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꽤나 긴 고백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광양의 촛불을 위해 꼭 읽어주세요.
먼저 제 소개부터 하는게 순서 일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동안 광양 촛불문화제 준비해왔던 사람중 한명입니다.
30대 초반의 남자이고,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당원이기도 합니다.
제가 제 소개를 먼저 하는 이유는
그 동안 촛불문화제 준비하면서 제가 느겼던 고민을 나누고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자 해서 입니다.
저의 경우, 생계를 위해 학원 강사로 일하다 보니
저녁 5시 정도 부터 새벽 1시까지 수업을 해야합니다. (주말도 비슷합니다.)
문화제를 준비하면서 항상 이런 저런 시간에 쫒겨 문화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정작 문화제가 열리는 날이면 수업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학원과 문화제 장소를 택시로 오가며
30분 정도 준비를 하고 다시 들어가 1시간 수업을 하고 나오고 또 들어가는 게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작 문화제의 전반적인 준비는 바쁘신 다른 분들에게 부탁을 했었습니다.
원래 촛불문화제는 주 5일간 서명운동과 선전을 겸한 주중의 약식 문화제와
시민들과 함께 하는 주 1일, 주말의 시민 문화제로 계획을 했었지요.
솔직히 고백하건데,
매일 하는 약식 문화제를 진행하는 것도 너무나 벅찼습니다.
약식 문화제를 위해서는 2~3명의 진행자와 탁자 엠프 등을 옮길 차량과 운전자가
최소한 필요합니다.
그런데 너무나 화가나지만, 너무나 속이 상하지만, 너무나 부끄럽지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준비를 하는 한 사람으로 전 약식 문화제를
한번도 제대로 참석한 적이 없습니다.
회의와 다른 업무로 바쁜 사람들을 졸라서 하루씩 부탁드리고 전화로 점검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전화로 진행 상황을 물어보면서 느낀 미안함과 자괴감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날도 많았습니다.
때로는 하루 종일 덤프트럭을 운전한 덤프연대 조합원들에게,
때로는 하루 종일 회의와 교육으로 창원으로 순천으로 부산으로 다니시던 생협 간부들에게,
때로는 5.18 기념행사와 영화제, 차 없는 거리 준비로 정신 없는 광양청년회 햇살 회원들에게,
때로는 6월 4일 광양 진상, 진월, 다압 시의원 보궐선거로 정신 없는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게,
때로는 온 종일 용접기와 글라인더와 씨름하느라 녹초가 된 후배에게,
반은 강제로 반은 애원으로
그렇게 촛불 문화제를 맡겨 놓고는 저는 제 밥줄을 아주 열심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저를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았지만, 저는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와 함께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촛불을 준비했던 분들이
농활로, 선거로, 교육으로, 회의로,
당분간은 함께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는 어쩔 수 없다며
할만큼 했다며
다음주 촛불문화제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웃기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다음주면 장관 고시가 예정되어있는데,
광우병 쇠고기가 우리식탁에 올라 우리의 아이들 입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저는 그랬습니다.
할 사람이 없다고ㅡ 할만큼 했다고, 다음주는 어쩔 수 없다고
그러면서 혼자 답답한 척, 안타까운 척만 했습니다.
정말 부끄럽지만 그랬습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진행한 차 없는 거리 행사에서
광양에서만 어제 하루만 무려 600여분이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어제 서울에서는 청와대로 간다며 수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고
밤을 새우며 쇠고기 반대 이명박 반대를 외치던 그 시간에도
그리고 이 미친 정부의 폭력 진압과 연행으로
37명이 연행되었던 그 시간에도 전 안된다며 포기해 놓고는 한탄만 하고 있었습니다.
경찰들이 노인과 아이는 물론 장애우와 임신부에게까지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를 내려찍는 그 시간에도
전 포기만 하고 한탄만 하고 있었습니다.
전주의 한 분이 쇠고기 반대를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라 가던 그 순간에도
전 안된다고 못 한다고 그렇게 자신을 위안하고 있었습니다.
전 제가 만들어 놓은 촛불문화제에 시민들이 온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전 제가 아니면 광양에서 촛불문화제는 하지도 못했다고 자만했었습니다.
