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발이 혹 요셉의 무죄함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의 아내와 요셉을 방관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단지 요셉을 감옥에 가둬 그가 더 이상 자기의 집 안에 있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태를 수습한 것 같다. 그는 평소에 요셉의 처신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감옥의 관리에게 선처를 부탁했을 수도 있다. 여기서 요셉이 보디발의 아내를 거절한 이유를 한번 추리해 보자. 거절의 이유는 주인 보디발에 대한 신의를 지켜야 하고, 하나님 앞에서 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 첫 번째, 두 번째의 이유가 성서에 토대를 둔 것이지만, 이를 프로이드 식으로 보자면, 이 두 가지는 사회적이고 종교적인 규범에 입각한 ‘초자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의 나머지 다섯 개 이유는 요셉의 깊은 무의식의 영역에 속한다. 이를 차례대로 살펴보자. 세 번째는 요셉의 남성성에 대한 공격에서 오는 거부감의 표현이다. 이 시대만 해도 남녀 간의 구애의 과정에서 보통 남성이 주도권을 갖는 것이 상례지만, 보디발의 아내는 자신이 마치 남성인 양 요셉에게 “구애의 적극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요셉은 수동적 역할로 뒤처지고, 이것은 요셉의 자존심을 건드릴 뿐만 아니라, 마치 동성애를 연상시킴으로써 요셉으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때문에 네 번째의 거절 이유는 세 번째와도 연결되는데, 네 번째의 이유는 그녀가 스핑크스를 연상시키는 섬뜩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은 스핑크스의 형상, 즉 공포의 여성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그녀는 이집트의 노쇠함을 상징한다. 따라서 세 번째와 네 번째의 이유는 서로 맞물려 있고, 요셉은 그녀에게서 표출되는 공포의 이미지에 두려워한다. 이것은 이집트에 대한 요셉의 오랜 선입견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선입견은 아버지 야곱으로부터 이어진 것이며, 바로 이것이 요셉이 그녀를 거부한 다섯 번째 이유이다. 야곱은 이집트를 "하갈의 나라, 원숭이와 같은 이집트의 나라" 라 부르며, 이집트가 인간이 사는 나라가 아닌, ‘동물의 나라’이자 ‘이교도적인 비도덕성’이 난무하는 곳이라 혐오한다. 요셉은 어린 시절부터 이집트가 ‘도덕적 으로 타락한 나라’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집트에서 생활하면서 내심 아버지의 비판을 거부한다. 그러나 자신을 유혹하는 그녀 앞에서 이집트가 도덕적으로 추락해 있으며, 아버지의 판단이 옳은 것임을 알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요셉이 그녀를 거절하게 된 여섯 번째 이유가 등장한다. 요셉에게 비춰진 그녀의 이미지는 곧 “지옥과의 동맹”을 상징한다. 이것은 곧 그녀로 상징되는 이집트의 문화가 “죽음과 죽은 자에 대한 숭배”이자 “바알의 매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옥과의 동맹’에 가담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금지명령을 어긴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죄를 짓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죄가 무엇인지 분별하는 능력은 아브라함의 부족 이래 대대로 계승된 “하나님의 이성이자 정신”을 나타낸다. 따라서 마지막 일곱 번째 이유는 요셉이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발가벗김”을 당하고, 결국 조상 대대로 이어 온 여호와의 이성과 정신의 모든 것을 잃는다는 두려움과 연관되고 있다. 그녀의 불행은 요셉이 그녀의 구애에서 죽음과 음탕함이 뒤섞인 유혹, 즉 지옥의 유혹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거기에 진다는 것은 발가벗김을 당해 모든 게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요셉이 그녀를 거부한 일곱 번째 이유는, 그녀의 구애에서 죽음과 음탕함이 뒤 섞인 악마의 시험, 즉 지옥의 유혹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유혹에 진다는 것은 곧 ‘발가벗김’을 당해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