬기를 쌓는 과정으로 삶을 가꾸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