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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원예학적으로 다년생 목본 식물로 속명(Geunus)이 ‘Rosa’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0여 종이 있는데, 생긴 모양에 따라서 크게 ‘관목형(Shrub)’과 ‘덩굴형(Climber)’ 두 가지로 구별하기도 한다. 관목형은 키가 3미터 미만이며 땅으로부터 줄기가 여러 개 올라오는 형태로, 몸을 다른 물체나 식물에 기대지 않고 자립으로 설 수 있다. 반면 덩굴형은 그 길이가 7미터까지 이르러 스스로 서지 못하고 가시를 이용해 다른 물체나 식물을 타고 올라서게 된다. 때문에 관목형이냐, 덩굴형이냐에 따라 식물의 디자인과 관리가 달라진다. 하지만 전지를 해놓은 어릴 때에는 그 형태를 가늠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장미에 붙어 있는 명찰을 통해서 혹은 구입한 농원으로부터 어떤 장미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꽃의 여왕' 장미. 꽃의 크기와 모양, 색상이 다양한 장미는 단일 품목으로 정원을 조성할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식물이다.
그렇다면 장미가 꽃의 대명사가 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미는 단일 품목으로 정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어떤 식물종보다 꽃의 크기, 모양, 색상이 다양하다. 게다가 향수로 만들어질 정도로 천연의 향이 가득해 역사적으로 특히 여성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자생종의 장미는 지구상의 온대성 기후지역인 아시아, 북아메리카, 북서아프리카에 골고루 분포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런 특징 때문에 더 예쁘고 더 향기가 강한 장미를 만들고자 역사적으로 수많은 재배 기술이 시도돼 자연상태의 자생종을 수 십배나 뛰어넘는 재배종과 혼종교배종(Hybrid)이 만들어져 오늘날 시판되고 있다.
장미를 미용 혹은 관상을 위해 재배하기 시작한 역사는 무려 BC 500년으로까지 거슬러간다. 기록에 의하면 특히 페르시아와 중국의 장미 재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관상을 위해 정원에 심을 장미를 많이 변종시켰다고 전해진다. 흔히 영국을 ‘장미의 나라’라고 하는데 영국이 장미의 원조국가가 될 수 있었던 계기도 바로 중국으로부터 이 장미 재배기술을 빌어오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장미는 온대기후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잘 자라는 덕분에 다양한 교배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영국이 ‘장미의 나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중국에서 발달된 장미 재배기술을 가져오면서부터였다.
Tip point 1 나폴레옹의 첫 번째 부인 조제핀의 장미 정원, 말메종(Malmasion)
화가이자 식물학자로 오늘날 보태니컬 아트의 선구자라 불리는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Pierre Joseph Redoute)의 장미 그림집은 조제핀이 세상을 떠난 뒤 ‘Les Roses’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정벌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동안 혼자 남게 된 조제핀은 자신의 거처이면서 훗날 전쟁에서 돌아온 나폴레옹이 살게 될 장소인 말메종 성(Château de Malmaison)을 치장하기 시작했다. 이때 조제핀은 성의 실내공간만 호화롭게 꾸몄던 것이 아니라 정원에 장미만을 키울 수 있는 정원 ‘장미정원’을 조성했다. 장미를 정원에 심는 일을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장미만으로 정원을 꾸민 장미정원은 조제핀의 말메종 정원을 가장 최초로 본다.
기록에 의하면 이 정원에는 1840그루의 장미가 자라고 있었고, 그 중에는 당시로서는 집 한채 가격을 호가하는 희귀종의 장미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조제핀이 신뢰했던 정원사 앙드레 뒤 폰(Andre du pont)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희귀종의 장미를 구하기 위해 중국과 페르시아를 넘나들었고, 새로운 종을 개발시켜 조세핀의 관심과 흥미를 더욱 북돋았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말메종의 장미정원이 그때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아 온전히 장미정원을 관람하기가 힘들다. 대신 당시 화가이면서 식물학자였던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Pierre Joseph Redoute)가 말메종의 장미 117종을 그림으로 남겨 오늘날 어떤 장미가 있었는지를 가늠할 뿐이다.
