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블루’의 반대가 뭐야, 아이가 물었습니다 푸르다는 말은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 퍼런 멍을 안고도 웃는 사람은 파란의 어디쯤 서 있는 건지 앙상해진 빙벽의 허리를 감아 달그락거리며 전해오는 이야기 시린 입술로 달싹이고 있을 때 어느새 멀리까지 뛰어갔던 아이가 숨찬 얼굴로 돌아옵니다 양 볼 가득 한 아름 대답을 꽃피우며 달려옵니다 2025년 새해 정혜선 |
정혜선의 시는 함께 사는 이웃(동포와 외국인들을 다 포함한 세계인)에 대한 관찰 기록이면서 아픔을 공유하려는 측은지심의 발로이다. 시인은 그런 점에서 민간 외교관이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 가 있을지 모른다. 한국어로 말하면 알아듣지 못할 사람들 앞에서 시인은 의사소통을 위해 손짓을 해야 할 때가 많겠지만 숙소로 돌아와서는 시심을 가다듬을 것이다. “길들여지지 않는 혀의 습성” 때문에 애를 먹으면 먹을수록, “실어증의 한없는 무한 재생” 때문에 상처를 받으면 받을수록, 시의 샘에서는 언어의 샘물이 콸콸 솟아날 것이다. 등단 10년 만에야 펴내는 시집이 이미 문제적인데 제2시집, 제3시집에서는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기대가 많이 된다. - 해설중에서이승하(시인. 중앙대교수)
정혜선 시집 『이렇게 작아 보이는 지구 안에 그렇게 먼 길이 있었다니』 출판사 글
땅 끝에 혼자 가고, 혼자 작은 방에 갇히고. 환대 속에서 고독을 찾고, 실낱같은 빛만으로도 연명할 수 있다고… 그렇게 더욱더 시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정혜선 시인은 신인류의 문학을 응원한다. 형태는 다르더라도 인류가 살아있는 한 사람들은 동종의 타인에 대한 관심의 불을 꺼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정혜선 시인이 등단 10년 만에야 펴내는 <이렇게 작아 보이는 지구 안에 그렇게 먼 길이 있었다니> 첫 시집은 함께 사는 이웃과 세계인에 대한 관찰 기록이면서 아픔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현재 소설 읽기나 영화 보기처럼 건전한 문화 양식으로 다른 환경의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는 것처럼 문학이 이 시대에 어떻게 유효한지를 알게 해준다. 정혜선시인은 시집 준비 중에 정지용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출판사 소개 글에 심사평을 올려본다,
첫 시 「그믐」에서부터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행(同行)이란 게 서로를 읽는 일임을 결구가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삶의 행보와 책의 행간과 시의 행과 연이 결구에서 만나고 있다. 「전봇대」에서는 의인의 결과가 우뚝하고 「화장지의 말」에서는 삶에 대한 관조가 유머를 타고 흐르며 「용기」에서는 동음이의어가 반짝이고 있다. 「도모코를 위하여」가 품은 묵중한 사회의식, 「새의 데칼코마니」가 포착한 선명한 이미지도 주목할 만하다. 시편마다 서로 다른 작시법을 소개한다고 할 만큼 시행들이 자유롭고 자재하다. (정지용 해외문학상 심사평) - 포엠포엠 POEMPOEM
정혜선
경남 진주 출생
2013년 일본 문예지 《우츄시진宇宙詩人》에 첫 시 「메두사호의 뗏목」 발표
2014년 미국 워싱턴문인회 『워싱턴 문학』 신인문학상
2015년 한국 시 전문지 『포엠포엠』 신인문학상
2023년 제2회 정지용 해외문학상
대학에서 일본문학과 국제학을 전공했고, 직장을 다니며 중국어를 배웠다.
미국 외교관과 결혼한 뒤 한국, 일본, 미국에서 살며 일본어, 벵골어,
우즈베크어를 배웠다. 언어와 사람과 아직 배우지 않은 것들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