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이 출근 한 뒤에야 일어난 채원은 자신을 살피던 간호사에게 부탁해 링겔을 빼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 날밤..그저 정신없이 화를 내느라 보지 못했던 그의 집은 지난번 처음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한 없이 넓어 집이 텅텅빈 것만 같아 외로워 보였다.
꼭 필요한 가구들과 전자 제품만 놓여진 거실과
뭐하나 부족한것 없이 갖춘 부엌은 깨끗하게 정리 되어 있었다.
그리고 긴 복도식으로 이루어진 전시실엔 여러개의 방문들과
엔틱 가구들로 인테리어가 되어
거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100평 가까이 되어 보이는 집에서 그 혼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외로울까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 열려진 문 틈에서 걸음을 멈췄다.
조심스레 열고 들어간 방은 서재로 보였다.
사무실과는 다르게 마호가니 책상과 가구들로 이루어진 인테리어는
그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조금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열장 가득 원서로 이루어진 책들과 서류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작은 액자들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그 속에 환희 웃고 있는 아름다운 한 여자도..
"앗~!"
발 바닥에 뭔가가 파고드는 아픔이 느껴져 보자 유리 파편이 박혀 피가 나고 있었다.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 보니 유리컵이 깨져 굴러다니고 있었다.
피가나는 발을 무시한체 굴러다니는 잔과 파편들을 모아 치운 뒤
서재를 나섰다.
"이런..내가 치우면 될 것을..."
유리잔을 어디에 버려야 할지 몰라 부엌으로 오니 도우미 아주머니가
자신이 들고 있는 유리 잔을 비닐에 넣으며..
"이런건 이비서님이 안해도 되니 들어가서 쉬어요...뭐 먹고 싶은거 있음 말하고요.."
"...네.."
대답을 하고는 부엌에서 나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온통 하얀색인 가구들과 연노랑색 벽지....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들....
예전 자신의 방을 보는 듯했다.
엄마와 함께 대학 입학 후 새로 방을 꾸미며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기억에...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엄마...."
자신의 침대 머리 맡에 놓인 협탁에 놓여진 액자를 보면서...
가슴에 꼭 안아보지만..그리움만 더해간다.
간호사는 더 맞아야 한다며 권하지만
괜찮다며 거절한 채원은 링겔 바늘을 빼달라며 부탁하고 있었다.
"더 맞지 그래...빨리 일하고 싶다면..."
언제 들어온 건지 두 사람을 지켜 보던 정혁은 간호사의 편을 들며 맞으라 말한다.
"괜찮습니다...내일부터라도 당장 출근 할 수 있습니다."
"아쉽군 내일은 일요일이라서 말이야...."
"....아..."
얼마나 시간이 흐른건지도 모르는 자신을 생각하며
얼마나 그가 불편했을 까 다시한 번 생각해 본다.
"이제 그만 와도 될껏 같군요..오박사님껜 내가 따로 말씀 드릴테니 가보세요.."
정중히 인사하고 나서는 간호사를 보고는 정혁은
"이제 적응이 좀 됐나?!"
문에 기대 그녀에게 묻는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안 하는 군..."
채원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정혁은 인상을 썼지만 그런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원은
그저 침대에 앉아 있을 뿐이다.
"이거 제주 리조트 최종 도안이니 심심하면 살펴보도록 하지..
그리고 이건 엘리베이터와 집 키 번호니 외우도록..."
도안과 메모지를 침대위에 내려 놓고는 방을 나가자
채원은 도안과 메모지를 번갈아 보더니 자리에서 나와 욕실로 향했다.
방에 딸린 욕실이라 작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파랑,녹새,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작은 네모 타일과
하얀 욕조와 세면대 들은 시원해 보여 그녀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런 욕조에 물을 채우고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원은 아파서 말라버린 자신의 몸과
파란 멍으로 가득한 손목들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강해지기로 하구선..이채원 바보.."
"준비 됐나요?!"
"네...전복 죽으로 준비했습니다.."
다이닝 룸에 들어서자 마자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묻고는 식탁에 앉았다.