‘올드 로즈(Old Rose)’는 주로 야생 상태에서 크게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장미로, 주로는 홑겹의 꽃이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흰쌕 찔레꽃도 대표적인 올드 로즈라고 볼 수 있다. <출처: (cc) Qwert1234 at en.wikipedia.org>
장미는 형태면에서 크게 ‘관목형’과 ‘덩굴형’이 있다고 분류했지만, 발달된 재배기술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장미가 많아서 과연 어떤 장미를 내 집에 심어야 할지 여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장미를 크게 시기적으로 ‘올드 로즈(Old Rose)’와 ‘모던 로즈(Modern Rose)’로 구별을 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기술이 얼마나 들어갔느냐와도 연관이 깊다. 예를 들면 올드 로즈는 자연 상태의 야생 장미를 정원에서 키울 수 있도록 약간의 변동이 일어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꽃이 피는 시기가 좀 더 길어지도록 조정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야생 장미 혹은 들장미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야산에도 많이 분포돼 있는 흰색 찔레꽃Rosa multiflora도 이 올드 로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모던 로즈는 19 ~ 20세기에 걸쳐서 인간에 의해 재배된 새로운 재배종의 장미를 말한다. 그런데 이 재배종들은 누구에 의해 재배가 되었으냐, 혹은 어떤 품종을 섞어 새로운 재배종을 만들었느냐에 따라서 그 이름이 다르다.
1. 잉글리시 로즈 (English Rose)
이 재배종은 영국의 장미 재배사인 데이비드 오스틴(David Austin)에 의해 재배된 장미들이다. 오스틴은 유럽 자생의 장미에 다른 종을 접목시켜 종을 변화시킴으로써 꽃의 색상이 더욱 화려해지고, 꽃이 피는 시기가 길어지도록 만들었다.
2. 하이브리드 티 로즈 (Hybrid Tea Rose)
흔히 ‘피스 로즈’라고 불리는 Rosa ‘Madame A. Meilland’ <출처: (cc) Greg Hume at en.wikipedia.org>
이 재배종은 Rosa perpetuls종과 차 향기가 나서 흔히 ‘Tea rose’라고 불리는 장미 중에 Rosa x odorata종을 접목시켜 탄생한 것으로, 역사적으로는 1867년에 프랑스에서 등장한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1935년 프랑스의 원예사 Francis Meilland이 연노랑색에 가장자리에 핑크빛이 들어가 있는 ‘피스 로즈(Peace rose)’ 를 탄생시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3. 플로리분다 로즈 (Floribunda rose)
Floribunda Diadem종의 장미. 플로리분다 장미군은 수많은 꽃이 피어나고 꽃대를 잘라주면 계속 다시 꽃을 피우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출처: (cc) Huhu Uet at en.wikipedia.org>
이 재배종은 Rosa chinensis와 Rosa multiflora를 접목시켜서 새롭게 탄생시킨 장미 재배군으로, 꽃대를 잘라주면 지속적으로 피어나는 장점이 있고 향기 또한 매우 좋다. 최초의 플로리분다 종은 덴마크의 재배사 Dines Poulsen이 1907년에 발표를 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재배종의 이름이 플로리분다가 된 것은 1930년 미국 최대의 장미 재배 회사였던 잭슨 앤 퍼킨슨 사(Jackson & Perkins)가 J.N. Nicolas 박사가 개발한 장미의 이름에 ‘플로리분다’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이후 이 재배종의 모든 장미를 통칭하게 되었다.
4. 그 외 모던 로즈들
그 외에도 특정 장미를 서로 접목시켜 만들어낸 재배종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모던 로즈로는 폴리안다스(Polyanthas), 미니어처 장미, 필라스(Pillars) 등이 있다.
이상에서 소개한 장미들은 각각의 고유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 특징에 맞춰 향기를 좋아한다면 하이브리드 티군의 장미를, 지속적으로 꽃이 피어나는 것을 즐기고 싶다면 플로리분다 장미군의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Tip point 2 화려한 장미의 대명사, 데이비드 오스틴 장미
데이비드 오스틴의 잉글리시 장미 중 ‘ Mary Rose’ <출처: (cc) Fir0002 at en.wikipedia.org>
데이비드 오스틴(David C.H. Austin, 1926~)은 현존하는 장미 재배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일 듯 하다. 그는 영국 사람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장미 재배를 직접 해왔고, 수많은 접목을 시도해 이른바 ‘잉글리시 로즈’라는 특별 재배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장미는 색상이 다양하고 모양이 아름다우면서 향기가 좋아서 정원 관상용은 물론이고 결혼식이나 특별 행사를 위한 꽃꽂이 장미로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화려한 장미의 즐거움을 즐기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장미를 정원에 활용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혼합 화단(Mixed Border) : 관목형의 장미를 화단의 중앙이나 뒷편에 심으면 다른 초보 식물들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장미전용 화단(Rose bed) : 장미로만 구성된 화단으로 같은 수종을 반복해서 심기도 하지만 관목형과 덩굴형을 혼합식재 하기도 한다. 장미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장미에게 별도의 거름을 듬뿍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리드 티’ 재배종은 특히 전용 장미 화단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 좋다.
