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3년 걸린다고? ‘당일 이혼’을 허하라!
미국 아칸소주에선 이혼하려면 3년 정도 걸리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하루에 당사자간 합의로 끝나
이혼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서로 맘이 맞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린 두 사람이 삶의 모든 요소를 어떻게 나눌지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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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이 어떻게든 결혼할 권리를 획득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혼할 권리를 얻으려고 투쟁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유리한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근년 들어 분명 이혼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최근 미국의 십여 개 주에서 이혼을 더 어렵게 만드는 법안을 도입했다.
예컨대 오클라호마주의 새 법안에선 자녀를 둔 부부가 이혼하려면 자녀양육 강좌를 수강해야 한다. 애리조나와 유타주는 지난 3년 사이 의무 상담과정이나 이혼 숙려기간 연장 법안을 통과시켰다. 매사추세츠주에서 이혼하려는데 19세가 안된 자녀가 있다고? 그렇다면 6시간짜리 자녀양육 과정을 들어야 한다. 아칸소주에선 이혼절차의 일반적인 처리기간이 540일에 달한다. 그리고 18개월의 별거기간을 가져야 이혼서류를 접수할 수 있다. 아칸소주에서 이혼하려면 신청 후 모두 끝날 때까지 3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메릴랜드·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주도 별로 빠르지 않다. 각각 이혼신청 전에 1년 간의 별거 또는 숙려기간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자녀양육 강좌와 이혼 대기기간은 감정이 격해진 상황을 완화하고 그 영향을 받는 자녀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일부 변호사와 판사들이 주장한다. 그러나 자녀양육 강좌의 의무 수강은 다소 모욕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사람들의 판단을 더 존중해줘야 한다”고 뉴저지주의 이혼 변호사 배리 Z 와인버거가 말했다. 마치 입법자들이 부부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격이라고 냉소적으로 덧붙였다. “지옥 같은 생활을 한다는 말은 이해하지만 먼저 정말로 그런지 우리가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이혼을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법들의 배후에는 많은 지지자가 있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바로 그 단체와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이번에는 ‘이혼 방지’를 또 다른 가족의 가치 이슈로 삼아 힘을 모으고 있다. 정치인 미셸 바크먼, 릭 페리, 릭 샌토럼 등이 문제의 ‘결혼서약(Marriage Vow)’ 문서에 서명했다. 보수단체 ‘패밀리 리더(Family Leader)’가 2011년 작성한 문서다. 그 서약은 “복지·조세정책, 그리고 혼인·이혼법의 비경제적이고 반가정적 측면의 즉각적인 개혁, 그리고 ‘즉석 이혼’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2의 기회’나 ‘냉각’ 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뉴욕주의 매튜 라이셔 변호사는 그 새 법들을 지지하며 이혼을 더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혼하기가 더 힘들고 번거롭게 만들어 결혼할 때 더 심사숙고해 현명하게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당일 이혼 비용 435달러가 전부
미국의 유수한 이혼 칼럼니스트 콜린 쉬히 오미는 그 법들을 탓하지 않는다. 그보다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악감정이나 탐욕 때문에 절차를 지연시킨다는 생각이다. “이해가 충돌하는 이혼이 법률 시스템을 옭아맨다고 본다. 그처럼 추한 소송에선 이혼이 사실상 말하자면 ‘합법화된 괴롭힘(legalized bullying)’이나 다름없다. 고양이 같은 배우자가 쥐를 갖고 노는 격이다.”
이혼은 통상적으로 많은 감정을 끓어오르게 한다. 그리고 곧 갈라서려는 부부 사이가 좋다 하더라도 항상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사안이다. “이혼은 아마도 법 중에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두려움·분노·고통 등 인간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감정을 더 많이 불러일으킨다”고 사우스 플로리다주의 가족법 전문인 피터 글래드스톤 변호사가 말했다.
