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와 어제 이틀간 출장을 다녀왔다.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전북 완주군을 거쳐 충남 공주시까지 제법 먼 거리를 돌아온 강행군이었다.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를 오가며 바라본 풍경은 똑같았다. 그저 회색 일색이었다. 산하가 봄빛으로 남실거려야 할 때인데 산이며 들이 몽땅 희붐한 연무에 갇힌 듯 충충했다. 여러 날째 이렇게 탁한 날이 이어지다 보니 시력까지 나빠지는 느낌이다.
어제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종일 나쁨 단계에 머물렀다. 출장을 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뒤에는 목이 다 칼칼하였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테고 당장은 달리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는 듯해 자못 우려스럽다. 인간의 탐욕과 행악으로 말미암아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돼 이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에 다다르는 듯해 절망스럽고, 그 시기가 급속히 다가들어 두렵기까지 하다.
다행히 오늘 오후부터는 미세먼지 농도가 차츰 낮아질 거라고 한다. 낮 기온도 20도를 웃돌 거라니 옷차림만큼은 가볍게 해도 될 듯하다. 하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또 뒤이을 것이라니 이래저래 쾌청한 봄날 맞기는 쉽지 않을 모양이다. 봄이면 따사로운 햇살 아래 아지랑이와 어우러지는 화사한 꽃빛과 풍광을 보고 싶은데 그게 사치스러운 바람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