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
김일연목사
기술도 없이
스무살 고향 친구들
취직자리 찾아
첫차로 달려간 대구
공장만 보이면
우루루 들어가
일자리 있느냐
물어보고
우연히
길모퉁이 박보장기
공동출자 덤볐다가
날려버린 섭이
어묵 하나
라면으로 세끼 떼우고
여관비 없어
공중전화로
고향 친구 만나
다닥다닥 새우잠자던
야곱 돌베개같은 골방
/
시를 쓰다가
40여년 전
고향 친구들과 함께
무작정 대구로
취업하러 갔던
그 꿈을 꾸었습니다
/
이른 봄 매화꽃
김일연목사
맨살로
바들바들 떨며
버티는 겨울
손 시린 가지 마다
하얀 눈 쌓이고
몸살같은 추위
겨울 가뭄에
목이 타지만
눈물 모아
피워 올리는 꽃
드륵드륵
찍어내는 봄
아니다
터질듯 뜨거운 심장
한 땀 한 땀 정성
수작업으로
더디게
피어오르는 봄
/
나이 든다는 것
김일연목사
청지기 맡으면
길을 나설 때
안경을 챙긴다
흰 머리 뽑다
멈춘 것은
오래 전
책상 위
성경책은
어느새 큰 글자
서울 나들이
장거리 운전 부담에
오직 KTX
설교 준비에
한 뼘 가까이 큰 돋보기
손에 들고있다
/
입춘 한파
김일연목사
푸른 함안천
하얀얼음이 덮이고
목련 꽃봉오리
꽁꽁 얼고
얼음 구멍 뚫고
겨울을 낚아올리는
영하12도
칼바람에
향기마저 어는 밤
손이 얼고
발이 얼어도
봄은 눈 덮인 겨울산을 넘고 있다
/
세월 따라
김일연목사
맨발로
아장아장 걸었다
고무신 신고
까만 발자국 찍으며
컸다
교복에
운동화 신고 공부하다가
따그닥 따그닥
멋, 청춘
구두를 신었다
군화 신고
멸공 외치며
총 들고 뛰었다
복음의 신 신고
거친 광야
좁은 길 걷는다
/
동백꽃
김일연목사
새하얀
눈 내리는 겨울에
빨간 꽃을 피우는
동백의 열정
휘잉 휘이잉
세찬 바람 불 때
12센치
작은 동박새
불러들여
동백꿀 먹이고
품에 안고 키우는 겨울동백
/
동백 冬柏
/
봄이 오는 길목
김일연목사
가파른 버꾹재
쉬엄쉬엄 넘어오는 봄
꽁꽁 언
신당골 골짝 녹이고
어림산 겨울잠 자는
오소리 볼에도 따스한
봄빛이 든다
집앞못 숲 돌미나리
잎은 청청한데
겨울 산천
들판을 내달리며
냉이, 꽃다지
개나리, 버들가지
흔들어 깨우고 있다
/
핸드폰
김일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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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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