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의 이을용 ⓒKFA 홍석균 |
- 2002 월드컵과 2006 월드컵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2002년과 2006년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죠. 제 생각에는 팀을 리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했는데, 2006년에는 리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선수들이 한 번 해보자 하는 의욕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속한 조의 전력을 본다면 우리가 갖고 있었던 실력을 조금만 더 발휘했다면 16강에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2006년에는 선수 개개인의 자존심이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런걸 딱 휘어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어야 했는데... 2002년에는 명보 형이 그런 걸 했었는데, 2006년에는 뭔가 모르게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대표팀은 다 자기 팀에서 에이스라는 선수들이 오기 때문에 쉽게 뭐라고 얘기는 못해요.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각자가 알아서 해야지, 누가 얘기해서 들었으면 벌써 했겠죠. 근데 2006년에는 거의 하기는 열심히 했어요. 뭔가 모르게 안 된 게 안타까웠지. 그 때 (최)진철이 형도 있었고, (이)운재 형도 있었고, (안)정환이, 저, (김)남일이도 있었지만 밑에 있는 선수들은 게임 못 뛰니까 밖에서 투덜투덜거리는 것도 있었고. 2006년에는 선수들이 조합이나 딱 뭉치는 응집력 그런 게 많이 없었던 거 같아요.
- 우리나라가 월드컵 사상 원정 첫 승을 거뒀던 토고전에서 선발 출장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경기를 잘 하고도 전반 31분 선제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요. 경기 중에 선수들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토고전은 우리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경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선수들이 첫 경기이다 보니까 너무 긴장을 많이 한 거 같아요. 토고전을 하면서 느낀 게 ‘한국 선수들은 일단 실점을 먼저 해야지 그 때부터 막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거에요. 실점하기 전에 그런 행동을 보여줘야 되는데 항상 골을 먹고 나서 ‘에이,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라는 식으로 해버리니까. 한국 선수들은 그 때 근성이나 투지가 그때 나오는 것 같아요. 그 전부터 그렇게 해야 되는데 항상 실점을 하고 나서 그렇게 하려니까 시간이 늦죠. 골을 넣고 비기든가. 2006년에는 그런 게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 토고 전에서 이천수가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넣었는데요. 이을용 선수도 왼발 프리킥이 좋았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왼발로 골도 넣었고요. 직접 차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나요?
있었는데 천수가 그랬어요. “형, 이건 내가 한 번 차 볼게.” 그래서 제가 “그래. 너 차라”고 말했죠. 그 때 제가 찼으면 안 들어갔을 수도 있어요. 천수가 워낙 자신감이 있으니까 자기가 찬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차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워낙 천수가 완강하고 욕심이 있으니까 “너 차라” 했던 게 잘 된 것 같아요.
- 이후 안정환의 역전골이 터지기 전에 교체돼서 나오셨습니다. 두 번째 경기인 프랑스전에서도 후반전에 교체되셨는데요.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종아리 쪽에 별로 상태가 안 좋았어요. 타박상을 당해서 썩 좋지가 않았어요. 그때 발목도안 좋아서 최주영 선생님한테 치료를 받으면서 운동을 병행했거든요. 운동장에서 뛰려고 하면 종아리 인대가 약간 부어있는 상태였거든요. 뛰려고 하면 근육이 올라오는 느낌이어서 “이래서 내가 되겠나” 했더니 최주영 선생님이 일단 운동만 병행하라고 하셨죠.
결국 나중에 핌 베어벡 코치님에게 최주영 선생님이 얘기를 했죠. 그랬더니 “왜 그걸 지금 얘기를 하냐” 그러니까 최주영 선생님이 자기가 보니까 참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셨어요. 결국 운동장 나가서 100%를 발휘하지 못하면 선수한테도 손해죠.
저는 2006년 월드컵을 하면서 손해를 많이 봤어요. 트라브존스포르에 있을 때는 프리미어리그 에이전트들이 와서 게임을 많이 봤거든요. 거기에서는 내가 좋은 모습을 보였고, 2006년 터키리그 끝나고 나서 대표팀에 선발되다 보니까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고, 다리 상태도 안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나의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는데 에이전트들이 와서 “리그 때보다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고 하면서 왜 그런지 확인을 해보더라고요.
2006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 제 플레이만 보여줬으면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려고 했거든요. 터키 리그를 끝나고 트라브존스포르에는 (세뇰) 귀네슈 감독이 오셨어요. 트라브존스포르에서는 2년 재계약을 하자고 했고, 저는 “다른 팀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대표팀에 들어왔죠. 그리고 다른 팀을 알아보다가 서울로 돌아왔고. 터키리그에서 오라는 데는 있었어요. 베식타스에서 오라고 했었는데, 베식타스 갈 바에는 트라브존스포르로 돌아가죠. 그냥 ‘국내에서 마무리를 하자’ 생각해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