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 비가 줄창 붓더니 오늘은 잠잠.
늦은 시간에 이 곳 식구들은 다 잠자리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얼마 전에 가까운 사람들과 극장에 가서
<말아톤>을 보고 왔어요.
별다른 사전지식 없이 큰 기대도 없이 보러 갔습니다만
오랜만에 감동적인 한국영화였습니다.
어디선가 감독님 왈
어머니와 자식의 이야기, 주인공 초원이의 성장기를 그리고 싶다던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막상 극장에서 본 이야기는 한 사람의 전기적인 영화가 아니라
그저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잔잔히 돌아보게 하는 영화더군요.
'삶이 소통이라면 자폐아인 초원이가 어떻게 보통의 삶에 적응할까'가 아니라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소통한다는 느낌을 우리는 알고 있나
초원이의 삶을 통해서 따뜻하게 물어오는 느낌이었어요.
누구에게나
스스로를 자신의 세계에 가두는 자폐의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초원이가 어머니의 초코파이에 이끌려 하던 마라톤을 그만두고
다른 사람의 초코파이를 던지고 일어서는 순간은
남이 억지로 이끌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세상과 만나는 순간입니다.
뛰면서 제 손끝으로 바람을 느끼고 풀을 쓰다듬고
사람들의 온기를 만지는 초원이는
정해진 코스를 등 떠밀려 도는 또다른 자폐의 현대인들에게
함께 뛰는 사람들을 느껴봐라, 자기 의지로 뛰어가봐라
하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어쩐지 자꾸 눈물이 나더라구요^^
덤덤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내내 웃고 두근대면서 봤어요.
조승우씨가 달리 보였어요. 마지막 장면은 좀 아쉬웠지만.
-초원이가 아니라 그저 조승우씨가 웃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못 보신 분들께 추천해드립니다. 잘 살아야겠다, 자, 힘내야지 싶었다니까요?^^
그리고 성우팬들에게 보너스,
시작에 나오는 나레이션에 혹시 했더니
초원이, <동물의 왕국>의 광팬입니다.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 때문에 어, 하는 순간
이완호님의 나레이션이 흘러나와 퍽이나 반가웠죠.
이 분의 어딘지 고집스러우니 카리스마 있고 머리가 살짝 벗겨진 이미지는
물론 안소니 홉킨스나, 진해크만, 잭 니콜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 경우엔 특이하게도 <V>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화려한 성우진이었던 데다 엄청 히트했었죠. E채널에서 재방영중이라는군요.
(기억하시는 분들, 연세가 좀 있으시죠?^^)
어쨌거나 도노반이나 쥴리엣, 카일이라든가 하는 인기 캐릭터는 다 두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었던 인물이
바로 반군 대장인 테일러 아저씨.
그게 우리 편은 우리 편인데 성질 더러운 우리 편이랄까
참 예뻐하자니 하는 짓이 과격하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 마음이 이해될 듯도 하고
어린 녀석의 머리를 혼돈으로 몰아넣던 연민의 인물.
미워할 수 없게 연기해 주셨죠.
이정구님, 손정아님, 이경자님, 장광님, 김세한님 화려한 성우진 가운데도
참 멋지셨어요.
요즘은 '인터파크에 다 있다' 같은 나레이션을 깜짝깜짝 놀라면서 듣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저런 진지하고 깊은 나레이션이 그립네요.
이완호님이 나오시는 동물의 왕국은 예전에 할머니의 무릎을 비고 보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ㅎㅎ 그리고 말아톤 정말 감명깊게 봤어요 뜨거운 눈물이 흐르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는 영화죠 요즘 말아톤의 현실의 주인공분이 말아톤 제기를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덩달아 힘이 생기는 중이예요^^
첫댓글 브이(V)는 아주 어린 시절 봤지만 그 때 봤던 충격적인(?) 장면들은 여전히 생생하네요. 쥐를 먹는 장면이나 도마뱀 외계인들의 껍질이 벗어지는 모습 등등.. 한편으론 이경자 님의 다이아나 연기에서 굉장히 매료되기도 했었죠 ^^;
동지를 만났군요^^ 저두 어렸을때 브이 보면서 타일러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꼈었죠. 솔직히 도노반보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완호님은 '남과 북'에서도 굉장한 악역을 하셨었습니다. 마들린(장유진님)의 폭력남편이었죠. 김환진님과 이완호님은 남과 북 악역의 쌍벽을 이루셨었죠.
몇년전 TV에서 영화를 봤는데, 거기에 타일러 역할의 마이크 아이언사이드가 출연했었습니다. 무척 비열한 인간으로 나왔었는데, 무척 반갑더군요.. 그리고 또 다른 영화에서는 줄리엣 박사가 남자에 목매는 요부로 나왔었는데 솔직히 쇼킹했습니다^^
아..^^ 연세가 있는 편이었군요..후후후후...요즘도 종종 동생녀석과 추억의 외화시리즈 얘기합니다..그때 꼭 나오는 작품이죠. V...~.~
정말 감동적인 영화죠..전 어찌하다 두번 봤는데..동물의 왕국에서 나오던 이완호님의 나레이션을 잊을 수가 없죠...얼룩말은 ...으로 시작하는 얼룩말 이야기...조승우..제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입니다..그 미소에 전 숨을 쉴수가 없었죠...
이완호님이 나오시는 동물의 왕국은 예전에 할머니의 무릎을 비고 보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ㅎㅎ 그리고 말아톤 정말 감명깊게 봤어요 뜨거운 눈물이 흐르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는 영화죠 요즘 말아톤의 현실의 주인공분이 말아톤 제기를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덩달아 힘이 생기는 중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