그것이 이혼의 근본적인 문제다. 서로 맘이 맞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린 두 사람이 이번에는 돈·자산·자녀 등 삶의 모든 요소를 사이좋게 나눠 가져야 한다. 그러니 처절한 싸움이 벌어질 만도 하다. 그런 까닭에 오클라호마·유타·애리조나주의 새 법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 법들은 감정이 부딪히는 시나리오를 매끄럽게 이끌어나가려 노력하기는커녕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국회의원과 지지 운동가들은 이혼 숙려기간과 자녀양육 강좌가 가족에 유익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하지만 실제론 불행한 두 사람이 더 오래 붙어 지내도록 강제할 뿐이다.
희소식도 있다. 모든 국회의원과 주 정부가 이혼을 막으려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당일 이혼(One Day Divorce)’이라는 시범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부부가 이혼을 신속하고 값싸며 무엇보다도 당사자간 합의로 마무리 짓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래컴 칼슨 변호사에 따르면 이해가 충돌하는 이혼 비용은 1만5000달러 선이다. “그것도 배우자 한쪽의 비용”이다. 새크라멘토에서 ‘당일 이혼’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인당 435달러의 접수비용이 전부다.
그 프로그램은 2년 동안 새크라멘토에서 효과적으로 운영돼 왔다. “이혼 법원에선 부정적인 소동이 비일비재한 반면 ‘당일 이혼’의 당사자들은 대체로 미소를 잃지 않고 기쁜 감정이 흘러넘친다. 자원봉사 변호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까지 할 정도다. 갈라서게 되는 전 배우자와도 똑같이 한다.” 새크라멘토 법원에서 가족법 문제를 담당하는 제임스 마이즈 판사의 말이다.
쌍방간 합의로 이혼이 이뤄지면 모든 관계 당사자에게 이익이다. 법원도 이혼 당사자들만큼이나 그런 결과를 원한다. 그래야 정말로 사법적 개입이 필요한 재판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부는 빨리 절차를 끝내고 새출발을 원한다.
이혼을 쉽게 만들려 노력하는 주체는 주 정부뿐이 아니다. ‘웹 이혼 준비(Web Divorce Prep)’는 온라인 이혼 문서작성·기록보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배우자간에 감정적 충돌 없이 커뮤니케이션하도록 유도하고 법적 절차를 단순화해 시간을 절약해준다. 이용자들은 이 앱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녀 양육과 행사 일정, 부양수당과 자녀 양육비, 환급 가능한 자금을 확인할 수 있다. 앱은 또한 법률 문서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서 이혼 절차를 간소화한다.
리조트에 머물며 이혼 절차 밟기도
그 밖에 ‘이혼 리조트(Divorce Resort)’도 있다. 이름 그대로다. 근사한 리조트에서 중재와 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 창업자 대릴 와인먼은 17년 동안 이혼 변호사로 일해 왔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혼하는 부부들의 비용을 줄여주고 그 과정을 좀더 유쾌하게 만들기를 희망한다. 주말 이틀 간의 총비용은 숙박료를 포함해 1만 달러다. 갈라서는 배우자들은 별도의 객실에 머물며 중재 과정 내내 일절 접촉하지 않는다. 며칠 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서류와 자신들이 정한 이혼 집행 일정표를 손에 들고 주말 여행지를 나선다. 가족과 자녀양육을 전문으로 하는 임상 심리학자인 바버라 그린버그 박사는 이 방식의 팬이다. “이 길고 인생을 바꿔놓는 과정에 따른 스트레스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대단히 훌륭할 뿐 아니라 모든 관계 당사자의 정서적·육체적 행복을 지켜줄지도 모른다”고 그녀가 말했다.
타라 아이젠하드는 자칭 ‘이혼 전도사’다. 그녀는 2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최근 이혼했다. 장소는 대기기간이 90일인 펜실베이니아주였다. “내가 변호사를 고용해 서류를 접수하기도 전에 전 남편과 재산을 분배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간단하고 적은 비용으로 이혼했다. 몇 개월, 몇 차례의 전화, 몇 번의 서명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트레이시 해링턴 맥코이 뉴스위크 기자,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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