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의 48층짜리 트랜스 아메리카 빌딩(사진왼쪽), 스페인풍의 건축양식으로 눈길을 끄는 ‘미술궁전’.
관광객들에게 비교적 낯선 이곳은 1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캘리포니아인들을 기리는 박물관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높은 절벽 위에 자리잡은 박물관에서 내려다보면 숨막힐 정도로 넓은 태평양이 펼쳐지고 뒤로는 고요한 숲이 깊게 드리워진다.
레트리버종의 잘 생긴 개를 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개와 프리즈비를 주고 받는 놀이를 한다면 곧바로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인 이곳에선 세계 유수의 작품들이 전시되는데, 때마침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이 전시되는 중이어서 횡재한 기분이었다.
20개가 넘는 전시관에 렘브란트, 피카소, 모네, 로뎅, 칸딘스키 작품이 연중 전시된다. 매주 화요일은 포드자동차 회사가 입장료를 지불하는 ‘포드의 날’로 누구나 무료 관람의 작은 행운을 누리게 된다.
금문교를 건너기 바로 전, 고속도로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중세 스페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미술궁전’이 나온다. 처음 방문한 사람은 그 큰 규모와 정교한 건축술에 눈길을 빼앗겨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동양인 커플이 야외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 커플을 살짝 눈으로 훑으며 지나치려는 순간 들리는 소리, “신부님, 더 활짝 웃어주세요∼.” 윽, 역시 한국인들이었나보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 관광지인 ‘피셔맨스워프’로 발길을 돌렸다. 일년 내내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피셔맨스워프의 중심인 피어39 앞은 다양한 길거리 공연들로 활기 찼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부터 케이블카로 연결돼 있다. 피셔맨스워프를 방문한다면 꼭 길거리 리어카에서 딱딱한 빵에 담아 파는 조개감자수프(클램 차우더)를 먹어봐야 한다. 그 맛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이곳은 피셔맨즈 워프의 중심이 되는 재퍼슨 거리입니다!
다양한 레스토랑과 쇼핑몰, 샵들이 끊임없이 늘어서 있죠~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빈번히 만나는 햄버거 체인점 ‘인 앤 아웃’도 있고,
정말 마음에 드는 캬라멜 캔디 샵도 있고, 기념품을 살만한 가게들도 줄지어 있습니다

◇피셔맨스워프에서 마켓 스트리트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보면 먹어도 먹어도 금방 배가 고파진다. 저녁식사를 조금 일찍 피어39에서 제일 유명한 해산물 식당인 ‘프란시스코’에서 했다. 게요리를 주문했는데 속살 파내는 게 너무 힘들어 먹다가 금방 지쳐버렸다. 한국에서는 한 입에 먹기 쉽게 나오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신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러 ‘기라델리 스퀘어’로 향했다.
해질녘의 기라델리 스퀘어는 고단했던 하루를 어루만지듯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명한 초콜릿메이커인 기라델리 하우스에선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번호표를 쥐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 10분 정도 걸려서야 내가 주문한 바나나스플릿이 나왔다. 금방 한 접시를 다 비웠다. 몇천 칼로리가 되겠지만 칼로리 따위야 나중에 생각해도 될 문제….
밖은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고 그 많던 사람도 온데간데없었다. 어디선가 로맨틱한 재즈 선율이 들려왔다. 누구 연주일까. 한참을 찾다보니 기라델리 스퀘어의 유일한 가로등 아래서 나이 지긋한 흑인 연주자가 홀로 열심히 색소폰을 불고 있었는데 마치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한 장면 같았다. 유일한 청중이었던 나는 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앞에 놓인 모자에 지폐를 놓고는 발길을 돌렸다. 여행에서 이런 고즈넉한 추억거리 하나를 건질 수 있다면 그 여행은 이미 성공이다.
거의 매년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지만 나는 그 도시의 매력에 거듭 놀란다. 가이드북이나 여행안내서에는 미처 소개되지 않은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나 많고, 같은 곳을 가도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런 즐거운 도시다. 인구 75만명의 도시 안에 그렇게 다양한 문화와 환경이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