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 포스팅은 oo군 농업인대학 입학식 때 특별강연을 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상이 농업인이라 결말부분에선 초점이 약간 맞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이후 다른 지역 농업인대학에서 3시간 반 짜리 강의요청(2011.9.20)을 받았는데 강의 시간에 여유가 있어 농작물만 다룬 본 포스팅에 살을 더해 씩씩(食識)하자라는 제목으로 먹거리 전반 – 육류, 농작물, 가공식품 – 을 다뤘음. 전체 순서는 다음과 같다.
- 씩씩(食識)하자 – 먹거리 이면 들여다보기
- 육식/축산 편
- 채식/농업 편 1부 먹거리의 중요성, 2부 유기농의 맹점
- 가공식품 편
- 먹는다는 것의 의미
유기농이면 다 해결이 될까? 유기농으로 기르기만 하면 안전한 작물, 영양성 높은 먹거리가 자라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먹거리의 중요성‘에 이어…)
유기농이란?
유기농 인증마크
그걸 알아보기 위해 우선 유기농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자.
현재 한국에서 유기농산물이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1) 3년 이상(다년생작물, 그외 작물은 2년) 화학비료/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논/밭에서 재배되어야 함
2) 농수산식품부에서 인정한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함
헌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
유기농의 맹점 1. 농경지에만 안주면 된다?
농경지에 직접 뿌리지 않더라도 주변 잡초제거에 제초제를 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인근토양내 잔류농약성분 검사를 한다지만 딱히… 게다가 해당 농부는 설령 주지 않더라도 주변 재배지에서 화학비료/농약을 쓰면 오염되기 마련.
실제로 한 농민은 내게
나는 친환경쌀, 유기농쌀 이런거 다 믿어. 주위에 제초제 주면 다 논에 스며드는데 그게 무슨 유기농, 친환경이야?
라고 하셨다.-_- (이자리에서 소위 친환경비료, 친환경농약의 실상은…언급하지 않겠다)
유기농의 맹점 2. 3년?
kbs스페셜 종자독점,세계를 지배하다 中
헌데 설령 정말 제대로 된 유기농비료만 쓰고, 주변에도 3년간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하면 ‘농산물에 화학비료/농약 성분이 없다’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세계 제 1의 종자기업인 몬산토는 원래 화학무기 제조사업으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었다. 전쟁 후 화학무기가 폐기되자 이 기술을 응용해 만든 것이 바로 강력한 제초제와 살충제. 즉, 화학무기가 농약을 변신한 것.(이전 포스팅도 참조)
헌데 이렇게 강력한 농약성분이 과연 3년만에 다 없어질까? 3년만 농약, 화학비료를 안 쓰면 건강한 유기농 먹거리가 땅에서 쑥쑥 자라날까?
1971년에 끝난 베트남 전쟁의 고엽제(Agent Orange)의 피해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아직도 수많은 기형아가 태어나고 있다. 왼편의 사진은 2000년에 찍힌 아이의 사진(기사), 아래 사진은 2007년에 찍힌 사진. 해외 유명잡지(매그넘)에 실려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보상은 커녕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문제가 있으면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다.(고 하는 기사를 어디서 봤는데 못 찾겠…)
하지만…이런 사진이 농약 폐해의 극단적인 경우라고만 생각하시는가? 나는 서서히 – 이 서서히란 말이 무섭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어느새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 아토피가 흔한 질병이 되었듯이, 상추맛은 원래 찝찌름한 맛으로 여기듯이, 아이들의 폭력성이 날로 강해지듯이, 이렇게 서서히 바뀌는 세태 역시 위의 사진만큼 무서운 일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하지만 우리 식약청에선 이런 홍보를 하고 있다. -_-;;
유기농의 맹점 3. 정말로 농약 쓰지 않을까?
유기재배에서 사용하는 농약리스트 (일본의 경우이긴 하다) (출처 : 채소의 진실)
농약의 냄새조차 맡아본 적 없는 유기농도 있지만 소위 ‘유기농약’, ‘친환경제제’라는 희안한 카테고리로 분류된 농약이 쓰이는 유기농도 있다. 오히려 ‘유기농약은 괜찮다’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더 많은 양이 쓰이기도 한다.