화분으로 키우는 장미: 미니어처 장미나 플로리분다 혹은 잉글리시 로즈 재배종의 장미라면 화분 속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
아치(Arch)나 퍼고라(Pergola): 덩굴장미를 잘 이용하면 아름다운 장미 아치와 퍼고라의 구성이 가능하다.
영국 햄프턴코트 팰리스(Hampton Dourt Palace)의 장미정원. 정원정원은 장미라는 단독식물로만 구성된 정원을 말한다.
화분을 이용한 장미정원. 장미는 화분이나 컨테이너에 담겨서 잘 자라주는 식물종이기도 하다.
덩굴장미를 이용하면 수직의 공간연출이 가능하다. 퍼고라와 아치를 이용한 장미 정원.
장미로 잘 구성된 정원을 디자인했다고 하더라도 관리에 실패하면 아름다운 장미 화단이 곧 잡초로 우거지거나 병에 약한 장미가 시들어 죽고 만다. 일반적으로 장미는 죽이기도 힘들지만 아름답게 키우기도 어려운 식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만큼 사후 관리 혹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장미는 무엇보다도 정기적인 전지가 필요하다. 전지는 관목형 장미와 덩굴장미에 따라 약간의 다른 점이 있고, 재배종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장미를 키운 농원에 물어서 장미의 전지 요령을 배우는 것이다. 여기에 실린 장미의 전지방법은 특별한 재배종을 고려하지 않은 전반적인 방식이다.
1) 덩굴장미의 전지 요령
덩굴장미는 위로 뻗어가는 가지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바른 전지를 위해서는 지면 바로 위부터 살펴야 한다. 우선 건강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가지가 있다면 아예 지면에서 바짝 잘라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죽어가는 가지가 살기 위해 쓰는 에너지를 다른 건강한 가지로 보낼 수 있다. 더불어 죽은 가지를 그대로 두면 곰팡이나 병균이 끼게 되기 쉬우므로 발견하는 대로 잘라준다.
덩굴장미의 모든 가지를 다 키우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된 가지가 될 건강한 가지를 한두 줄 혹은 서너 줄 골라서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이 좋다. 더불어 덩굴을 옆으로 붙잡아주면서 키우게 되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꽃을 피우는데 쓰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덩굴장미의 지지대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과감하게 장미의 줄기를 잘라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그대로 놔둘 경우에는 식물이 전체적으로 뒤엉키고 늘어져 아름다운 장미 덩굴을 만들기 힘들어진다.
2) 관목장미의 전지 요령
관목장미도 마찬가지로 지상 위로 뻗은 가지가 손상되었거나 병들어 있다면 잘라주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지면 가까이에서 잘라주어야 원치 않는 잔가지가 지면에 바짝 붙어 새롭게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모든 식물의 전지는 자라는 선이 눈의 바로 위가 좋다. 자를 때는 사선으로 자르는데 그 기울기가 눈의 방향과 반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빗물이 비스듬한 사선을 타고 눈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눈에 빗물이 고이게 되면 썩는 원인이 된다.
또 전지를 할 때 눈의 방향을 눈여겨 봐야 하는데, 눈의 방향이 식물의 안쪽으로 향해 있는 것보다는 바깥쪽으로 향해 있는 눈을 골라서 그 위를 잘라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에는 공간이 생기고 밖으로 탐스럽게 벌어지는 관목장미를 키울 수 있다.
재배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플리로분다, 혹은 하이브리드 티 재배종의 경우는 큰 장미꽃을 맺기 때문에 전지를 깊게 해줘야 한다. 때문에 높이가 20~30 센티미터 정도가 되도록 낮춰 잘라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되면 봄이 되었을 때 눈에서 활발하게 가지가 다시 돋아 탐스러운 꽃과 잎을 피운다.
전지는 원예 분야 중에서도 과학적이면서 체계적인 학습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으로 식물의 수종에 따라, 같은 장미라고 해도 어떤 재배종인지, 형태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여기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아름다운 장미 정원을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전지의 시기
전지의 시기는 일반적으로 이른 봄이 가장 적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들장미와 같이 자생종의 경우에는 꽃이 지고 난 직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재배종의 경우 늦가을에 전지를 하는 것도 가능한데, 어떤 장미를 구입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전지의 시기를 농원에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