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141
범망계본043
동봉
삼보에 귀경하다歸敬三寶(1)
노사나불 부처님과 시방금강 부처님께
한마음을 다기울여 귀의공경 하사옵고
또한앞의 논주이신 당각여래 자씨존께
두손모아 마음모아 삼가예배 하나이다
내가이제 보살승의 삼취정계 설하나니
이자리의 보살들은 다들함께 경청하라
부처님의 대승계는 밝고밝은 등불이라
길고긴밤 어둠들을 말끔하게 소멸하며
부처님의 대승계는 으뜸보배 거울이라
법의실상 하나하나 선명하게 비춰주며
부처님의 대승계는 마니주와 같은지라
누리가득 베풀어서 가난구제 하느니라
고해바다 훌쩍건너 속히성불 하는데는
애오라지 대승계가 무엇보다 으뜸이니
그러므로 권하나니 일체모든 보살들은
부지런히 닦고닦아 고이간직 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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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여러 번 얘기하였듯이
노사나불은 둥글圓고 꽉 찬滿 부처이시고
보답報으로 나투시는 몸身이십니다
'둥글고 꽉 찬'이라 했는데
어떤 모습을 일컬어 '둥글다'하고
어떤 상태를 '꽉 찼다'고 하겠는지요?
둥글다는 것은 모나지 않음이며
서로 조화를 이룸이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그 자체입니다
서클circle이며 또한 사이클cycle입니다
'보답報으로 나투는 몸身'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요?
공간적으로 한량없無量는 광명光과 함께
시간적으로 한량없無量는 목숨壽을 지닌
아미타불이 대표적 보신불이지만
그러나 그리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일 아미타불이 보신불의 상징이라면
노사나불은 어떤 부처님이실까요
노사나불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신불의 보통명사이겠네요
아! 어떻게 제대로 짚었다고요?
맞습니다
노사나불은 고유명사라기 보다
보신불에게 따라 붙는 보통명사입니다
법신 비로자나불과 같이 쓰이기도 하지요
자,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가령 피겨여왕 김연아를 보면 어떻습니까
그녀가 피겨여왕이라는 선입견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선입견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녀에게서는 피겨여왕이 느껴집니다
'박지성'이라 하면 축구를 떠올리고
'허재'하면 농구를 떠올리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허재가 축구장을 누빈 적이 없듯
박지성이 농구장을 누빈 적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농구하는 허재를 보았고
축구하는 박지성을 본 기억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듣는 말이
박지성은 국가대표팀 축구 선수였고
허재는 우리나라 농구 국가대표였지요
실제가 때로 소문을 만들어내고
소문이 사실을 더욱 사실화시킵니다
이처럼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세종대왕' 하면 한글을 떠올리고
'한글' 하면 세종대왕을 떠올리는 것처럼
반복된 언어는 사실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10,000원권 지폐에 오른
세종대왕 모습을 보며 세종을 느낍니다
이처럼 '아미타불' 하면 보신을 느끼듯
노사나불 하면 바로 '보신'을 떠올립니다
그것도 '원만보신'을 붙여 노사나불입니다
하여 노사나불은 보신불의 보통명사입니다
보신의 보報는 이미지의 축적입니다
지장보살 하면 원력이 떠오르고
문수보살 하면 지혜가 떠오르고
관세음보살 하면 자비가 떠오르고
약사여래 하면 손에 든 약단지가 떠오르고
아미타불 하면 48가지 원이 떠오릅니다
이처럼 노사나불 하면 보신이 떠오릅니다
으레 '원만보신'을 앞에 붙여 말입니다
청정법신 하면 비로자나불이 떠오르고
천백억화신 하면 서가모니불이 떠오르듯
원만보신 하면 으레 노사나불입니다
쌓아온 기능의 이미지가 곧 보신입니다
쌓아온 명성이 그의 이미지입니다
천하장사 '이만기'를 아는 이들은
그에게서 결코 바둑을 연상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기사 이세돌에게서
요리사를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하여 보신이란 축적報된 이미지身입니다
그래서 얘기합니다만 노사나불은
비로자나불일 수도 있고
서가모니불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가 지닌 고유명사를 붙여 놓았습니다
