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버릴 뻔 했던 기사가 눈에 띤다. 지난 5월7일자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전 환경부 직원에게 '금연'을 선언했단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 '지시'를 어기는 직원이 있다면 "지방으로 보내 버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단다. 직원들 또한 지방으로 가기 싫어서 즉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하기 싫어서 어쩔수 없이 담배를 끊겠다고 했단다.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이외의 '지방'은 일종의 '유배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 정권때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헌법소원 판결을 할 때도 이런 인식이 표출됐다. 이는 비상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원광대학교 철학과 김도종 교수는 <동서저널>이라는 잡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고려시대 이후 우리나라에는 지방 자치 개념이 없었을 뿐 아니라 중앙
또 <전북중앙신문> 5월14일자에 게재된 기사는 이런 제목을 달았다. "정부 사실상 지역균형발전 포기, 개발제한구역 해제 도시용지 활용 승인, 비 수고원 죽이는 졸작" 한마디로 지방시민들의 절망적인 자포자기 상황을 꼬집는 제목이다.
"서울이 영원한 중심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한편 김도종 교수는 이에 대해서 지방사람들 스스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에 줄 대어 출세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중앙정부의 '인맥'에 의지해서 밥 한 술 더 얻어먹으려는 변방의식부터 고쳐야 한다. 이런 지방사람의 행태가 나라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서울의 지배자들은 스스로를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변방이라고 생각하고, 또 이제는 중국의 변방이 되려고 한다. 이른바 실용외교라는 그럴싸한 이론을 내세워 알아서 기는것이 우이 정부의 모양새다" (동서저널 6월호)
김 교수는 끝으로 서울이 영원한 중심이라고 믿는 서울사람이나, 지방은 영원한 변방이라고 믿는 지방사람은 동일하게 창조적인 인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의 "지방으로 보내버릴것"이라는 발언이 얼마나 겁이 났으면,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는 '금연'까지 할까. "지방이 어때서?" 라며 담배를 꼬나물고 유유히 부산으로, 또는 대구나 영덕으로 가면 안 되나? 안타깝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향후 지방에 '청와대'가 옮겨가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고, 행정부가 옮기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 같다.
"도대체 지방이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
소설가 이외수는 '지렁이'라는 시에서 단 한 줄로 이렇게 돼 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했습니까" 필자는 "도대체 지방이 뭘 잘못했습니까" 라고 말하고 싶다.
지렁이가 뭘 그리 큰 잘못을 했길래 사람들은 밟고 지나갈까. 그리고 지방이 뭘 그리 잘못했길래 "지방으로 보내버릴까" 라며 협박을 당해야 하나.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예탁결제원, 국민연금공단 등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인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애초 계획과는 달리 본사 건물을 매각하지 않고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언론에서는 사실상 껍데기만 옮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뿌리 깊은 '지방거부'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서울'은 본사요 '지방'은 좌천이라는 선입관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필자에게 몇 년 전 돌아가신 형님이 한 분 있었다. 서울에서 사업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살던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가려한다고 했다. 가격을 알아보니 서울에서 전세로 들어갈 정도면 지방에서는 더 큰 평수의 아파트 매매도 가능하다. 그러나 형님은 반대했다. 첫째 이유가 '자녀교육'때문이었고, 둘째는 그래도 서울이 '돈'이 잘 돈단다. 사업하는 사람이 그렇다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어촌마을에서 태어나 서울로 가서 결혼하고 사업을 하던 형님이었으니 쉽게 결단을 내리기도 어려웠을법하다.
그런데 그 형님이 돌아가시기 몇 년 전 부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었다고 한다. "고향에 가고싶다"는 것. 그 당시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병이 걸려 있었지만, 그런 몸을 안고도 쉽게 지방으로 올 수 없었던 처지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국 서울에서의 피나는 생존경쟁에서 실패한 결과는 '죽음'이었다.
이처럼 서울에서 살아내는것이 쉽지 않지만, 왜 서울을 떠날 수 없을까. 그리고 지방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중앙정부는 말끝마다 "지방발령"을 협박으로 사용하는걸까. 지방이 도대체 서울에게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수도 서울이 만들어진 이후 줄곧 지방은 불평등에 희생됐고, 서울에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단지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천혜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한 죄 밖에 더 있나.
전쟁이 터지면 서울사람들, 결국 또 지방으로 도망쳐 올 것 아닌가. 그러니 말끝마다 "지방으로 확 보내버린다"는 망발을 제발 멈추라. |
출처: 달봉애비의 세상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진민용
첫댓글 사람은 특히 정치인은 백년대계를 보는 심정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넓게 깊게 높이 생각하면서 말을 해야 하는데 사려 깊지 못한 대화입니다. 더구나 행동도 마찬가지 이구요!
우리 친구들도 가능한 긍적적이고 편하게 유모있게 대화하여 우정을 영원히 누립시다!
우리나라는 지도층에 있는 정치인과 관료부터 개혁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만우당님 화이팅.
자본주의 본질이 무엔가? 돈이다. 돈이 있는곳에 사람이 꾄다. 생선이 있는곳에 날빠리가 달려들듯이. 꿀단지 그것을 어디에 두는가? 부자집 살강인가? 없는집 부뚜막인가? 지방은 옛부터 귀양지요. 착취의 대상이었다. 지금사람들은 정감록도 읽어보지 안했나 보다. 촌에는 으레 외갓집이 있다. 외갓집은 촌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정서에 맞다. 소설이 그러하고, 있는자들의 행동이 그러하니. 딸만 가진 나에게는 천만다행이다. 외손주한테 외갓집의 추억을 촌의 생각과 흙을 알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니. 서러워 말라. 당신의 손자가 아토피에 안걸린 것으로 위안을 삼아라. 울화증은 이러나 저러나 풍끼만 더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