그녀를 위해 준비한 전복죽의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을 채우자
자신의 앞에 놓여진 푸짐한 밥상이 맛 없어 보였다.
아주머니가 죽을 들고 그녀의 방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수저를 들어 한 숟갈 떠보지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이러다 자신도 병들꺼라는 세명의 말이 떠올랐지만 쉽사리 손이 가질 않는다.
"왜 그래요?!"
쟁반을 도로 들고 나오는 아주머니를 보자 정혁은 왜 그러냐며 물었다.
"나와서 드신다고...."
아주머니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가 다이닝 룸에 들어섰다.
막 샤워를 마쳤는지 젖은 머리를 늘어 트리고는
나온 그녀의 모습은 화장했을 때와는 다르게 청순해 보였다.
"잘 먹겠습니다..."
아주머니에게 웃으며 인사를 한 뒤 수저를 드는 그녀의 손을 지켜 보던 정혁은
이내 자신도 수저를 들었다.
"내일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편한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는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 거실에서 신문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다녀 오겠습니다..늦지 않을 꺼예요..."
"차 준비 시켜 놨으니 타고 가도록 해..."
"아닙니다 운전 하고 가면...."
"타고가라면 그러도록 해.."
신문을 내려 놓고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는 정혁을 보며
한숨을 짧게 내 쉬고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채원은
로비에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그의 벤츠에 올랐다.
"이비서님 어디로 모실까요?!"
"분당에 있는...."
기사에게 부탁을 하고는 차 시트 깊숙이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지난 일주일간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자신의 처지와 닥쳐진 빚들..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지훈과 그의 약혼녀..
그리고 정혁...
그 많은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마침표를 찍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침표를 마지막으로 찍을 곳으로 지금 향하고 있다.
백합 한송이와 담배 한갑을 조심스레 내려 놓고는 사진을 어루 만져 본다.
"엄마 아빠 나 왔어..많이 걱정했지?!
나 이제 안 아프니깐 넘 걱정마..오빠도 잘 지낸데 공부하느라 정신 없나봐....
난 회사 다니면서 일도 배우고 제주도 리조트 건도 잠깐이지만 맞아서 하고 있어..
아빠가 이런 내 모습 보면 많이 대견해 할텐데..
아빠?! 나 잘하지?! 칭찬 많이 해줘....
엄마....아빠한테 나 잘 할테니깐 걱정말라고 해.
엄만 나 믿지?! 이제 일도 열심히 하고 학교도 졸업하고 나면
아무런 걱정도 없을 꺼야..오빠가 law 스쿨 졸업하면 나 먹여 살릴 텐데 뭐..
오빠 짝도 내가 잘 골라 장가 보낼께..그러니 아무런 걱정 말고 쉬어.."
그렇게 한 시간 내내 혼자 대화를 하던 그녀의 얼굴엔 한결 가벼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마음도 머리도 그렇게 정리하고 비운 채원은 부모님 앞에서 굳은 다짐과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울지도 않고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꺼야~아빠 딸이잖아~
기대해..아빠~아빠 딸이 실력 발휘해서 성공할 테니깐..."
눈물이 촉촉히 그녀의 눈동자를 적셔 왔지만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다.
환하고 맑고 씩씩하게 웃은 뒤 그녀는 납골당을 나와
이제부터 자신이 살아갈 강한 채원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 정혁의 집으로 향했다.
"알았어요..."
기사의 전화에 정혁은 마음을 놓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그녀의 향기가 그에게 전해져 왔다.
작은 액자 속에서 한 없이 맑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
화장대 위에 놓여진 그녀의 화장품과 향수에서 짙은 그녀의 향기를 느끼며
조심스레 그녀의 화장대 서랍을 열자 작은 다이어리와 그녀의 악세서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자주 듣는 듯한 씨디가 씨디 장을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녀가 공부하던 책들과 앨범이 가지런히 정리 되어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맨 윗칸에 꽂혀 있던 하얀색의 책을 꺼내자..