시방十方 금강불金剛佛도 마찬가지여서
'곤지암 우리절'처럼 그냥 고유명사이거나
내가 다니는 '우리절'처럼 보통명사입니다
금강처럼 심지가 굳은 마음 부처님이지요
이 또한 오랜 세월 축적된 이미지지요
수염 기른 스님 하면 동봉東峰이고
'동봉' 하면 사명대사가 떠오르곤 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분이 예수님 한 분일까요
역사 속에 십자가를 진 분은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자가를 생각하면
으레 예수님이 떠오르듯 금강불도 마찬가지입니다
당각여래當覺如來의 당각當覺이란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는 '당장當場'처럼 방금 깨친 분이고
둘째는 미래當에 깨달을覺 부처님입니다
'자씨 미륵'은 미래불未來佛입니다
한데 미래불을 '당각'이라 표기한 것입니다
당각當覺은 희망불希望佛입니다
다가오지 않은 세계는 설렘이고 두려움이지요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기에 설렘이고
모르는 세상이기에 두려운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미륵보살彌勒菩薩은
서가모니불의 가르침을 받아 수행하다가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예언을 받고
목숨을 마친 후 도솔천에 태어나
현재 거기서 수행중인 보살이라 합니다
경전에서는 서가모니 부처님 입멸 후
오랜 세월이 지나 이 세상에 내려와
화림원華林園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하여 미륵불이 된다고 합니다
미륵은 마이트레야maitreya입니다
미륵부처님 세계가 되면
인간의 평균 수명은 8만 세가 됩니다
당시 세상에는 약 300억 인구가 삽니다
참으로 엄청나지 않습니까
화림원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며
3회 걸친 설법으로 중생들을 건지는데
첫 법회에서 96억 명을
버금 법회에서 94억 명을
마지막 법회에서 96억 명이 깨달음을 얻어
총 286억 명을 교화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일컬어 '용화삼회설법'이라 하지요
이들을 모두 교화하는 법회 횟수는
3회설법이지만 오랜 시간을 요합니다
서가모니 부처님의 교화에서 누락된
그 모든 중생들을 다 제도하는 데
자그마치 6만 년의 시간을 요하니까요
용화회상 교화가 끝난 뒤 열반에 드시는데
서가모니 부처님 업적을 돕는다는 뜻에서
보처존補處尊 미륵불이라 하지요
또는 자씨보살慈氏菩薩이라 하는데
현겁賢劫 천불 중 다섯번 째 부처님입니다
자씨는 사랑으로 똘똘 뭉쳤다는 뜻입니다
미륵이라 하면 돌부처가 떠오릅니다
동네 어귀나 뜨락이나 할 것 없이
쉽게 볼 수 있는 돌부처 미륵보살입니다
미륵은 도솔천 내원궁에서 대기중이라는데
알고보면 도솔천 내원궁이 사바세계지요
동네 어귀나 뜨락이 다 도솔천입니다
나는 곤지암 우리절에 미륵을 모셨는데
2층 법당과 서재 냉장고 위
2층 다실 선창에도 있고
심지어 관음전 창고에도 모셔져 있습니다
앞으로 첨단과학의 발달로
욕계 제4천 도솔천 내원궁에서 지구까지
단숨에 올 수 있다 하더라도
미리 와 중생들의 삶을 살펴보는 일은
장차 중생교화를 담당한 자씨미륵보살의
중생 사랑이며 배려일지 모릅니다
하여 서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하시자
무불시대無佛時代를 대비하여
곧바로 도솔천을 떠나 여기 오신 것입니다
그것도 수천 억의 분신分身으로서요
이는 마치《지장보살본원경》둘째 품인
분신집회품의 지장보살 분신과 같습니다
경전에 따르면 도솔천의 하루는
사바세계의 4천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곧 1/4000×365=1,460,000이니
지구시간에 비해 146만 배 더디 가는 곳
천체물리학 입장에서 꼽아볼 때
도솔천은 상당히 먼 우주 어디일 것입니다
마야부인이 머무는 욕계 제2천 도리천도
해발 84,000유순由旬이나 되는
수미산 정상에 있다고 하는데
욕계 제4천 도솔천은 상상 밖 먼 곳입니다
그런데 이 도솔천이 지구에 있습니다
시골 동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돌하르방 모습이고
깊은 산 절벽에는 마애불 모습으로 나투고
장독대 한 켠에 발효신이 되어 있어
우리 사는 세상이 그대로 도솔천입니다
여기도 도솔천이고
저기도 도솔천이다
어제도 도솔 향취 그윽했는데
오늘도 도솔 내음이 그윽하다
내일도 도솔 정취가 함께하겠지
미륵 머무는 곳이 도솔이다
미륵이 부처며 사람이다
사람과 부처가 함께 하는 곳이다
바로 지금 여기 떠나 도솔천이 있을까
02/27/2018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