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편지 45신]'여행자의 도시' 담양潭陽을 아시지요?
고웁게 나이 들어가시는 처형과 형님께.
살다 보니 두 분에게 이런 편지를 쓰는 날도 있습니다.
어제의 담양潭陽 힐링여행 감흥感興이 못내 겨운 덕분입니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메타 세쿼이아길, 관방제림官防堤林,
죽녹원竹綠苑 그리고 ‘보자기’맛집.
한마디로 너무 좋았습니다. 틀림없이 아내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제 일상에 ‘늘 좋았다’는 말이 따라다닌 듯한 해피한 날이었습니다.
1년을 넘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코로나 블루’로
우글쭈글한 일상의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것같았구요.
우리 나이(아내도 올해 회갑이 되었으니) 60대와
처형과 형님 70대 중반 나이에 걷기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고 하지요.
관방제림은 한자 그대로 해마다 넘치는 담양천의 수해水害를 막고자
‘관官에서 막은防 둑숲堤林’이지요.
조선조 인조임금때 처음 시작하여
철종임금 때에 1,2km에 걸쳐 대대적으로 제방과 숲을 정비했다지요.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아람드리 거목으로 자란 대표적인 낙엽활엽수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 320여 그루의 위용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담양의 군민들은 지근거리에서 늘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큰 복일까요?
옛 사람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자랑스런 자연유산인 경우이겠지요.
아내를 비롯해 세 분이 앞서 걷는데, 뒤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형님, 최근 느낀 아름다운 광경 두 가지가 뭔지 말씀드릴 게요.
설명절 연휴 동안 아내와 며느리가 음식을 만들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데 내용은 모르지만
어찌나 그리 아름답고 좋게 보이던지요.
그리고 어제 자매끼리 숲을 거닐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둑숲이 끝나자 죽녹원이 나타나더군요.
대숲바람소리에 딱 어울리는 단어는 ‘서걱이다’입니다.
하여, 2007년 펴낸 가족문집 제목을 ‘대숲 바람소리’로 했었지요.
아버지가 어릴 적 듣고 자란 집 뒤 대나무밭
대숲의 바람소리도 역시 서걱거렸겠지요.
대번에 청량淸凉, 청신淸新이라는 단어만 생각나더군요.
반신욕, 온천욕은 들어봤어도 ‘죽림욕竹林浴’은 또 처음 들었어요.
죽로차竹露茶라는 것도 있더군요.
여름철엔 대나무 피톤치드가 편백나무의 두 배라는 것도요.
무더위에 피서避暑산책으로는 제격일 듯합니다.
왕대, 맹종죽, 솜대 등이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빽빽이’를 넘어선
울울창창鬱鬱蒼蒼, 30만여평에 펼쳐진 대숲 정원은 정말 장관이더군요.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독보전인 경지를 개척한
‘이이남 미술관’의 작품들도 마냥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세계적인 명화 ‘모나리자’나 ‘별헤는 밤’ 등에 첨단 애니메이션을 접목시킬 시도를 했을까요?
서울 역삼동에 선보여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는
대형 전광판의 ‘쓰나미 동영상’이 떠오르더군요.
아마도 그림과 디지털이 만나고, 사람과 자연이 교감하는 미술관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더이다.
메타 세쿼이아길은 또 어떻구요.
순창과 담양을 잇는 전국 제일의 가로수길,
메타 세쿼이아 숲이 만들어놓은 터널.
거대한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산타 축제’를 벌이는 모양이지요.
길을 걷는데 ‘관람료’를 받는 곳은 이곳이 유일할 듯합니다.
봄의 신록, 여름읜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백설
사계절 두루두루 볼만하고 걷고 싶은 길임엔 틀림없겠지요.
트레킹도, 힐링도, 커피도 좋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세상에 없을 맛집을 자주 찾는다지요.
담양읍내에서 40여리 떨어진 곰보배추 우렁된장쌈밥집 ‘보자기’.
때도 훨씬 지난 오후 2시, 이 코로나시국에 번호표를 받아 기다려야 한다니?
식당앞 정자에는 토요일마다 섹스폰공연을 한다지요.
기다리면서 음악 감상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곰보배추의 알싸한 맛, 최근 제 뒷밭에 심기를 잘했습니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완전 환상. 환타스틱fantastic!
방송 출연을 절대 사양한 이 식당은 ‘미슐린 평가’를 받아도
부족함이 없을 듯 ‘완전 맛집’이었습니다.
편지글 첫머리에 ‘고웁게 나이 들어가시는’라고 했지요.
처형과 형님을 뵐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아하게 늙어가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연금생활자로서 우아하게 늙어가는지요?
처형은 평생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형님은 국립대 교직원으로 일하시고 정년퇴직한 후
처형은 플루트를, 형님은 다육식물을 기르는 등
소박한 취미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 부부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야 할텐데’
괜한 걱정까지 지레 들기까지 했습니다.
자주 어울리며 그 ‘노하루’를 배워야겠습니다. 하하.
딱 한 가지 부족한 것은,
잘난 아들과 딸이 모두 미국에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거의 날마다 무료 페이스톡으로 통화를 하고 있으니
무슨 걱정인가요?
명문 대학병원에서, 세계적인 기업에서 활약하는 아들과 딸
들이 있으니 부러움이 두 배입니다그려.
이 편지를 쓰기 전에 제 기상시간이 12시 37분이더군요.
새벽잠이 없어도 이 정도면 거의 병적인 수준입니다.
하여 유튜브에서 ‘미스트롯’최종 진출 7명의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빚어놓은 듯
예쁘고 노래들을 잘할까요?
젊음은, 청춘은 정말 좋은 것이지요.
그중에서도 아홉 살 김태연의 ‘아버지의 강’과
열두 살 김다현의 ‘어머니’는 소름이 쫘악 돋을 정도로 괴기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안들어보셨으면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엔 어찌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많은지요.
김의영의 ‘물레방아 도는데’ 흥이 넘치는 홍지윤의 ‘망부석’
은가은의 ‘애모’ 제주도 아줌마 양지은의 ‘붓’
별사랑의 ‘공’이 지금도 귓전을 때립니다.
참, 재미나고 살맛나는 세상입니다.
유독 정치政治만 후진국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사류四流’을 맴돌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처형과 형님,
이 꼭두새벽, 두 분의 건안建安을 기원하며
장황한 편지 줄입니다.
3월 7일 오전 3시 22분
제낭弟郞이자 아랫동서 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