알 수없이 늘어서 있는 음표들과 음악 기호들이 보였다.
그리고 몇 장 넘기자..피아노를 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어릴적 사진이 들어 있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같은 곡만 몇 번씩 연주를 한다.
그런 그녀의 피아노 소리가 듣기 좋은지 남학생은 피아노 다리에 기대어 앉아 피아노 소리에 빠져
음을 따라 흥얼거렸다
"니가 치는 피아노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아...."
"그래?! 너도 쳐 볼래?!"
그녀의 권유로 처음 쳐본 피아노 소리는 맑고 청명했다.
마치 그녀 처럼...
"난 음대에 가서 멋진 피아니스트가 될래..그리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회를 할꺼야..
말은 안 통해도 음악은 통할테니 말이야..."
소녀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난 경영대가서 아버지 사업 물러 받아 돈 많이 벌께..
너 서포트 해주면서 너랑 같이 행복하게 살게..."
수줍은 소년의 고백에 소녀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녀가 피아노를 하는데 조금도 힘들지 않도록..
하지만...그게 다가 아닌가 보다.
그녀의 곁에 서 있는 저 남자는..내가 물질 적으로 그녀를 도왔다면..
그는 심적으로 그녀를 도왔다.
그리고..그것은..그녀에게 사랑이 되어 그에게 돌아갔다.
"난..안돼는거니?! 널 사랑한 것도 내가 먼저고 널 안것도 내가 먼저야..."
"미안..정혁아..하지만 사랑은 시간이 문제가 아니잖아..."
"아니..시간이 먼저야..그 만큼 널 사랑해 왔는 걸?!"
"나에겐..지금 저 사람이 가장 소중해...피아노 보다 더..."
자신의 전부라 여기던 피아노를 비유해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자신보다 먼저 였던 피아노 보다 그 남자가 좋다는 그녀를 보며..정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냐...그냥 니가 잠시 그 사람한테 느끼는 호기심 일 뿐이야..넌 내게 돌아 올꺼야.."
"..정혁아..우리..결혼해.이건 약혼 반지고..."
피아노를 치는 그녀의 손에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반지라니....피아니스트인 그녀에겐 반지는 걸리적 거리는 악세서리였다.
그런데..그녀의 손 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아니야...이건..."
그녀의 손에서 반지를 빼려고 손목을 잡고는
강하게 손가락을 비틀었다.
"앗~정혁아 하지마.."
그녀의 말류에도 정혁은 반지를 빼어내 뒤 돌아서 가버렸다.
"정혁아~!!"
.
..
...
....
.....
.....
"사장님...."
"아....."
그녀에게서 벗어 난것은 채원의 목소리 덕이었다.
"생각보단 일찍 들어오는 군..."
"네..."
들고 있던 진토닉을 바에 내려 놓고는
새 잔을 들어 와인을 따는 그는 그녀에게 건넸다.
와인잔을 건네 받은 채원은 그의 옆에 앉아 자신의 손에 쥐어진 와인잔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불편한건 없나?!"
"네...."
방 하나를 개조해 많든 미니 바는 그의 취향을 알려주듯 여러가지 술과 와인으로 가득했다.
"내일부터 출근해야 할테니 일찍 쉬도록 해..."
"저 사장님....."
바에서 일어나 나서던 그를 부르자..
"..........고맙습니다..."
그녀의 말에 정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고
문이 닫혔다.
"이제 당신을 믿고 일할께요...."
* * * * *
정혁의 집과 인테리어 사진을 같이 올릴려다가 규칙상 안돼는 것을 알고 못 올려요..
조금이나마 읽으시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올리고 싶었으나...
할 수 없죠~계속 연재하기 위해선;;
미흡하 지만 글속에 표현한 대로 상상해 주세요~^^
첫댓글 채원이가 강하게 산다니까 기쁘네요.힘내고 밝게... 화이팅!! 정혁이도 사랑의 상처가 있구나..에휴!
채원이 화이팅!!!ㅎㅎ
채원이가 드디여 힘을 냈군요,,,,멋이는 채원이...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