전 제가 시민들을 계도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전 저 혼자만 잘 났고, 저 혼자만 똑똑해서 제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거였습니다.
전 사교육 선생이지만 아이들에게 종종
바르게 살라고, 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고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항상 깨어있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해 놓고는
저는 정작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들과 같이 광우병 쇠고기를 반대하고 이명박을 반대하는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광양 촛불문화제 준비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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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부탁이 있습니다.
광양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후에 촛불문화제를
광양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촛불문화제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못난 생각으로 인해 꺼질뻔 했던 광양의 촛불을 다시 불붙여주십시오.
저녁 6~9시 사이 잠깐이라도 좋으니 서명운동을 받고 유인물을 돌릴 수 있으신 분.
각 읍면을 돌며 호소문을 붙여줄 분.
자신의 아파트 단지에, 혹은 자신의 마을에 유인물을 나눠주고, 호소문을 붙여 주실 분.
저녁 5시쯤 작은 용달을 운전 할 수 있고 약간의 힘을 쓰실 수 있는 분.
종이컵을 자르고 초를 꽂을 분.
선전물을 만들기 위해 포터삽을 하실 수 있는 분.
좋은 아이디어와 창의적 발상으로 내용과 방향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실 분.
글을 잘 쓰셔서 좋은 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실 분.
노래를 잘 하셔서 문화제를 빛내 주실 분.
춤을 잘 춰서 함께 하는 분들에게 흥겨움과 즐거움을 주실 분.
까페 관리를 잘 해 주실 분.
인터넷을 통한 홍보를 해 주실 분.
서명운동에 적힌 번호로 행사 일정과 현재 상황 등을 알려 주실 분.
문자를 보내기 위한 전화번호를 엑셀화 해 주실 분.
인간관계가 좋아서 주변분들을 더 많이 함께 할 수 있게 해 주실 분.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해서 사람들에게 알려 주실 분.
물 민영화나 의료 민영화 등 다른 문제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같이 하실 분.
재치 있는 말솜씨로 문화제를 이끌어갈 사회를 보실 수 있는 분.
악기 연주나 장기로 문화제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실 분.
무엇이든 좋습니다.
누구이든 괜찮습니다.
내가 안 되면 주변분들을 소개시켜주셔도 좋습니다.
광양 시민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우리의 문화제를 만들어 갔으면 좋습니다.
우리 자랑스런 광양 시민의 힘으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힘과 지혜를 모우고 모우면
정부도 미국도 그 어떤 강한 것도 올바른 것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10년 쯤 뒤에 정말 좋은 세상이 되면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해 줍시다.
그 때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광우병 쇠고기를 막아냈다고
그 때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이명박을 이겼다고
그 때 우리는 미국이라는 거대하지만 부당한 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우리의 꿈을 지켜냈다고
그 때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지금의 이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말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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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 없이 길고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더욱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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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작은 힘이라도 좋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십시오.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 주십시오.
연락처 010 -5014 -8866 호빵맨
첫댓글 순천..광양.여수.광주 이렇게 모여서 하셔야죠 ..분산해서 하면 힘이 나오겠습니가??
아... ㅠㅠ 화이팅 당신의 열정에 제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네요..
힘내세욧~~ 우리모두 지치지 않고 서로 서로 위로하고 손을 잡아줍시다~~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힘내세요...광양에서도 촛불이 지속적으로 타오르기를 기도합니다...
호빵맨님의 진심과 열정이 느껴집니다. 저도 같이 하고 싶습니다.
광양분들은 이 카페도 가입해 주세요.카페 이름 광양 광우병 반대 시국회의 카페 주소 cafe.daum.net/loveky01
친구들에게만 소문내던 제가 너무부끄러워요ㅠ 저도같이하고싶어요~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아 진짜 당장 뛰쳐나가고싶은데 ㅡㅡ 순천광양여수광주전남 전부 모입시다
전~ 어제 것도 모르고 연향동으로 가족들과 갔었는데....님의 고민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어디서 하는지 궁금하네요. 직접적인 시위에는 참가하지 못할거 같지만 시간날 때나 갈수있는 장소라면 저도 도와드리고 싶어요.
정말 수고들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