유기농은 어렵다
위와 같은 맹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화학비료, 농약을 마구 주는 관행의 방식보단 유기농이 낫긴 나을거다. 하지만 유기농은 농사가 굉장히 어렵다. <서울대보다 가기 힘든 유기농 배농사>란 기사엔
국립 농산물 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중략) 결국 유기농 사과, 배, 단감, 복숭아를 생산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농가는 100여 농가에 불가하다
라 되어 있다. 그만큼 어렵다. 왜 그럴까?
화학비료, 농약…그 악순환의 고리
여기다 산성비의 영향도 추가요
(제초가 어렵다는 부수적 이유는 여기서 제외하고 근본적으로는) 바로 토양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다. 토양엔 다량원소는 풍부하고, 미량원소는 다양하게 존재해 균형을 잘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작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작물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 된 현대농사방식은 생산성, 수확량을 위해 질소N, 인산P, 칼륨K 위주로 화학비료를 준다. 혹은 시세가 좋을 때 출하시키기 위해 씨만 뿌려놓았다가 시세가 좋아지면 화학비료, 농약을 마구 준다.
이러한 방식은 식물이 쑥쑥 자라니 처음엔 효과가 있는듯 하다. 하지만 NPK에 치중된 화학비료는 갈수록 토양 미네랄의 균형을 깨뜨린다. 또한 이렇게 강제성장된 식물은 과잉영양에 뼈는 굵어지지 않았는데 살만 찐 비만환자나 성인병 환자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조직이 치밀하지 못하고 약하다. 이렇게 약하니 병해충과 질병에 취약해진다.
그럼 어쩌나? 농약을 줘야한다. 농약은 또한 토양의 균형을 깨뜨리고, 지력을 쇠퇴시킨다. 또한 항생제에 면역이 생기듯, 농약에도 면역이 생기는 병해충이나 바이러스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와 같은 양의 비료를 줬는데 이듬해 잘 자라지 않는다.
또 그럼 어쩌나? 화학비료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용량은 그대로인데 강도가 쎄지거나. 이는 농약사용량의 증가를 불러오고 또 이는 화학비료 사용량의 증가를 불러오고…끊임없는 악순환이다. (이에 대한 폐해는 여기에서도 다뤘…(자기홍보))
이러한 땅에서는 비가 와도 다음날 지렁이 한 마리 보이질 않는다. 종일 서 있으면 무릎과 다리가 아플 정도로 땅은 딱딱해져있다. 또한 아무리 유기농으로 짓더라도 상대적으로 산성농산물을 생산한다.
유기농이면 유기농이지 왜 머리아프게…?
별별 인증마크 (그 사이 전환기는 사라짐) (참조:친환경인증관리 정보시스템)
그렇다고 화학비료, 농약을 한 번에 딱 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립농산물 품질인증원에선 ‘저농약’, ‘무농약’, ‘전환기유기농’(사라짐), ‘유기농’ 3가지 단계로 점점 줄여나가는 식으로 소비자들은 쉽게 헷갈리게 기준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앞서 ‘유기농’의 맹점에 대해 강변했다.
‘기적의 사과’로 유명한 기무라 아키노리氏
일본의 사과 역사는 120년이에요. 그동안 수많은 선대 농부가 무농약·무비료 재배에 도전했지요. 하지만 안 됐습니다. 4~5년 만에 포기했기 때문이에요. ‘4~5년을 했는데 안 됐으니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요. 바보처럼 11년을 버텼어요. 그러니 나무가 불쌍해서 꽃을 피워주더라고요.
<기적의 사과>로 유명한 기무라 아키노리氏와의 인터뷰만 봐도 3년이란 기준은 말도 안 됨을 알 수 있다. 11년. 11년이 지나서야 땅이 회복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무라氏처럼 바보같이 11년을 힘들게 기다리며 농사를 지어야할까? 아니면 맹점이 있지만 기존의 유기농을 해야하나? 또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그냥 화학비료, 농약 주면서 키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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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희 농법에 대해 설명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강연이 진행된다.
블로그 쥔장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산성토양, 잔류농약, 떨어진 영양성)들을 해결하는 농업기술을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개인 블로그의 운영방침은 먹거리, 환경, 농업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것이니 제 業에 대한 광고는 최대한 배제하려합니다. 하지만 먹거리, 환경, 농업 문제만큼은 관심갖고 읽어주시면 아마 좋은 일이 있을겁니다. 저희 농법으로 기른 채소를 나눠줄 이벤트를 구상 중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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