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에 남을 실수

[*기린]

평생 기억에 남을 실수

학교행사를 마치고 평소보다 2시간이상 늦게 기차를 탔다.

평소 습관대로 책을 꺼내어 조금씩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재미있어 시간가는줄을 몰랐다.

창밖을 내다보니 전에 볼 수 없던 야간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뿔사! 차는 이미 하차해야 할 역(서대전)을 지나 천안아산역을

달리고 있었다. KTX 열차이기 때문에 서지 않고 달렸다.

광명역까지 가야만 했다. 다시 돌아갈 길이 까마득하게 생각되었다.

광명역에서 다시 서대전으로 가는 KTX열차에 몸을 싣고 피곤함을 달래는 순간 

검표를 하는 여승무원이 티켓을 보자고 했다. 정기승차권을 보이면서 서대전에서

내렸어야 했는데, 실수로  광명역까지 왔다고 하니 믿어주지 않았다.

그런일이 있으면 미리 승무원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야되지 않느냐고 냉정하게 다그쳤다.

증명할 길이 없다고 하며 벌금을 내라고 했다. 학교에 근무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가방을 열어 논문을(숙명여대 최명선 쓴 미술치료 박사학위 논문) 보여주며

이 논문이 너무나 흥미로와 정신을 집중한 나머지 하차해야 할

서대전역을 지나차버렸다고 하며 다시 사정이야기를 했다.

그순간 승무원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무릎을 끓고 앉으면서 볼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쓰더니 나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주변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 벌금내는 시늉이라도 하라는 내용이었다.

지시대로 따라주었다.

참으로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원리원칙으로 본다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고의적인 실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봐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 여승무원은 원리원칙대로 처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갑자기 측은지심이 작용했나보다.

세상을 살다보면 책에서 볼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좋은 판단을 놓칠 때도 있다. 진리는 어느 한 사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둘 다 좋은 것이 진리라고 한다. 정말 고마왔다. 그 여승무원도 흐뭇해하는 표정이었다.

기차에서 내리면서 여승무원의 눈과  마주쳤다.

그 눈빛이 너무나도 아름다와 보였다.  

* 기차에서 시간을 잃어버릴 정도로 흥미롭게 쓴 논문을 소개합니다.

  최명선, "미술치료사의 전문가 되기 여정에 관한 존재론적 탐구"  박사학위논문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상담 및 교육심리전공

   미술치료사 10명을 선발하여  미술치료의 개척사를 인터뷰논증으로 생동감있게 기술한

   감동적인 논문입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쓴 논문이라고 들었습니다.

[芝香]

지혜로운 여승무원님께 박수를 보냅니다...언제어디서나 진리가 통하는 아름다운세상이길 기원합니다...

[三道軒정태수]

저도 그런적이 있습니다
매주 고속열차를 타니 지칫 실수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는 윗도리를 두고 그냥내렸습니다 ㅎㅎ

[彰華]

그 논문이 읽고 싶습니다 미술치료는 마술치료 라는 책을 볼 때 열심히 본 기억이 있고 흥미가 있었던 지라 관심이 많이 갑니다 ^^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책보다 정거장에서 못 내리 던 기억들이 스쳐 가네요 ..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